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인 중앙 내야수들은 메이저리그에서 통하지 않는다’는 선입견이 뿌리 깊게 박혀 있었던 시절이다. 실제 일본을 대표하는 최고 유격수들이 줄줄이 메이저리그 무대에 도전했으나 계속 실패를 거듭하던 때이기도 했다. 그런 상황에서 일본보다 한 단계 수준이 아래라는 한국의 유격수가 메이저리그에 왔으니 그렇게 큰 기대를 하지 않는 것은 당연했다. 하지만 강정호가 아시아 야구의 물줄기를 바꿔버렸다.
강정호는 2015년 126경기에서 타율 0.287, 15홈런, 58타점, OPS(출루율+장타율) 0.816을 기록하며 모두를 놀라게 했다. 당시 신인상 투표에서도 3위에 올랐다. 아시아 중앙 내야수들도 장타를 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첫 사례이자, 아직까지는 마지막 사례로 남아 있다. 강정호는 이듬해 2016년 103경기에서 21개의 홈런을 치며 거포형 내야수로 발돋움했다. 피츠버그가 제대로 대박을 쳤다는 호평이 잇따랐다.
하지만 2016년 귀국한 뒤 연말 음주운전 사고를 내 물의를 빚었고, 여기에 이 음주운전이 세 번째였다는 것이 밝혀지면서 야구 팬들에게 충격을 안겼다. 그간 쌓아온 이미지가 한 번에 무너지는 순간이기도 했다. 개인의 야구 경력도 사실 그 순간 끝이 났다. 피츠버그는 2017년 강정호를 제한 선수로 올렸고, 연봉 한푼 받을 수 없었다. 2018년 메이저리그에 복귀했지만 예전의 강정호는 아니었다. KBO리그 복귀 시도 또한 여론의 반발에 무산됐다.
강정호는 자신의 전성기가 언제였느냐는 질문에 “히어로즈 마지막 시절이 나는 그래도 제일 좋았던 것 같다. 그 느낌들 모두가 좋았다. 야구도 잘 됐고, 팀도 성적이 좋았었고, 개인 성적도 좋았고 미국도 바라보고 있었다. 모든 것들이 완벽했던 시즌 중 하나였던 것 같다. 그때가 가장 좋았던 것 같다. 아무 걱정 없이 즐기면서 행복하게 야구를 했던 시절이다”고 뽑았다.
반대로 메이저리그 시절에 대해서는 “그때(히어로즈 시절)가 더 행복했다. 미국에 갔을 때는 매일 경쟁 속에 찌들어 있었다. 매일 매일이 전쟁이었고, 뭔가 잘해야 한다는 압박감 속에 거의 살았던 것 같다. 마음적으로 많이 지쳤다. 매일 혼자만의 싸움, 고독한 야구 선수가 된 느낌이었다. 지금 돌이켜보면 당연히 거쳐야 했던 순간이라고 해야 하나”고 돌아봤다.
음주사고로 야구 인생은 사실상 사형 선고를 받았지만, 인간으로서는 많은 것을 깨우치고 다른 삶을 살 수 있었다는 의미다. 강정호는 “왜 인생을 이렇게 살았지? 이런 생각이 많이 들었다. 선수로서의 삶이 온전히 나는 내 자신을 위한 삶이라고 생각했다. 평가를 받아야 하는 사람이고, 결과로 평가받는 사람이라는 그런 게 강했다. 지금은 결과보다는 내가 하고 있는 것들에 대한 과정들을 더 많이 생각하려고 한다”고 달라진 자신을 설명했다.
강정호는 그때의 자신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에 대해 “왜 그렇게 살았니. 왜 너만을 위해 살았니. 이 말을 가장 해주고 싶다. 참 아이러니한 것 같다”고 씁쓸하게 웃었다. 이어 최근 화제를 모으고 있는 트라이아웃 도전에 대해서도 가장 좋았을 때의 느낌을 한 번 더 받아보고 싶은 마음이 있다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이어 “트라이아웃이 일주일밖에 안 남았다. 야구 때문에 성격이 이렇게 됐을까, 승부욕, 도전적인 것, 과감한 것도 야구 때문에 이렇게 됐을까 생각도 많이 든다. 야구를 하면서 진짜 많이 배운 것 같다”면서 “큰일도 있었고 사소하게 좋은 일도 많이 있었고, 인내심도 많이 배우고, 이기는 방법도 많이 알았고, 도전하는 방법도 알았다. 야구를 하면서 좋은 것은 실패를 많이 해봤다는 것이다. 이번에 못해도 다음에 또 해도 되고, 결국에 끝까지 도전하는 사람이 성공하게 되어 있다. 정말 도전하는 삶을 살고 있구나, 열정이 있구나는 이야기를 듣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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