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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압에 굴복… 지휘력 상실” 거센 검란에 불명예 퇴진 [檢, 대장동 항소 포기 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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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만석 대행 전격 사의 배경

항소포기 후 내부서 해명 요구 빗발
법무부·중앙지검장 탓하며 책임 회피
李정부 개입 의혹 번지며 사태 일파만파
검사장부터 대검 보좌진까지 등 돌려
한상대 이후 13년 만에 조직 반발로 사퇴
12일 전격 사의를 표명한 노만석 검찰총장 직무대행(대검찰청 차장검사)은 사실상 ‘검란(檢亂)’ 수준의 내부 반발이 이어지자 더 이상 직을 수행하기 어렵다고 판단, 거취를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노 대행은 대장동 개발비리 사건 항소 포기를 두고 전국 지방검찰청과 지청을 이끄는 검사장·차장검사들뿐만 아니라 자신을 지척에서 보좌해온 대검 간부들과 평검사급 검찰연구관들까지 들고 일어나면서 ‘불명예 퇴진’을 한 검찰 수장으로 남게 됐다.

노 대행은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결단을 내리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날 하루 연가를 쓰고 두문불출하며 고심을 한 그는 이날 서울 서초구 대검 청사로 정상 출근했다. 노 대행은 출근길에 쏟아진 취재진 질문에 일절 답하지 않은 채 굳은 표정으로 청사로 들어갔다. 그는 출근 직후 검사장급인 대검 부장들을 소집해 진행한 오전 회의에서 자신의 거취에 대해 ‘조금 더 고민해보겠다’는 취지로만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노만석 검찰총장 직무대행이 12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으로 출근하고 있다. 뉴스1

노만석 검찰총장 직무대행이 12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으로 출근하고 있다. 뉴스1


오후까지 노 대행이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으면서 검찰 안팎에선 ‘대통령실과 법무부의 뜻이 작용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말까지 나왔다. 한 현직 부장검사는 “노 대행이 사퇴하지 않는 건 100% 용산(대통령실)과 과천(법무부)의 뜻”이라며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가 적정했다고 말하고 있기 때문에 지금도 진퇴 결정을 못 내리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한 차장검사는 “(노 대행) 본인이 사퇴하지 않으면 검찰 내부는 더 분열되고 정치권에서는 또 ‘항명’이라며 징계를 한다고 할 것”이라며 “후배들이 다칠 뿐 아니라 현재 (총장 대행으로서) 지휘력이 없어진 상황에서 할 수 있는 게 있느냐”고 꼬집었다.

내년 10월 검찰청 폐지 등 내용을 골자로 한 개정 정부조직법 시행을 앞두고 세부안 논의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수장 공백 상태가 검찰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며 사퇴에 반대한다는 목소리도 일부 있었으나, 이미 사퇴 외엔 다른 길이 없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종일 논란이 이어지자 결국 노 대행은 퇴근 시간이 임박한 오후 5시30분쯤이 돼서야 사의 표명을 공식화했다.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 후 닷새 만이다. 대검의 한 부장은 “(노 대행이) 고심 끝에 결심한 것”이라고 귀띔했다.


지난달 30일 대장동 민간 개발업자들에 대한 1심 선고 이후 서울중앙지검 수사·공판팀은 항소를 제기하기로 했지만, 노 대행이 ‘신중하게 검토하라’는 정성호 법무부 장관의 의견을 전달받고 항소를 불허했다. 결국 항소 시한인 8일 자정까지 항소장을 제출하지 않으면서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씨를 비롯한 업자들의 일부 무죄가 확정됐다. 이 사건과 관련해 특정가중처벌법상 배임 혐의 등으로 기소된 이재명 대통령의 재판에도 영향을 줄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검찰이 항소를 포기한 것을 두고 정치권과 검찰 안팎에서 거센 비판이 쏟아져 나왔다.

8일 정진우 서울중앙지검장이 사의를 표명한 뒤로도 검찰 수뇌부를 겨냥한 책임론이 들끓자 노 대행은 9일 입장문을 내 자신이 정 지검장과 협의해 내린 결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정 지검장이 1시간여 만에 “대검의 지휘를 수용하지만, 중앙지검의 의견이 다르다는 점을 명확히 하고 이번 상황에 책임을 지기 위해 사의를 표명했다”고 하면서 책임 공방으로까지 비화했다.

12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의 모습. 연합뉴스

12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의 모습. 연합뉴스


아울러 노 대행이 10일 항소 포기의 경위 설명을 요구하는 대검 연구관들에게 “(검찰과) 용산, 법무부와의 관계를 고려해 대장동 민간업자들에 대한 항소 포기 결정을 내렸다”는 취지로 설명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대통령실과 법무부가 외압을 가한 것 아니냔 의혹이 짙어졌고, 논란은 점입가경이 됐다.


사표가 수리되면 노 대행은 2012년 대검 중앙수사부(중수부) 폐지에 대한 검찰 내 집단 반발로 물러난 한상대 전 총장에 이어 13년 만에 검찰 구성원들로부터 사퇴 요구를 받고 스스로 물러나는 검찰 수장이 된다.

유경민·최경림·김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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