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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리포트] 구멍 뚫린 대북 제재, 손 놓은 정부

조선일보 뉴욕=윤주헌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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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뉴욕 유엔 본부에서 열리는 안전보장이사회./신화 연합뉴스

미국 뉴욕 유엔 본부에서 열리는 안전보장이사회./신화 연합뉴스


북한의 도발이 일상이 된 요즘, 우리는 그 위협에 얼마나 실질적으로 대응하고 있을까. 최근 기자가 참여한 미국 국무부 브리핑에서 드러난 씁쓸한 현실은 우리 외교 안보의 민낯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미국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결의를 위반하고 북한에서 석탄과 철광석 등 광물을 해상(海上)에서 불법적으로 환적받아 중국에 넘긴 선박 7척을 제재 대상으로 올리겠다고 나섰다. 이는 2006년 북한의 첫 핵실험 이후 채택한 안보리 ‘결의 1718호’를 정면으로 거스르는 행위다. 이 결의는 무기 금수, 자산 동결, 여행 금지 등 북한의 핵 개발 자금줄을 옥죄기 위한 강력한 조치를 담고 있지만 현실의 벽은 높기만 하다.

문제는 결의 위반 의심 사례에도 불구하고 해당 선박들을 제재 대상에 올리는 과정이 지난하기 짝이 없다는 데 있다. 안보리 15이사국 중 단 한 나라라도 이의를 제기하면 제재가 무산되기 때문이다. 북한의 든든한 뒷배인 중국과 러시아가 상임이사국 자리를 꿰차고 있는 한, 미국의 제재 추진이 ‘어둠 속에서 무력화될’ 것임은 불 보듯 뻔하다. 그날 미국 국무부가 “위반 사실을 공개해 어둠에서 벗어나겠다”고 말한 것부터가, 이 국제 외교의 난맥상을 그대로 드러내는 셈이다.

하지만 여기서 우리가 질문할 상대는 미국이 아니다. 정작 이 어둠 속에서 스스로 눈을 감은 쪽은 어디일까. 이해 당사국인 한국이다. 북한은 그동안 노동자 약 5만명을 해외에 파견해 외화를 벌고, 악명 높은 사이버 범죄로 1년에 약 2조원 이상을 챙겼다. 또 석탄과 철광석 수출로 연간 5000억원 이상을 확보해 핵과 미사일 개발에 쏟아붓고 있다. 그리고 이 대량 살상 무기(WMD)와 탄도미사일의 위협을 직접 받는 곳은 다름 아닌 한국이다.

지난 9월 안보리 의장국을 맡았던 한국은 북한 관련 회의를 얼마든지 개최할 수 있었지만 단 한 건도 열지 않았다. 당시 이유를 묻자 한국 대표부는 “북한이 도발을 감행하면 국제사회와 협의할 것”이라고 답했지만, 이미 우리는 직접적 피해 당사국이자 북한의 핵 야욕을 가장 먼저 막아내야 할 이해 당사국 아닌가. 지난해에는 북한의 안보리 결의 위반을 조사하던 유엔 대북 제재위 산하 전문가 패널마저 러시아의 반대와 중국의 기권 속에서 임기 연장에 실패했다. 이제 북한의 불법행위를 찾아내는 작업은 몇 배나 힘들어졌다.

중국, 러시아, 북한의 유착은 현실이고, 북한의 불법 외화 벌이는 명확한데 왜 한국만 눈을 감는 것일까. “국익엔 이념이 따로 없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사는 우리 외교관들이 이제 행동으로 그 말을 증명해야 할 때다. 국제 정치의 링에서 마땅히 우리 목소리를 내야 한다. 북한의 안보리 결의 위반에 대해서는 비판에 그치지 말고 실질적 제재 조치를 이끌어낼 노력이라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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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윤주헌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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