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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해 감사원장 퇴임… “외풍 속 독립 지키기 위해 최선, 후회 없다”

조선일보 김경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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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해 감사원장이 11일 오전 퇴임식을 마치고 서울 종로구 감사원을 나서고 있다. /뉴스1

최재해 감사원장이 11일 오전 퇴임식을 마치고 서울 종로구 감사원을 나서고 있다. /뉴스1


헌정사상 처음으로 감사원장 탄핵 소추를 당했던 최재해 감사원장이 11일 4년 임기를 마치고 퇴임하며 “후회는 없다”고 말했다.

최 원장은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감사원에서 열린 퇴임식에서 이임사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최 원장은 “모든 일이 순탄치만은 않았고 어려움도 많았다”며 “국가적으로 엄중한 상황이 오랜 기간 이어졌고, 감사원의 독립성과 중립성을 둘러싼 오해와 논란 속에서 감사원장에 대한 탄핵 소추라는 전례 없는 상황도 겪었다”고 회고했다.

이에 대해 최 원장은 “때로는 쉽지 않은 순간도 있었지만, 감사원을 위하는 길이 무엇인지 스스로에게 묻고 또 물으며 그 길을 선택해 왔기에, 아쉬움은 있을지언정 후회는 없다”고 했다.

최 원장은 “감사원장으로서 맨 앞에서 외풍을 맞으면서도 감사원의 독립성과 원칙을 지키기 위해 심사숙고하며 최선의 노력을 다했다”고 했다.

최 원장은 문재인 정부 때인 2021년 11월 12일 국회의 임명 동의를 거쳐 문 전 대통령에 의해 감사원장에 임명됐다. 감사원 출신이 원장이 된 것은 최 원장이 처음이다. 최 원장 임기 동안 감사원은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은폐·왜곡 의혹, 전현희 전 국민권익위원장(현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비위 의혹, 금강·영산강 보 해체와 상시 개방 결정 관련 의혹, 신재생에너지 사업 관련 비리, 선거관리위원회 직원 친지 채용 비리, 새만금 잼버리 실패, 국가 통계 조작 의혹, 대통령실·관저 용산 이전 관련 의혹, 비무장지대(DMZ) 내 북한 감시초소(GP) 철수 부실 검증 의혹,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 정식 배치 고의 지연 의혹 등을 감사해 감사 보고서를 내놨다. 상당수는 문재인 정부 고위 인사들의 비리 의혹에 관한 감사였고, 일부는 선관위 등 독립기관의 비리나 윤석열 정부의 실패에 관한 것이었다.


이와 관련해 지난해 12월 민주당 등 당시 야당은 최 원장을 탄핵 소추해 직무를 정지시켰다. 민주당은 감사원이 문재인 정부의 각종 정책에 대해 표적 감사를 한 반면, 대통령실·관저 이전 과정에 대해서는 부실하게 봐주기 감사를 했다고 주장했다. 최 원장이 총리에게 공익 감사 청구권을 부여하도록 훈령을 개정해 감사원의 독립성을 해쳤다고도 주장했다. 그러나 헌법재판소가 지난 3월 13일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최 원장 탄핵을 기각하면서 최 원장이 직무에 복귀했다.

최 원장의 퇴임으로 당분간 감사원장 권한은 김인회 감사위원이 대행한다. 대통령이 지명하고 국회가 동의한 인사가 후임 원장이 되나, 이재명 대통령은 아직 후임 원장을 지명하지 않았다.

◇최재해 감사원장 이임사 전문


사랑하는 감사원 가족 여러분, 저는 오늘을 마지막으로 제 40년 공직 인생을 함께한 정든 감사원을 떠납니다.

젊은 시절, 부푼 꿈을 안고 감사원에 들어와 국가와 국민에게 봉사하며 제 일생을 보냈고, 그 마지막을 감사원장으로 여러분과 함께한 것은 제게 더없이 큰 영광이자 자부심이었습니다.

4년 전 감사원장으로 취임하던 그날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감사원 역사상 최초의 원 출신 원장으로서 과분한 기대와 환영 속에 삼청동에 돌아왔고, 국가와 국민, 그리고 감사원을 위해 다시 일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에 가슴 벅차고 기뻤습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국가 최고 감사 기구 수장으로서 감사원의 오랜 역사와 위상을 이어가야 한다는 막중한 책임감에 어깨가 무거웠습니다.

인사청문회를 준비하면서 앞으로 감사원을 어떻게 이끌어나갈지, 감사원이 나아갈 길은 무엇인지 고민했던 기억도 생생하게 떠오릅니다.

그 당시 제 생각에 감사원에 요구되는 시대적 과제는 감사원이 본연의 역할을 묵묵히 수행하면서 국민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다가올 미래에 대한 예측과 통찰을 통해 감사의 가치를 한 단계 높이는 것이라 생각하였습니다.

이에 ‘기본에 충실하면서, 국민의 시각으로 미래를 준비하는 감사원’을 감사 운영의 기조로 삼았고, 그 약속을 지키고자 지난 4년을 쉼 없이 달려왔습니다.

무엇보다, 감사원의 기본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였습니다. 헌법과 법률이 감사원에 부여한 책무를 다하고자 국가 발전과 국민 삶에 보탬이 되는 감사에 진력을 쏟았습니다.

보호의 사각지대에 놓인 출생 미신고 아동을 찾아내 사회 안전망 강화를 위한 법령 개정을 유도하였고, 국민 삶을 불편하게 하거나 기업 활동을 저해하는 소극 행정, 불합리한 규제도 개선하였습니다.

교원의 사교육 시장 참여와 일탈 행위 등 공직자의 각종 부정·비리 행위에 대해서는 무관용 원칙에 따라 엄정히 조치하여 공직 기강을 확고히 확립하고자 노력하였습니다.

나아가, 감사의 기본과 토대를 굳건히 다질 수 있도록 기관 정기 감사를 내실화하여 공공 부문의 경쟁력 향상을 뒷받침하고, 공공재정회계감사국을 설치하여 회계 검사를 강화하는 한편, 감사인의 기본 자세를 담은 ‘감사인 헌장’도 제정하였습니다.

그다음으로, 국민의 기대와 감사 수요에 적극 부응하고자 노력하였습니다. 감사에 국민의 목소리를 담아내기 위하여 국민감사본부를 신설하고 감사 청구에 대한 대응성을 높이는 한편, 기획 감사도 국가적 중요도가 높은 사안에 집중할 수 있도록 ‘고위험 중점 분야’ 분석을 통해 전략적 감사 기획 시스템을 마련하였습니다.

아직 가야 할 길이 멀지만, 국민이 제안하는 감사와 감사원이 직접 기획하는 감사가 상호 보완하며 유기적으로 작동하는 감사 체계로 자리 잡고 국민의 신뢰 속에 한층 더 발전해 나가기를 기대합니다.

그리고 미래 위험 대비라는 감사의 새로운 역할 정립도 시도하였습니다. 기후 위기, 4차 산업혁명, AI, 인구 구조 변화 등 현실화되고 있는 미래 위험 요인에 대해 그 대응 실태를 체계적으로 점검하고 선제적 대처를 촉구하는 ‘미래 지향형 예방 감사’를 확대하였습니다.

이는 앞으로 다가올 사회·구조적 변화에 정부가 적기에, 적극적으로 대비할 수 있도록 하는 감사원의 핵심적인 기능으로 지속 발전시켜 나가야 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공직 사회가 적극적으로 일하도록 지원하고, 자체 감사 기구와 협력을 강화하는 데에도 힘을 쏟았습니다. 감사가 공직 사회에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혁신 지원형 감사 분야’를 도입해 창의적 도전을 지원하고, 공공 갈등 해결과 기업 활동 뒷받침을 위해 감사원의 사전 컨설팅 기능도 강화하였습니다.

나아가 공공 감사의 기본 규범인 ‘공공감사기준’은 1999년 제정 이후 25년여 만에 전면 개정안을 마련하였으며, 감사원과 자체 감사 기구가 협력하고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효율적인 역할 분담 기반을 구축하고자 노력하였습니다.

돌이켜보면, 그간 여러분과 함께 참 많은 일을 해냈고, 의미 있는 성과도 많았습니다.

밤늦게까지 불이 꺼지지 않던 사무실, 현장에서 묵묵히, 땀 흘려 소임을 다하던 여러분의 모습이 지금도 제 마음 깊이 남아있습니다.

저를 믿고 함께 헌신해 준 모든 분의 노고와 열정에 다시 한번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그러나 모든 일이 순탄치만은 않았고 어려움도 많았습니다. 국가적으로 엄중한 상황이 오랜 기간 이어졌으며, 감사원의 독립성과 중립성을 둘러싼 오해와 논란 속에서 감사원장에 대한 탄핵 소추라는 전례 없는 상황도 겪었습니다.

때로는 쉽지 않은 순간도 있었지만, 감사원을 위하는 길이 무엇인지 스스로에게 묻고 또 물으며 그 길을 선택해 왔기에 아쉬움은 있을지언정 후회는 없습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부족해 보이는 부분도 있었겠지만, 감사원장으로서 맨 앞에서 외풍을 맞으면서도 감사원의 독립성과 원칙을 지키기 위해 심사숙고하며 최선의 노력을 다하였습니다.

감사원을 떠나는 지금 홀가분하지만, 마음이 편치만은 않습니다. 앞으로 감사원이 풀어내야 할 국가적 과제들이 산적해 있고, 우리 안팎의 갈등과 오해 또한 완전히 해소되지 못하고 있어 걱정스러운 마음이 앞섭니다.

하지만 제 역할은 여기까지입니다. 이제 남아 있는 과제들은 감사원 77년 역사의 단단함, 감사관 한 명 한 명의 역량과 열정을 믿고 여러분께 맡기려 합니다.

존이구동(尊異求同), 화이부동(和而不同)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서로 생각이 다를 수 있고 때로는 의견이 부딪힐 수도 있지만, 역지사지(易地思之)의 마음으로 차이를 존중하고 하나의 목표를 향해 함께 나아갈 때, 그리고 그 속에서도 중심과 원칙을 잃지 않을 때, 우리는 어떠한 난관도 슬기롭게 극복할 수 있습니다.

미안함과 아쉬운 마음을 안고 떠나지만, 저 역시 감사원을 사랑하는 한 감사인으로서 감사원 가족 여러분들이 한마음 한뜻으로 소통하고 보듬으며 지혜와 힘을 모아주시기를 진심으로 부탁드립니다.

여러분들께서 감사원이 안고 있는 숙제들을 현명하게 매듭짓고 성숙한 결실로 일구어내 주시리라 믿습니다.

이제 감사원장이라는 무거운 짐을 내려놓습니다. 앞으로는 감사원을 진심으로 아끼는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한 걸음 뒤에서 여러분들을 응원하겠습니다.

감사위원님들과 사무총장님, 그리고 직원 여러분 모두 감사원을 잘 부탁드립니다.

그동안 고마웠고, 감사했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김경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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