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사일 스타디움은 8만 9천석을 수용할 수 있는 대형 경기장이다. 중동에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곳. 아시아에서는 2002년 FIFA 한일 월드컵 이후 두 번째로 월드컵 결승전을 치렀다는 상징성이 있다. 카타르 월드컵 결승전(2022년)을 시작으로 아시안컵 결승전(2023년)을 치렀던 곳이며, 올해 12월에는 FIFA 인터콘티넨탈컵 2024 결승전, FIFA 아랍컵 등이 예정돼 있다.
영국의 세계적인 건축가 노먼 포스터가 디자인했고, 아랍과 이슬람의 예술과 장인 정신을 보여주는 '파나르' 랜턴을 기반으로 했다. 빛과 그림자의 상호 작용에서 영감을 받아 영롱한 황금빛이 경기장을 감싸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웅장한 루사일 스타디움 주변, 카타르에서 또 하나의 월드컵이 열리고 있다. 국제축구연맹(FIFA) 17세 이하(U-17) 월드컵이 한창이다. U-17 월드컵은 각국 대표팀 유망주들이 처음으로 경험할 수 있는 FIFA 주관 국제 대회. 앳되고 어렸던 ‘유망주’ 손흥민이 첫 선을 보였던 대회고, 부폰, 피구, 차비, 아자르, 이니에스타, 네이마르, 호나우지뉴 등도 월드클래스로 도약하기 전 이 무대를 밟았다.
손흥민은 카타르와 꽤 인연이 많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 시절에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지역 예선을 위해 카타르 원정길을 떠났는데 부상으로 교체되는 악재에 팀은 2-3으로 졌다. 결국 슈틸리케 감독은 월드컵 최종예선 도중 경질됐고, 한국 대표팀은 우여곡절 끝에 월드컵 본선에 진출했다.
이후 2022년 월드컵에서는 대회 직전 안와골절 부상으로 마스크를 쓰고 투혼을 발휘했다. 손흥민은 카타르에서 바늘 구멍 확률을 뚫고, 한국 대표팀과 기적적인 16강 진출 환희를 경험했다.
우승 후보로 간주됐지만 가시밭길이었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의 방만한 팀 운영과 부족한 전술 대응 탓에 조별리그부터 고전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16강, 호주와 8강전까지 연속 연장 혈투를 벌여 ‘좀비 축구’라는 별명까지 붙었다.
우여곡절 끝에 준결승(4강)에 왔지만 결승전까지 가지 못했다. 한 걸음만 더 가면 리오넬 메시가 세계를 지배했던 루사일 스타디움에 들어갈 수 있었는데, 요르단에 슈팅 한 개도 때리지 못하고 무기력하게 무너졌다.
1년이 지난 뒤, '스포티비뉴스'는 FIFA U-17 월드컵 조직위원회 초청으로 루사일 스타디움에 들어갈 수 있었다. 손흥민이 앉을 수도 있었던 루사일 스타디움 라커룸에는 월드컵 정상을 밟았던 메시의 흔적을 볼 수 있었다. 마치 최근 깐부치킨에서 젠슨 황·이재용이 앉았던 자리처럼, 라커룸 안에는 '축신' 메시의 자리가 영롱하게 각국 취재진을 반겼다.
메시의 기쁨과 아르헨티나 선수들의 환호성이 들리는 듯 했지만 마음 한 켠에 왠지 모를 씁씁함이 교차했다. “1년 전, 손흥민이 여기에 앉았다면 어땠을까”, “우리는 메시 로드(Messi’s road)를 걸을 수 있었을까”라는 아쉬움이 몰아쳤다.
손흥민은 올해 여름 10년 동안 뛰었던 프리미어리그 커리어를 뒤로하고 미국 무대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정확한 대표팀 은퇴 시기를 언급하진 않았지만, 최근 발언들과 나이를 생각하면 2026 북중미 월드컵 이후가 유력하다.
하지만 북중미 월드컵이 끝나고 6개월 뒤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아시안컵이 열린다. 2027년 1월이면 35세를 앞두고 있지만, 마지막 불꽃을 태우기엔 충분하다. 어쩌면 카타르 ‘그 라커룸’에 앉지 못했던 설움을 그때는 털어낼 수 있지 않을까. 메시도 커리어 내내 간절하게 원했던 딱 한 가지를 35세에 이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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