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재현 선임기자 = 1968년 9월27일, 서울시가 종로3가 일대 사창가에 공무원과 경찰 병력을 투입했다. '불도저' 김현옥 시장이 기획한 일명 '나비작전'에 의해 붉은빛의 판자촌은 단 9일 만에 철거됐다.
작전명은 "꽃(윤락녀)을 없애려면 나비(성매수남)를 잡아야 한다"는 김 시장의 발상에서 비롯됐다. 밤의 꽃이 사라진 이곳에는 한국 최초의 주상복합 건물, 세운상가(世運商街)가 들어섰다. "세계의 기운이 모이라"는 김 시장의 소원이 건물 이름에 담겼다.
세운상가 부지는 본래 일제가 도심 대화재 방지용으로 민가를 철거하고 조성한 공터였다. 해방 후 6·25전쟁 시기 피란민과 월남민이 몰려 판자촌이 형성됐고, 생계를 위해 성매매에 나선 여성들이 모이면서 '미아리 텍사스', '청량리 588'과 함께 서울의 대표적 사창가' 종삼'으로 변모했다. '종삼'은 종로3가의 줄임말이지만, 당시에는 사창가를 뜻하는 은어로 쓰였다.
작전명은 "꽃(윤락녀)을 없애려면 나비(성매수남)를 잡아야 한다"는 김 시장의 발상에서 비롯됐다. 밤의 꽃이 사라진 이곳에는 한국 최초의 주상복합 건물, 세운상가(世運商街)가 들어섰다. "세계의 기운이 모이라"는 김 시장의 소원이 건물 이름에 담겼다.
1968년 세운상가 준공식에 박정희 대통령과 김현옥 서울시장(우측) |
세운상가 부지는 본래 일제가 도심 대화재 방지용으로 민가를 철거하고 조성한 공터였다. 해방 후 6·25전쟁 시기 피란민과 월남민이 몰려 판자촌이 형성됐고, 생계를 위해 성매매에 나선 여성들이 모이면서 '미아리 텍사스', '청량리 588'과 함께 서울의 대표적 사창가' 종삼'으로 변모했다. '종삼'은 종로3가의 줄임말이지만, 당시에는 사창가를 뜻하는 은어로 쓰였다.
세운상가 설계는 한국 건축의 선구자 김수근(1931~1986)이 맡았다. 그는 이후 서울대 관악캠퍼스, 목동 신시가지, 올림픽주경기장, 경복궁역을 설계했다. 세운상가를 밑거름으로 김수근은 현대건축의 거장으로 올라섰다.
김수근은 세운상가 부지에 한국 최초의 입체 도시를 구현하려 했다. 건물 옥상을 유리지붕과 녹지로 덮고, 각 건물을 공중보행로로 연결해 보행자와 차량을 분리하려 했으나 시공 회사가 나뉘는 바람에 당초 계획이 틀어졌다.
1980년대 말 세운상가의 모습 |
완공된 세운상가는 당시 냉난방, 수세식 화장실, 엘리베이터를 갖춘 초현대식 건물로, 도심 청계천에 오·폐수가 흐르던 서울의 랜드마크가 됐다. 상층부에는 연예인과 기업인, 외교관이 살고, 하층부에는 수입 전자제품 매장과 음반 가게가 들어섰다. 군사정권 시절, 해외 금지곡을 듣고 음반을 몰래 구하려는 청년들의 발길이 이어지면서 언더그라운드 대중음악의 성지가 됐다.
세운상가의 시작은 창대했으나 영광은 오래가지 못했다. 1970년대 강남 개발로 서울의 경제 축이 한강 남쪽으로 이동하자 상권이 급속도로 쇠퇴했다. 1987년 용산전자상가가 등장하면서 전자메카의 기능을 잃었고, 어두워진 복도는 음란물이 거래되고 청소년들이 불 꺼진 좁은 방에 모여 포르노를 보는 그들만의 '성지(性地)'로 바뀌었다.
사창가 '종삼'에서 서울의 랜드마크, 그리고 다시 음지로 변한 세운상가는 군사정권이 물러간 뒤 철거냐, 보존이냐를 놓고 좌·우 진영의 환경 논리가 격돌하며 여태껏 재개발 사업이 미뤄지고 있다.
최근엔 오세훈 시장이 세운상가를 허물고 그 자리에 녹지와 고층 빌딩을 세우려하자 여권이 세계문화유산인 종묘 경관을 해친다며 반대하고 나서 해묵은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이때가 2009년'...번번이 좌초된 세운상가 재개발 |
사실 많은 서울 시민은 도심의 낡고 음산한 건물을 헐고 뉴욕의 센트럴파크처럼 광활한 녹지를 조성하길 원한다. 그러나 세운상가에는 여전히 수많은 상인과 입주민의 생계가 걸려 있다. 초고층 빌딩 건설로 일조권 침해를 우려하는 인근 주민들의 입장도 고려해야 한다. 상가 부지가 다수 시민에겐 서울의 빛을 가리는 흉물이지만, 누군가에겐 삶의 터전인 셈이다.
"세계의 기운이 모인다"는 이름처럼, 요즘 세운상가 주변 청계천과 종로3가에는 'K-서울'을 사랑하는 세계인이 모여든다. 세운상가가 진짜 '세운(世運)'을 만날 듯한 이 시간, 정치권이라도 소모적인 정쟁을 접고 역사와 미래가 공존하는 공간 만들기에 적극 나서기 바란다.
ja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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