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엽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기술법정책센터장 |
이재명정부도 역대 정부처럼 규제개혁에 시동을 걸었다. 대통령은 지난 9월25일 제1차, 10월11일 제2차 핵심규제 합리화 전략회의를 연달아 주재했다. 1차 회의에서는 "거미줄처럼 얽혀 있는 규제를 확 걷어내자는 게 이번 정부의 목표"라고 강조했고 정부는 AI 학습 관련 저작권 데이터 활용을 확대하고 공공데이터를 적극 개방하는 한편 자율주행차와 이동형 로봇 등의 자율주행 기술개발에 필요한 원본 데이터도 활용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키로 했다. 2차 회의에서는 바이오, 재생에너지·순환경제, K컬처 등 신산업 분야의 과감한 규제 합리화를 추진키로 했다. 우리의 미래를 책임질 신산업 성장을 가로막는 핵심규제 혁파에 대해 대통령이 의지를 보인 만큼 어느 때보다 기대가 크다.
다만 규제개혁이 실질적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역대 정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기업이 체감하는 규제완화가 미흡한 이유가 무엇인지 또한 미국 등 주요국에 비해 한국의 규제가 왜 강한지에 대한 분석이 필요하다. 첫 번째 이유는 이익집단의 반발과 사회적 가치훼손에 대한 시민들의 우려다. 신산업에 대한 규제완화는 구산업의 이해관계를 침해하기 때문에 저항이 따른다. 모빌리티, 원격의료, 리걸테크가 대표적이다. 또한 규제완화로 사회적 안전이나 환경, 개인정보 침해 같은 우려가 제기되면 반대여론이 높아진다. 특히 규제완화는 곧 기업 편들기라는 프레임이 작용하면 규제완화가 더 어려워진다. 다음은 규제개혁에 대한 공무원의 저항이다. 규제는 부처 입장에서는 권한, 예산, 조직이다. 규제를 없애면 권한과 예산이 줄어드니 저항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규제완화로 발생할 수 있는 사고 등에 대한 감사의 책임도 규제완화를 어렵게 한다.
한국이 유독 규제가 강한 이유는 한국이 성문법 중심으로 사전에 위험을 방지하는 촘촘한 규제를 시행하는 대륙법계인 것이 영향이 크다. 예측 가능성은 높으나 변화에 대응하는 속도가 늦다. 반면 영미법계인 미국은 판례법 중심이어서 유연하고 혁신 친화적이다. 일단 허용하고 문제가 발생하면 사후에 책임을 추궁한다. 경제에서도 한국은 정부 주도의 압축성장 모델을 택하면서 규제를 통해 시장에 깊숙이 개입하는 관행이 남아 있다. 미국은 시장개입을 최소화하는 시장경제를 강조해왔고 규제는 반독점, 환경, 소비자 보호 등 필수 영역에 집중된다.
진정한 규제혁신을 위해서는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 기존 규제를 축소하는 것과 규제신설을 제어하는 두 방향이다. 정부는 2019년부터 규제를 담당하는 부처가 해당 규제를 유지해야 하는 이유와 합리성을 입증하지 못할 경우 해당 규제는 폐지되거나 개선되도록 하는 규제입증 책임제를 시행하지만 이 역시 별 효과가 없다. 이제 규제개혁, 규제합리화가 아닌 규제통합, 규제폐지를 목표로 하되 그 기준은 법률단위로 해야 한다. 중복, 유사한 법을 통합하고 규범력이 없는 법률은 폐지하는 것이다. 부처는 법률의 통합과 폐지에 대한 구체적 목표를 설정하고 실행해야 한다. 이로 인한 잉여인력은 필요한 곳에 재배치한다. 또 다른 기준은 미국 등의 글로벌 스탠더드다. 이와 다른 규제는 한국 특유의 필요성이 입증되지 않는 한 폐지를 검토해야 한다.
규제를 신설하는 주된 이유는 위험을 야기한 기업의 책임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국회와 여론의 질타 때문이다. 다만 필요성이 인정되더라도 과도한 규제가 되지 않도록 해야 하며 이 경우에도 글로벌 스탠더드를 고려해야 한다. 특히 규제과다의 주요인인 국회 입법에 대한 규제심사를 시급히 도입해야 하며 대부분 서면회의로 이뤄지는 형식적인 부처 자체의 규제심사도 개선해야 한다. 끝으로 이해관계자, 공무원, 시민이라는 삼중의 규제장벽을 넘어설 수 있는 것은 규제혁신에 대한 대통령의 강력한 의지뿐이라는 점에 유의해야 할 것이다.
이성엽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기술법정책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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