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석 국무총리가 10일 서울 종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종묘를 찾아 최근 서울시의 세운 4지구 재개발 계획에 대한 정부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청사사진기자단 |
한국 최초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종묘가 재개발 몸살에 휩쓸리고 있다. 종묘 앞에 들어설 건물 높이를 기존 72m에서 최대 142m로 두 배나 올린 서울시 ‘도심 재개발 계획’이 불러온 갈등이다. 서울시는 “종묘 앞 세운4구역 재개발은 낙후지역 활성화를 위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대법원이 지난 6일 서울시의 문화유산 주변 규제 완화가 적법하다고 판결하자, 이번엔 ‘종묘 옆 초고층 개발’을 우려·반대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7일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허민 국가유산청장에 이어 10일 김민석 국무총리와 유홍준 국립박물관장이 종묘를 찾았다. 김 총리는 “종묘 앞 개발은 서울시가 밀어붙일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이번 문제를 다룰 제도 보완에 착수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회적 공론화와 법령 제·개정으로 서울시의 종묘 주변 초고층 개발에 제동을 걸겠다는 행보로 읽힌다.
문화유산의 가치는 한번 훼손되면 되돌릴 수 없다. 1995년 종묘를 국내 최초의 세계유산으로 지정한 유네스코가 ‘종묘 경관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인근 지역의 고층 건물 인허가가 없단 걸 보장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가 종묘의 시야를 해치는 고층 건물의 허가 제한을 권고했던 것도 종묘의 상징성 때문이다. 그런데도 서울시와 서울시의회는 “재정비 계획이 종묘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지난 4월 유네스코가 요청한 ‘유산영향평가’를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개발제한 조례를 바꾸었다. 유네스코 권고를 따르지 않으면 최악의 경우 ‘등재’가 취소될 수 있다. 독일 드레스덴의 엘베 계곡, 영국 리버풀의 해양상업도시같이 대규모 개발사업에 세계유산 지위를 잃은 전례가 있다. 서울시의 초고층 주변 개발로 종묘의 유네스코 문화유산 지정이 취소되면, 국가 이미지와 문화적 자부심에 상처를 입고 관광 정책에 적지 않은 영향을 받게 된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종묘 앞 100m 폭의 녹지를 조성해 종묘를 돋보이게 할 사업”이라고 했지만, 그것이 142m까지 건물 높이를 올려 경관을 훼손할 이유가 될 수는 없다. 김건희식의 무도한 차담회나 초고층 건물 피해로부터 종묘를 보존하는 건 문화·역사의 가치와 미래를 중시하는 결정이다. 이제라도 유네스코 권고를 받아들여야 한다. 서울시는 눈앞의 개발이익 논리보다 문화유산과 공존하고 그 가치를 소중히 키워가는 도시계획을 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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