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 한 시장에서 민생지원 소비쿠폰 결제 가능안내문이 부착된 점포. 연합뉴스 |
2021년 노벨경제학상은 미시 실증경제학자 3인 데이비드 카드, 조시 앵그리스트, 휘도 임번스에게 돌아갔다. 이들은 '실험방법론'을 통해 정책의 효과를 과학적으로 검증하는 길을 열었다. 그들의 연구는 노동시장, 교육, 이민 등 사회 전반의 정책 설계에 새로운 기준을 제시했다. 이 방법론은 세계은행의 개발 프로젝트 영향 평가(impact evaluation)와 증거 기반 정책 설계(Evidence-Based Policy Making)에까지 반영됐다. 오늘날 전 세계에서 논의되는 기본소득이나 근로시간 단축 정책도 예외 없이 실험적 방법을 통해 검증된다. 정책은 이제 '감'이 아니라 '데이터'로 말해야 하는 시대다.
그간 우리 정부의 많은 정책은 '필요하니까 한다'는 선언에서 출발해왔다. 사업성과 점검은 만족도 조사나 단순 산출지표 평가에 그치고 있다. 한번 만들어진 정책은 형식적인 평가 결과에 의존해 지속되고, 이러한 정책에 예산은 비효율적으로 투입되고 있다. 정책의 효과성, 제도의 지속 가능성을 묻는 과학적 검증은 여전히 부족하다. 이제는 우리 정부도 전 세계적인 흐름에 발맞추어 실험 증거기반의 정책 설계를 제도화하는 노력을 시작할 때다.
다행히 정부가 최근 민생회복 소비쿠폰 사업이나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사업에 대해 실험적 평가를 시도한다고 한다. 내년에는 각종 재정사업에도 이런 설계를 확대할 계획이라 하니, 뒤늦게나마 의미 있는 변화다.
최근 한 경제학저널(Quarterly Journal of Economics, 2020)에 실린 논문은 미국에서 지난 50년간 시행된 총 133개 실험 기반 정책에 대해 '공적 기금의 경제적 가치(Marginal Value of Public Funds)'를 계산했다. 그 결과, 어떤 정책을 확대하고 어떤 정책을 축소해나가야 하는지가 분명하게 드러났다. 이런 연구가 가능한 이유는 각 정책이 실험적 설계와 평가체계를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이러한 분석이 어려운 상황이다. 그만큼 실험 기반 평가 사례가 드물기 때문이다. 2012년 '두루누리 사회보험료 지원 시범사업'이 거의 유일한 사례다. 그 이후 10년 넘게 실험적 정책 설계 논의는 멈춰 있다.
정책은 객관적 데이터를 통해 설계되어야 하고 과학적으로 검증되어야 한다. 그것이 국민이 체감하는 좋은 정책의 시작이다. 정부가 최근 시범사업에 실험 디자인을 도입하고 효과성 평가를 시도하는 것은 반가운 변화다. 이러한 움직임이 사회 정책을 디자인하는 전 세계적인 흐름에 발맞추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