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협, 경제법률 형벌 전수 조사
관련 제도 전면 손질에 속도 내길
국내법상 형사처벌 대상이 되는 기업 행위가 무려 8000개가 넘는다는 사실은 충격적이다. 한국경제인협회가 346개 경제법률의 형벌조항을 전수 조사한 결과 나온 내용이다. 한국에서 기업하기 힘들다는 호소가 끊이지 않는 이유는 이런 형벌조항을 비롯한 과도한 법규제 탓이 크다. 정부는 태스크포스(TF)까지 꾸려 개선하겠다는 뜻을 밝히고 있지만 추진력에 의구심을 표하는 이들이 많다. 정부는 보여주기식 행정이 아니라 기업들이 체감할 수 있는 획기적인 성과물을 내놔야 한다.
기업들은 중구난방식 형벌조항으로 2중·3중 제재에 시달리고 심지어 5중 처벌까지 면치 못하고 있다. 실제 중복제재를 부과할 수 있는 행위가 3000개에 육박한다. 전체의 34%에 이른다. 징역과 벌금에 더해 과징금과 징벌적 손해배상까지 부과되는 식이다. 처벌에 수긍할 수 없는 경우도 한두 가지가 아니다. 가령, 점포 앞 테라스의 소소한 구조물 변경도 증축 위반에 해당된다는 이유로 처벌 대상이다. 화장품 판매자가 라벨이 훼손된 제품을 판매 목적으로 보관하거나 진열하면 3년 이하 징역, 3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진다. 가혹한 처벌인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시대와 동떨어진 법규가 아닐 수 없다.
현행법상 대기업집단의 총수는 매년 특수관계인 현황과 주식소유 현황 등을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출해야 한다. 여기에 단순착오로 인한 자료 누락 등 의도치 않은 일이 발생할 수 있는데 이 경우도 형사처벌 대상이다. 1970, 1980년대 개발시대나 통했던 기업집단 지정제도도 문제이긴 하지만 실수로 인한 자료 미제출 같은 사유로 형사처벌이 가해지는 현실은 심해도 너무 심하다. 미국 등 선진국은 담합 등 일부 중대사안만 처벌 대상이다. 경제계가 이를 수없이 지적했으나 정부는 지금껏 꿈쩍하지 않았다.
관련 제도 전면 손질에 속도 내길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9월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경제형벌 민사책임 합리화 당정협의'에서 모두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스1 |
국내법상 형사처벌 대상이 되는 기업 행위가 무려 8000개가 넘는다는 사실은 충격적이다. 한국경제인협회가 346개 경제법률의 형벌조항을 전수 조사한 결과 나온 내용이다. 한국에서 기업하기 힘들다는 호소가 끊이지 않는 이유는 이런 형벌조항을 비롯한 과도한 법규제 탓이 크다. 정부는 태스크포스(TF)까지 꾸려 개선하겠다는 뜻을 밝히고 있지만 추진력에 의구심을 표하는 이들이 많다. 정부는 보여주기식 행정이 아니라 기업들이 체감할 수 있는 획기적인 성과물을 내놔야 한다.
기업들은 중구난방식 형벌조항으로 2중·3중 제재에 시달리고 심지어 5중 처벌까지 면치 못하고 있다. 실제 중복제재를 부과할 수 있는 행위가 3000개에 육박한다. 전체의 34%에 이른다. 징역과 벌금에 더해 과징금과 징벌적 손해배상까지 부과되는 식이다. 처벌에 수긍할 수 없는 경우도 한두 가지가 아니다. 가령, 점포 앞 테라스의 소소한 구조물 변경도 증축 위반에 해당된다는 이유로 처벌 대상이다. 화장품 판매자가 라벨이 훼손된 제품을 판매 목적으로 보관하거나 진열하면 3년 이하 징역, 3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진다. 가혹한 처벌인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시대와 동떨어진 법규가 아닐 수 없다.
현행법상 대기업집단의 총수는 매년 특수관계인 현황과 주식소유 현황 등을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출해야 한다. 여기에 단순착오로 인한 자료 누락 등 의도치 않은 일이 발생할 수 있는데 이 경우도 형사처벌 대상이다. 1970, 1980년대 개발시대나 통했던 기업집단 지정제도도 문제이긴 하지만 실수로 인한 자료 미제출 같은 사유로 형사처벌이 가해지는 현실은 심해도 너무 심하다. 미국 등 선진국은 담합 등 일부 중대사안만 처벌 대상이다. 경제계가 이를 수없이 지적했으나 정부는 지금껏 꿈쩍하지 않았다.
최근 경주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CE) 정상회담에서 봤듯이 국가 중대사에서 기업의 역할은 막중하다. 기업 없이는 국가안보도 없고 성장도 불가능하다. 해외 정상들이 한국을 다시 보게 된 것도 세계 시장을 누비는 한국 기업들의 독보적 활약 때문이다. 한국의 반도체, 자동차, 조선 기업들이 국격을 높이고 국민의 자긍심을 끌어올린다. 기술패권 시대 기업의 역할은 앞으로 더 커질 수밖에 없다.
기업의 공로를 인정하고 세계를 더 활보할 수 있게 제도로 뒷받침해 주는 것이야말로 정부와 여당, 정치권이 할 일이다. 그런데도 정책은 거꾸로 갔다. 기업이 극구 반대한 노란봉투법과 상법 처리만 봐도 그렇다. 산업재해 사고에 대한 사업주 과잉처벌도 마찬가지다. 재해 사고율을 낮추기 위해선 기업 대상의 사후 중형 처벌보다 정교한 사전 예방책이 바람직하다. 당장 손봐야 하는 법규와 경제 형벌조항이 수도 없다.
정부가 1년 내 경제 형벌 30%를 개선하겠다는 목표를 내걸고 있는 것은 그나마 진일보한 것이지만 미흡하다. 30%를 손질한다 해도 전체 형벌조항 8000여개 중 고작 2400개 정도다. 남은 조항이 5600개가 넘는다. '교도소 담장 위를 걷는 심정'인 기업인들의 불안감은 여전하다는 이야기다. 기업인을 잠재적 범죄자로 보는 상황에서 혁신과 열정을 발휘하기 쉽지 않다.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춰 반드시 필요한 경제 형벌만 남기고 나머지는 속도감 있게 정리해야 한다. 경미한 위반에 대한 징역형은 너무나 시대착오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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