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니 대통령, '32년 철권통치' 수하르토에 '국가 영웅' 칭호 수여

[로이터 연합뉴스]

프라보워 수비안토 인도네시아 대통령이 인권 단체의 반발 속에 독재자이자 자신의 옛 장인인 하지 모하마드 수하르토 전 대통령에게 '국가 영웅' 칭호를 수여했습니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프라보워 대통령은 현지시간 10일 '영웅의 날'을 맞아 대통령궁에서 기념식을 열어 2008년 사망한 수하르토 전 대통령을 비롯해 모두 10명을 국가 영웅 명단에 추가했습니다.

프라세티요 하디 국가비서실 장관(국무장관)은 "(칭호 수여는) 모든 역경에도 국가를 위해 탁월한 공헌을 한 지도자를 기리는 방식의 일환"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매년 영웅의 날에 독립 유공자나 건국 공신 등에게 국가 영웅 칭호를 수여합니다.

이날 대통령궁에 전시된 수하르토 전 대통령의 초상화 옆에는 그의 통치 시기인 1993년 납치돼 살해된 노동운동가 마르시나 사진이 놓였습니다.

마르시나의 여동생은 취재진이 수하르토 전 대통령과 함께 국가 영웅 칭호를 받은 것에 대한 견해를 묻자 "정부가 결정한 일"이라며 "단지 마르시나를 위해 (대통령궁에) 왔을 뿐"이라고 답했습니다.

수하르토 전 대통령의 첫째 딸인 시티 하르디잔티 루크마나는 "(프라보워) 대통령께서 내 아버지를 국가 영웅으로 추대해 줘 감사 인사를 드렸다"라며 "아마 대통령도 군인 출신이어서 아버지가 하신 일을 잘 알기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앞서 인권 단체와 활동가들은 최근 프라보워 대통령에게 보낸 서한에서 "(과거 독재 시대) 피해자와 민주적 가치를 배신하는 것"이라며 수하르토 전 대통령에게 국가 영웅 칭호를 수여하지 말라고 요구했습니다.

1996년 집권한 수하르토 전 대통령은 1998년 민주화 운동에 밀려 하야하기까지 32년 동안 인도네시아를 철권 통치한 인물입니다.

그는 석유와 가스 등 풍부한 자원을 바탕으로 연평균 7%대 경제성장률을 기록해 '개발의 아버지'라는 별명을 얻었지만, 동시에 20세기 최고의 부패 정치인으로 불리기도 했습니다.

재임 기간 국고에서 빼돌린 금액이 무려 150억∼350억 달러(16조∼37조 원)로 추산되는 데다, 공산주의자 척결 등을 내세워 민간인 수십만 명을 학살하는 등 각종 인권유린 행위를 저지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수하르토 전 대통령을 국가 영웅 반열에 올린 프라보워 대통령은 수하르토의 둘째 딸과 결혼했다가 이혼했습니다.

수하르토의 집권 당시에는 특수부대 사령관으로 복무하며 파푸아와 동티모르 등지에서 반정부 세력을 강경 진압하고 민주화 운동가들을 납치했다는 의혹을 받아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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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정상(jusa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