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헌식 대중문화 평론가 |
영포티(Young Forty)라는 단어를 두고 몇 달째 설왕설래가 이어진다. 핵심은 영포티로 불리는 세대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과 반응이다. 영포티는 말 그대로 젊어 보이는 40대를 가리키는데 이를 두고 50~60대가 아니라 20~30대가 보이는 태도가 논란거리가 된 것이다. 이런 부정적인 인식행태에 대해 여러 원인과 배경분석이 이뤄진다. 예컨대 정치, 경제, 사회 그리고 문화적 차원의 접근을 볼 수 있다. 정치적으로는 젊은 보수성향의 20~30대가 그렇지 않은 40대를 비난하기 위한 세대 개념이라는 분석도 있고 정치리더십의 부재를 들기도 한다.
경제적인 측면이 가장 많이 부각되는데 40대 이상은 이미 고용이 보장되고 자산도 확보돼 있는데 20~30대는 그렇지 않은 불만이 내재한다고 말한다. 심지어 운이 좋은 세대와 그렇지 않은 세대의 갈등론도 거론한다. 드라마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부장 이야기'에 비난의 화살을 돌린다는 말도 나온다. 사회적으로 만혼이 진행되다 보니 40대와 20~30대가 결혼을 두고 배우자를 다투는 경쟁자가 돼 젊게 사는 40대가 미워보인다는 지적도 있다. 문화적으로 젊고 스포티하게 사는 것은 젊은 세대의 전유물인데 이것조차 소유하려고 하면서 정작 인식은 구시대적이라고 비난한다는 지적도 있다. 이러한 배경과 경향에 대해 당연히 부정적인 파장이나 효과를 미칠 것을 우려하는 전문가들의 멘트가 덧붙여진다.
영포티라는 말 자체가 허구적이다. 애초 소비트렌드 마케팅을 위해 만들어진 말이다. 영포티는 이제 모순에 더더욱 봉착했다. 원래 X세대를 겨냥해 묶은 개념이지만 어느새 Z세대와 늘 함께 묶이던 밀레니얼세대가 40대에 들어섰다. 우리나라의 중위연령은 46세다. 이제 더이상 중년이라고 할 수 없다. 아이폰을 왜 40대가 더 많이 구입하는가 하지만 그들은 이미 아이폰 첫 모델을 20대 중반에 구입했다. 그냥 쓰던 스마트폰의 신제품을 구입하는 것뿐이다.
일부 20~30대가 보수화했는지 모르지만 전체가 그렇지는 않듯이 영포티 세대의 정치성향도 마찬가지다. 그들이 정말 모두 고용이 안정되고 자산을 보유했는지 의문이다. 20대는 88만원밖에 받지 못한다고 주장한 책 '88만원 세대'가 2007년에 나왔는데 그때 20대가 지금 40대가 됐다. 여전히 대부분 비정규직 등 고용이 불안정하다. 심지어 X세대는 드라마의 김 부장처럼 명예퇴직을 해야 한다. 자녀가 자라서 한창 돈이 많이 들어가는데 말이다.
사람은 조금이라도 있다가 없으면 더 불안과 공포감에 휩싸인다. 20대가 경제적 불안정에 있다면 그 부모인 X세대나 586세대가 그런 위치에 있는 것이다. 돈 있는 재력가와 젊은 청춘의 사랑투쟁은 만고불변 고금 이래의 이슈였다. MZ세대가 누리는 많은 것이 문화적으로 X세대에게서 기원했다. 젊은 세대와 기성세대의 갈등은 언제나 있었다. 4·19세대와 386세대, 386세대와 X세대의 갈등이 그러했다. 다만 X세대는 양쪽에서 협공당하니 억울하고 밀레니얼세대는 황당할 만하다. 언제나 앞선 이들에 대한 불만은 있었고 나이 적은 사람에 대한 불평도 마찬가지다.
애초 영포티 담론과 갈등은 수많은 개인을 특정 개념으로 묶는 마케팅 용어의 오용이 만든 환상이라 허수아비를 붙잡고 갑론을박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각기 다른 개인들이 있을 뿐 이들을 손쉽게 파악하려는 인지적 구두쇠 현상은 갈등과 분란만 일으킨다. 특정 개념에 사람들의 개성과 취향을 구겨넣는 것은 또 하나의 편견과 차별로 악화시킬 뿐이다. 이런 프레임에서는 Z세대도 같은 비난을 받는 운명이다. 영포티라는 범주로 묶기보다 한 사람 한 사람의 특성 및 정체성과 마주하고 관계를 형성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상대를 집단적으로 비난한다고 개인의 삶 자체가 나아질 수 없다. 오히려 공조하고 협력하는 방법을 찾는 게 낫다.
김헌식 대중문화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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