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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배송을 유지해야 하는 이유 [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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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시내의 한 쿠팡 물류센터의 모습. 연합뉴스

서울 시내의 한 쿠팡 물류센터의 모습. 연합뉴스


민주노총의 정책 제안이 매우 활발하다. 민주노총 위원장 출신이 장관으로 발탁된 영향일 것이다. 최근 국회를 통과한 '근로자의 날'을 '노동절'로 바꾸는 법안에도 "오랜 숙원이 이뤄졌다"며 환호했다.

민주노총 택배노조는 정부 주도의 '사회적 대화기구'에서 새벽배송(0~5시) 전면 금지를 공식 제안했다. 하지만 '주 7일 배송'과 '새벽배송'은 단순한 물류가 아니라 생활 인프라다. 새벽배송이 중단되면 소비자 불편은 불가피하다. 공정거래위원회 등에 따르면 신선식품이나 생활용품 로켓배송 이용자는 약 1,800만 명에 달한다. 영세 자영업자도 식재료를 새벽배송으로 공수하고, 도서·산간지역 주민도 이를 이용한다.

민주노총 택배노조는 택배기사의 건강권을 내세운다. 택배기사들이 새벽배송의 암묵적 피해자라는 인식이 깔려있다. 그렇다면 '피도 눈물도 없는 자본(사용자)'이 그들의 팔을 비틀어 새벽배송으로 내몰았단 말인가. 그렇지 않다. 한국물류과학기술학회의 조사(2025년 7월)에 따르면 "심야 배송 기사 상당수가 교통 혼잡이 적고, 상대적으로 수입이 높으며, 낮 시간을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새벽배송을 선호한다. 자발적 선택이며 합리적 보상에 따른 결과다. 언제 일하고 얼마를 받을지는 근로자와 사업자 간의 합의이지 노조가 개입할 사안이 아니다.

민주노총은 '사회적 대화'라고 주장하지만, 정작 주요 당사자인 새벽배송 기사·소비자·판매자는 빠져 있다. 사회적 합의가 아니라 정치적 선언에 불과하다. 건강권 보호라는 명분도 상투적이다. 근로시간 유연화, 충분한 휴식, 주당 총근로시간 관리 등이 현실적 대안이다. 근로 자체를 금지하겠다는 것은 계약 자유를 통제하겠다는 뜻으로, 민주노총 스스로 '근로 규제기관'이 되겠다는 선언이다.

제도와 관행은 시장의 빈틈을 메우는 방향으로 서서히 진화한다. 새벽배송도 그래왔다. 한국 유통·물류산업의 경쟁력을 끌어올린 혁신 인프라이자, 소비자 후생을 실질적으로 높인 시장의 성취다. 새벽배송은 맞벌이 부부, 워킹맘, 자영업자 등 시간 제약이 큰 소비자들에게 사실상 필수 서비스로 자리 잡았다. 이를 노조의 시각으로 제한한다면 피해는 국민에게 돌아간다.

시장경제에서 소비자와 생산자는 '동질적 집단'일 수 없다. 각자 상이한 삶의 조건 속에서 '기회와 유인'을 비교하면서 여가와 소득을 선택한다. "모든 사람이 심야근로를 해서는 안 된다"고 법제화하면 이는 '프로크루스테스 침대'를 강요하는 것이다. 도시의 경제활동은 24시간 돌아간다. 24시간 편의점이 이를 웅변하고 있다. 자율의 영역을 정치적 명분으로 대체하려는 시도는 시장 기능을 마비시킬 뿐이다. 그리고 자유를 박탈하는 것이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바른사회시민회의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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