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형준 국가데이터처장 |
공직에서 처음 배운 가르침은 기록의 힘이다. 한 장의 문서, 한 줄의 숫자, 한 번의 회의록이 시간이 지나면 정책의 근거가 된다. 처음에는 단순한 절차로 여겨졌지만 돌이켜보면 그 모든 기록이 하나의 데이터였고, 그 안에는 사람들의 판단과 고민, 사회의 흐름이 담겨 있었다. 공직의 기록 문화는 단순한 정보가 아니라, 과거를 이해하고 미래를 설계하게 만드는 토대였다.
AI는 인간처럼 데이터를 통해 세상을 배운다. 그러다 데이터가 불완전하거나 설명이 충분하지 않으면 AI는 그 빈틈을 상상으로 채운다. 우리는 그 결과를 오류라 부르지만, 사실은 정보의 결핍이 만든 착각이다.
AI의 경쟁력은 이 결핍을 얼마나 줄이느냐에 달려 있다. 기술의 성능만큼 중요한 것은 그 기술이 배우는 데이터의 품질이다. 아무리 뛰어난 알고리즘이라도 불완전한 데이터를 학습하면 결국 블랙박스에 머무른다. 데이터의 의미와 맥락을 정확히 설명할 수 있을 때 비로소 AI는 투명한 '유리상자'처럼 작동한다.
AI를 유리상자로 만들어주는 핵심 중 하나가 바로 '메타데이터'다. 메타데이터는 데이터의 내용을 정의하고 맥락과 출처를 밝혀주는 일종의 설명서이자 지도다. 수십 년간 축적된 통계나 데이터도 '누가, 언제, 무엇을, 어떻게 만들었는가'에 대한 정보가 없으면 활용하기 어렵다. AI는 바로 이런 '설명이 없는 데이터'를 만날 때 가장 쉽게 길을 잃는다.
각 데이터에 대한 설명과 데이터 간 관계가 정확히 정의되면, 통계는 전문가만의 언어가 아니라 국민이 활용할 수 있는 공공의 자산이 된다. 예를 들어 국가데이터처가 매달 공표하는 물가지수를 생각해 보자.
물가는 식료품과 외식비, 유가와 환율, 기후 요인 등 수많은 세부 품목과 변수의 영향을 받는다. 지금은 개개인이 이러한 변수들을 종합적으로 분석하는 것이 쉽지 않지만, 정확한 메타데이터가 구축된다면 AI를 활용해 통계에 대한 분석도 쉬워질 수 있다.
통계를 이용하는 개인은 그 변화의 이유를 쉽게 이해할 수 있고 미래 전망도 가능해진다. 가계는 소비 계획을 세우고, 자영업자는 원가를 조정하며, 기업은 투자 시점을 가늠할 수 있게 된다.
메타데이터 구축과 함께 AI 시대에 걸맞은 데이터 체계를 만들고, AI 기술을 기반으로 데이터가 자유롭게 연계·활용되는 생태계를 꿈꾼다. 캄캄한 바다에 등불을 켜듯, 데이터에 신뢰의 빛을 더해 가는 과정이 될 것이다. 이렇게 쌓인 데이터 위에서 대한민국은 AI 강국으로 당당하게 걸어갈 것이다.
[안형준 국가데이터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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