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로 가는, 대통령 지지율과 여당 지지율
강성 결집보다 상대 진영 분파도 살펴야
같은 생각만 남아있다면, 좋은 나라일까
강성 결집보다 상대 진영 분파도 살펴야
같은 생각만 남아있다면, 좋은 나라일까
이재명 대통령이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2026년도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에 대한 정부의 시정연설을 마치고 국회를 나서며 정청래(왼쪽)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대화하고 있다. 뉴스1 |
지난주 한국갤럽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의 직무수행 긍정평가 비율은 10월 말 대비 6%포인트 증가한 63%였으나, 더불어민주당 지지율은 1%포인트 감소한 40%라고 한다. 대통령 지지율과 대통령 소속 정당 지지율이 서로 다른 방향으로 움직인 것이다.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의 성공적 마무리에 대한 긍정적 반응과 국회 내 민주당발 잡음에 대한 부정적 반응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대통령과 민주당이 한 몸으로 움직이지 않는 예는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최근 더불어민주당 부산시당 위원장 선거에서 친명계 정치인에게 경선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았다는 이유로 일부 당원들이 정청래 당대표에게 공개 사과를 요구한 사태가 그중 하나다. 세간에서는 이 사건을 '명-청 갈등'이라고 말하기까지 한다.
행정부 차원에서도 항상 일관된 목소리가 나오는 것은 아니다. APEC을 계기로 열린 한미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에 핵추진 잠수함 건조를 승인해 주었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자주국방의 쾌거"라고 말하면서 "김정은은 잠을 못 잘 것"이라는 다소 도발적 발언까지 서슴지 않았다. 이재명 정부의 북한에 대한 입장이 유화적이라는 통념을 고려하면 앞뒤가 맞지 않아 보인다. 통일부 장관은 남북대화 가능성을 높이고자 하는데 국방부 장관은 북한을 적대시하는 장면은 어색하기 그지없다. 소위 '자주파' 내부에 민족을 우선시하는 세력과 자강을 우선시하는 세력이 나뉜 모습이다.
이렇듯 양대 정당 혹은 진보-보수 양대 진영 간 갈등이 첨예한 상황에서도 진영 내 균열은 존재한다. 하지만 대부분 사람들은 이러한 균열에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진보 진영을 탐탁지 않게 여기는 사람들에게 대통령실과 민주당 내 이견은 대동소이할 뿐이고, 보수 진영을 적대시하는 사람들에게 국민의힘 내 분파들은 모두 '내란당'의 구성원으로 여겨질 뿐이다. 진영 논리에 매몰된 정치인과 유권자는 자신의 진영 안에서 다른 목소리를 내는 사람을 배제시키고자 한다. 배신자라는 낙인을 찍어 당에서 쫓아내고 '수박' 프레임을 씌워 공천에서 탈락시킨다. 그 결과 각 진영의 이념 순도는 높아진다. 정치 양극화가 꾸준히 심화되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이다.
정치 양극화를 완화시키기 위한 첫 단추는 상대방 진영 내 분파들을 면밀히 살펴보는 작업이다. 자신의 진영과 입장을 공유하는 상대방이 있다면 그와 협력하여 법안을 통과시킬 수도 있고, 그를 포섭하여 선거에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수도 있다. 이견을 피력하는 구성원의 이탈을 막기 위해 각 진영은 조직에 대한 충성을 강요하는 대신, 보다 유연하고 느슨한, 다양한 입장을 포괄하는 조직문화를 형성하게 될 것이다. 정치 진영 내 다양한 분파가 공존하고, 진영 간 분파들의 상호작용이 활발해진다면 양대 진영으로 구성된, 경직된 양극화는 완화될 수 있다.
정치는 선거에서 승리하기 위해, 정책 의제를 구현하기 위해, 세상을 원하는 방향으로 바꾸기 위해, 혹은 최악의 파국을 피하기 위해 악마와도 타협해야 하는 예술이다. 이 말은 거의 모든 정치인의 입에서 나온다. 거의 모든 정치학 수업 수강생들이 이 문장을 답안지에 적는다. 하지만 말뿐이다. 상대 진영이 없어지고 나의 입장을 공유하는 사람들만 남은 나라가 정말 좋은 나라일지 한 번만 생각해 보자.
하상응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