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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세상은 기업이 바꾼다

머니투데이 양영권증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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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 부장(다른 이름으로는 '응답하라 1994'세대)이 처음 회사에 들어간 2000년으로 시간을 돌려 보자. 소리바다로 조성모와 본 조비 음악을 내려받아 들으면서 코엑스 지하에 막 개장한 메가박스 시네플렉스 복합상영관으로 영화를 보러 가던 시절이다. 애니콜 듀얼폴더 최신형 휴대폰으로 친구에게 전화해 동대문 거평프레야에서 만나자고 했을 수도 있겠다.

당시 미국 증시를 보면 마이크로소프트(MS)와 제너럴 일렉트릭(GE), 시스코시스템스, 인텔, 월마트, 엑슨모빌, AOL, 오라클, 시티그룹, 썬 마이크로시스템스 등이 시가총액 상위를 차지했다. 25년이 흐른 현재 이들 기업 가운데 미국 시가총액 상위 10개에 드는 종목은 MS가 유일하다. 빈자리는 엔비디아와 애플, 아마존닷컴, 브로드컴, 구글, TSMC, 테슬라, 메타로 대체됐다. 그 사이 S&P500 지수는 5배가 됐다.

떠오른 기업들을 살펴보면, 하나같이 혁신을 통해 세상을 바꾼 서비스와 상품을 내놓은 기업들이다. 바뀐 세상에 적합하게 진화한 기업은 살아남았다. 미국만 바꾼 게 아니라 세상을 바꿨다. 단순히 기업이 대체된 것이 아니라 우리 삶이 대체됐다. 스마트폰으로 쇼핑을 하고 AI(인공지능)와 대화하며, 전기차를 타고 출퇴근한다. 2000년의 관점에서 보자면, 우리는 기업이 만든 미래에 살고 있다.

국가 경쟁력은 기업 경쟁력이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멀리는 팔란티어테크놀로지스, 가까이는 한화디펜스와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국방력조차도 기업 역량과 직결돼 있다. 국방도 방위산업의 소비자다.

세상을 바꾸는 것은 기업이다. 적어도 헨리 포드가 컨베이어벨트를 도입해 표준화한 제품을 값싸게 대량생산한 이후로는 그랬다. 기업이 중산층을 창조하자 급기야 소비가 탄생하고 분배가 가능해졌다. 기업이 주인공이고 제도는 조연이어야 한다. 세상을 바꿔 부와 고용을 창출하고 세금을 내는 것은 결국 기업이기 때문이다. 미국 기업들을 성장시킨 것은 통화정책도, 관세도, 정부 보조금도 아닌 혁신이다. 통화정책과 세금, 보조금은 가로막거나, 거들 뿐이다. 최근엔 그런 미국마저도 중국에 밀릴 가능성이 제기된다. 젠슨 황 엔비디아 사장은 조만간 AI 경쟁에서 중국이 미국을 제칠 것이라고 예언했다. 규제와 보조금을 이유로 들었다.

코스피지수가 4000을 넘어섰다. 코스피 5000도 손에 잡힐 듯 다가왔다. 7500까지 가능하다는 증권사 보고서도 등장했다. 이제 누가 지수 1만을 먼저 얘기할지 눈치를 보는 양상이 빚어질 것이다. 저마다 지수를 더 띄우려면 무엇이 필요한지 한마디씩 한다. 만약 워런 버핏의 오른팔이었던 찰리 멍거에게 물었다면 그는 "어떻게 해야 코스피를 붕괴시킬까"라고 되물었을 것이다. 멍거는 "누군가 인도를 어떻게 도울지 물을 때 '어떻게 해야 인도를 붕괴시킬 수 있을까?'라는 물음을 떠올리라"고 했다. 인도를 파괴하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따져본 다음, 그 일들을 하지 않으면 된다는 것이다. (찰리 멍거의 일화는 윌리엄 그린의 '돈의 공식'에서 인용)


코스피를 붕괴시키기를 원한다면 기업이 스스로 도태하게 하고, 새로운 기업의 진입도 막으면 될 일이다. 새로운 미래를 만드는 것도, 변화한 세상에 적응하는 것도 불가능하게 혁신을 금지하는 것이다. 간단하다. 고용을 더 경직적이게 하고 새로운 규제를 찍어내면 된다. 새벽배송도 금지하고 상속세와 법인세율은 올리고 전기 원가는 더 높이면 된다. 기업이 아닌 정치가 주인공이 되겠다고 나서면 된다. 기업도 없고, 중산층도 없고, 소비도 분배도 없는 세상이 올 것이다.

끔찍한 결과를 상상하고 어떤 판단이 그런 운명을 불러올지 스스로 물어보자. 문제를 뒤집어 분석해보며 답을 찾자. 자, 이제 코스피 5000과 그 이상을 위해 우리가 하지 말아야 할 일은 자명해졌다.



양영권 증권부장 indepe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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