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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VIBE] 노석준의 메타버스 세상…인간 사회 통제 기재로 쓰인 신화-④

연합뉴스 이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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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자 주 = 한국국제교류재단(KF)의 지난해 발표에 따르면 세계 한류 팬은 약 2억2천500만명에 육박한다고 합니다. 또한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초월해 지구 반대편과 동시에 소통하는 '디지털 실크로드' 시대도 열리고 있습니다. 바야흐로 '한류 4.0'의 시대입니다. 연합뉴스 동포·다문화부 K컬처팀은 독자 여러분께 새로운 시선으로 한국 문화를 바라보는 데 도움이 되고자 전문가 칼럼 시리즈를 준비했습니다. 시리즈는 주간으로 게재하며 K컬처팀 영문 한류 뉴스 사이트 K바이브에서도 영문으로 보실 수 있습니다.]

노석준 RPA 건축연구소장[본인 제공]

노석준 RPA 건축연구소장
[본인 제공]



오늘날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은 놀라울 만큼 복잡하게 분화된 규칙과 시스템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 모든 통제체계의 가장 깊은 뿌리에는 바로 신화와 그 신화가 내포한 규율의 힘이 자리했다. 학교라는 공간만 해도 아이들이 성장과 성공, 혹은 '이겨야 한다'는 서사에 자연스럽게 노출되고 체화되는 곳이다.

교실에서는 초등학생 시절부터 시험, 시간표, 상벌·복장 규정 등 각종 규칙이 무의식적으로 내재한다. 이러한 제도와 일상은 경쟁과 서열, 성취에 대한 집단적 신화, 즉 '치열하게 살아남아야 한다'는 롤모델을 재생산한다.

이 경쟁 서사는 근대적 학교 제도의 도입, 민족국가의 교육 확대, 산업화 속의 교육열 등 오랜 사회적 맥락 안에서 만들어졌다. 조선시대 과거제나 일제강점기의 학교 통제정책, 해방 이후 급격한 고등교육 팽창에 이르기까지, 한국 교육의 역사는 언제나 '선발'과 '서열'이라는 통제의 논리에 깊이 묶여 있었다. 경쟁의 신화는 사회적 규율과 제도로 구체화하여 우리 삶에 깊숙이 스며든다.

성별과 관련해서도 규율은 신화와 결합해 소녀와 여성의 몸, 복장, 체격 등 모든 행위를 칼같이 규정한다. '여성성은 이래야 한다'는 무의식적 상징과 신화가 각종 복장 규정·체중 관리·외모 평가로 일상화된다. 신화적 명분이 실질적 규율·통제를 정당화하는 구조다.

우리 주변의 거대한 규칙, 법, 규범, 문화적 의례, 심지어 각종 학칙·회사 규정은 누가 왜 만들었으며 왜 반드시 따라야 하는지 묻지 않게 된다. 그리고 '위반'에는 처벌과 불이익과 징계, 낙인, 사회적 배제가 뒤따른다.


이런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사회는 한 단계씩 더 정밀한 감시·통제 장치를 개발해왔다.

역사적으로 신화는 구전이나 전승에 의존해 집단 신념을 통제했다. 그러나 사회 구성원이 폭증하고, 산업과 기술, 제도 복잡성이 폭발적으로 증가한 근대 이후에는 신화만으로 집단을 효과적으로 통제할 수 없게 되었다.

인간은 그 결과 기록의 힘을 활용했다. 규율의 조항·규정·지침을 문서화하고 범주화해서 공동의 기억으로 남겼다. 고대 바빌로니아의 '함무라비 법전'이나 춘추전국시대 '예서'(禮書), 조선의 '경국대전'이 그 대표적 사례다.


근현대에 이르러 사회 각종 규칙은 기록물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시스템'으로 정교하게 발전한다. 관료제(bureaucracy)란, 규율을 조직적으로 분류·관리·감독·집행하는 관리체계다.

정부 관료제, 사법제도, 군대, 대학, 기업, 병원, 금융시스템 등은 직능별 규칙, 문서화, 표준화, 책임구조, 처벌조항까지 모두 포함한다.

신화가 '왜' 살아야 하는가를 설명하고, 규율이 이를 실천형으로 만들면, 이제 시스템은 '어떻게' 이를 반복·강화·확장할지 물질적 기반을 제공한다.


여기에 '감시'라는 요소가 첨가된다. 푸코가 지적한 것처럼, 규율은 단순히 외부의 압박이 아니라 사람들이 스스로 감시·관리하며 생산성과 복종을 내면화하도록 한다. 근대 교도소, 학교, 군대의 '감시탑'(panopticon) 건축이 대표적이다.

일정 공간의 중앙에서 모든 움직임을 지켜볼 수 있도록 설계된 감시탑, 프랑스 혁명 이후 설립된 현대 경찰과 정보기관의 전국적 네트워크, 20세기 CCTV·접근 통제장치 등의 물리적 시스템 등은 권력의 시선을 사회 전체로 확장했다.

기술 혁명은 이런 감시와 관리기능을 극적으로 가속했다. 사회는 더 세밀한 분류·저장·기록·처리·감독수단을 원했고, 이는 지금 데이터화·AI 시스템·빅데이터에 이르기까지 행정의 자동화, 디지털 관료제·통제·감시로 연결된다.

21세기 초반, 신화와 규율, 기록, 관료제, 감시체계는 '디지털 통제사회'(digital panopticon)로 최종 진화 중이다. 전국 행정망, 생체정보 인증, 실시간 빅데이터 연동, 학교·병원·회사까지 걸쳐진 전방위 감시네트워크, AI 기반 자동 분류·감시·처벌 시스템이 그 현장이다.

예컨대 학생의 출결 기록을 QR코드와 CCTV로 확인하고, 사회 불복종 사례는 AI가 실시간으로 탐지한다.

이 모든 발전의 본질은 비슷하다. 신화가 구성한 집단 정체성과 내면의 규율을 데이터화·기록화·표준화하면서, 사회는 점점 복잡하고 튼튼한 통제체계로 진화해 왔다. 그리고 권력과 감시는 끊임없는 기술혁신과 맞물리며 한 사회의 정의·안정·효율이라는 이름 아래 계속 강화된다.

결국 우리가 마주한 시대의 진짜 질문은 이것이다. 신화로부터 시작한 사회적 통제, 그리고 기록과 시스템의 진화는 우리의 자유와 창의, 존엄을 어디까지 보호할 수 있는가?

혹은 이 모든 것은 인간을 통제권의 그물망에 가두는 거대한 메커니즘에 불과한가?

다음 시대의 통제장치, 물리적 공간설계, 데이터 관리, 디지털 감시는 더욱더 기민해질 것이다. 그렇기에 신화로부터 이어져 온 규율의 뜻을 다시 성찰하고, 통제의 한계를 묻는 윤리적·사회적 고민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노석준 RPA 건축연구소 소장

▲ 메타버스 및 가상현실 전문가 ▲ 미국 컬럼비아대ㆍ오하이오주립대ㆍ뉴욕 파슨스 건축학교 초빙교수 역임 ▲ 고려대 겸임교수 역임 ▲ 현대자동차그룹 서산 모빌리티 도시개발 도시 컨설팅 및 기획

<정리 : 이세영 기자>

sev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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