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로 건너뛰기
뉴스
서울
맑음 / 1.4 °
중앙일보 언론사 이미지

[사설] 항소 포기 사태, 정성호 법무 해명 납득하기 어렵다

중앙일보 n/a
원문보기
댓글 이동 버튼0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10일 정부과천청사 법무부로 출근하며 검찰의 '대장동 항소 포기' 사태와 관련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우상조 기자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10일 정부과천청사 법무부로 출근하며 검찰의 '대장동 항소 포기' 사태와 관련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우상조 기자





“항소 안 해도 문제없다고 판단했다” 옹색한 변명





7000억대 부당이득 추징 막혔는데 “민사로 환수”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검찰의 대장동 1심 판결 항소 포기 사태에 대해 어제(10일) 출근길에 해명을 내놨다. 정 장관은 “항소를 안 해도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며 “대검에 여러 사정을 고려해 신중히 판단하라는 의견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재명 대통령과 무관하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납득하기 어려운 대목이 한둘이 아니다.

정 장관은 “검찰의 구형보다 높은 형이 선고됐다”며 “성공한 수사, 성공한 재판이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피고인 5명 가운데 유동규·정민용은 구형보다 높은 형을 받았지만 김만배·정영학은 낮은 형을 받았다. 특히 법원은 검찰이 적용한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이 아닌 처벌이 가벼운 형법상 업무상 배임을 적용했다. 이 부분은 항소심에 가서 다퉈볼 여지가 충분했지만 정 장관은 이 핵심 쟁점은 거론조차 하지 않았다.

검찰의 항소 포기로 7000억원 넘는 불법 이익의 환수 길이 막힌 데 대해서도 궁색한 설명을 했다. 정 장관은 “(성남시와 경기도시개발공사가 대장동 피고인들을 상대로) 이미 제기한 민사소송에서 받으면 된다”고 했다. 하지만 형사사건에서 무죄가 나오면 관련된 민사소송에서 승소하기는 쉽지 않다. 변호사 출신 장관이 정말 모르고 하는 소리인지 되묻게 된다.

정 장관은 “검찰에 항소 포기를 지시하거나 지침을 준 바 없다”며 외압 의혹을 부인했다. 정 장관은 “1심 선고 결과를 보고받은 뒤 처음에는 항소 여부를 신중히 알아서 판단하라고 했고, 두 번째 대검 보고 때는 검찰 구형보다 높은 형량이 선고돼 법리적으로 문제없다고 판단했다”고 해명했다. 보고를 두 차례나 받고 항소 포기 판단까지 했다는 장관이 지시한 적이 없다는 해명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알아서 판단하라’는 말로 사실상 항소 포기를 유도했다는 의심을 피하기 어렵다.


정 장관은 또 “항소를 계속하면 정치적 논란이 커질 것으로 판단했다”며 “남욱 피고인이 ‘검사가 배를 가른다’고 한 증언이 충격적이었다”고 했다. 그러나 정치적 파장을 이유로 검찰의 법리적 판단을 접었다면 이 자체가 정치적 행위가 아닌가.

검찰 내부는 들끓고 있다. 검사장 18명과 지청장 8명이 “항소 포기 이유를 설명하라”는 집단성명을 냈다. 대장동 수사팀을 이끌었던 강백신 대구고검 검사는 “법무부 장관과 차관이 항소를 반대했다고 들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정 장관은 “저의가 의심스럽다”며 일축했지만, 대충 덮을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정 장관과 노만석 검찰총장 권한대행 등은 항소 포기와 관련해 직권남용과 직무유기 혐의로 고발된 상태다. 노 대행은 어제 출근길에서 ‘법무부 지시가 있었느냐’는 질문에 “다음에 말하겠다”며 즉답을 피했다. 정 장관은 “검찰이 정치 사건에 매달리지 말고 개혁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지만, 지금 필요한 것은 법의 일관성과 정치적 중립성이다. 수사와 사법 시스템 파괴라는 비판을 받는 이번 사태의 경위를 명백히 밝히고, 필요하다면 관련자의 법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

중앙일보 / '페이스북' 친구추가

넌 뉴스를 찾아봐? 난 뉴스가 찾아와!

ⓒ중앙일보(https://www.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info icon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AI 이슈 트렌드

실시간
  1. 1김민종 미우새 논란
    김민종 미우새 논란
  2. 2이이경 유재석 패싱 논란
    이이경 유재석 패싱 논란
  3. 3차태현 성격 논란
    차태현 성격 논란
  4. 4박나래 주사이모 논란
    박나래 주사이모 논란
  5. 5윤태영 웰터급 챔피언
    윤태영 웰터급 챔피언

중앙일보 하이라이트

파워링크

광고
링크등록

당신만의 뉴스 Pick

쇼핑 핫아이템

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