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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시론] 불장 속의 불균형, 버블의 경고를 새겨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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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세기 네덜란드를 뒤흔든 ‘튤립 파동’은 하루아침에 투자자들을 빈털터리로 만든 자본주의 최초의 버블로 기록된다. 이성보다 탐욕이 앞서면 시장은 언제든 무너질 수 있다는 교훈을 남겼다.

최근 국내 증시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코스피 4000’을 넘어 ‘5000시대’까지 거론되며 장밋빛 전망이 쏟아지고 있다. 지수 상승은 투자심리를 회복시키고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는 긍정적 측면이 있다. 다만 이면에는 상승의 혜택을 누리지 못한 다수 기업이 존재하며, 단순한 조정이 아닌 구조적 불균형의 경고음일 수 있다.

근래 주식시장의 흐름을 보면, 강세장에도 불구하고 상승 종목보다 하락 종목이 훨씬 더 많다. 대형 우량주 중심의 랠리 속에서 중소형주는 오히려 소외되며 시장 내 불균형이 심화되고 있다. 지수의 화려한 외형이 실물경제의 체력을 온전히 대변하지 못함을 보여준다.

지수가 급등하면 경제 전반이 성장하는 듯한 착시를 주지만, 기업의 펀더멘털이 뒷받침되지 않는 상승은 일시적 열기에 불과하다. 실적보다는 수급과 기대가 주가를 결정하는 현상이 심화될수록, 시장의 거품은 커지고 결국 그 부담은 고스란히 경제 전체로 번진다. 일부 업종과 대기업이 견인하는 랠리는 단기적 활력을 줄 수 있으나, 산업의 저변을 강화하는 지속 성장으로 이어지기 어렵다.

기업 입장에서는 지금이 기회이자 경계의 시점이다. 주가 상승이 투자자 신뢰 회복으로 이어지는 것은 분명 고무적이지만, 실질적 성장으로 연결하기 위해서는 제도적 기반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우리 기업들은 성장 단계가 높아질수록 더 많은 규제에 직면하고, 예측 불가능한 제도 환경 속에서 투자 결정을 주저하고 있다. 규제의 틀은 복잡하게 얽혀 있고, 새로운 시장에 대한 도전은 각종 제약에 가로막히기 일쑤다. 이런 상황에서 시장의 온도에만 휘둘린다면 대외적 경쟁력은 오히려 뒤처질 수 있다.


해결의 출발점은 균형 있는 시각이다.

기업이 장기 투자와 혁신에 집중할 수 있도록 제도적 안정성과 예측 가능성을 높이고, 주가 상승의 과실이 일부 대형주에 집중되지 않도록 시장 구조를 정비해야 한다. 특히, 중소형주와 벤처기업이 성장 사다리에 오를 수 있도록 세제·금융·정보 지원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 무엇보다 주가 상승 자체를 목적으로 하기보다, 우리 기업들이 역량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도록 규제라는 족쇄를 풀어주는 데 정책의 초점이 맞춰야 한다.

지금의 랠리는 분명 반가운 신호다. 그러나 그 열기가 ‘거품경제(泡沫經濟)’로 변질되지 않으려면 냉정한 점검이 필요하다. 물 위의 거품은 반짝 빛나지만 금세 사라진다.


반면, 단단한 땅에 뿌리내린 나무는 계절이 바뀌어도 흔들리지 않는다. 과열 분위기에 따른 환희에 머무르지 않고 내실을 다질 때, 이번 상승장은 버블이 아닌 지속 가능한 성장의 서막으로 기억될 것이다.

이재혁 한국상장회사협의회 전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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