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민 사회부 기자 |
"새벽배송은 제 선택입니다. 낮에 일할 사람은 낮에 하면 됩니다. 누구를 위해 막으려는 거죠?"
4년째 새벽배송을 해온 30대 택배기사 A씨는 최근 민주노총이 '심야배송 금지'를 요구하고 나선 데 대해 불쾌감을 감추지 못했다. 일하는 시간대만 다를 뿐 주간 근무자와 근무 강도나 환경에 큰 차이가 없는데, 단지 새벽 시간이라는 이유로 일자리를 없애려는 것에 분노가 치민다고 말했다.
그는 "이른 새벽에 배송하면 교통 체증에 시달릴 일이 없고 고객과 마찰도 적어 만족하며 일하고 있다"면서 "심야배송이 중단되면 월 500만~600만원이던 수입이 절반 가까이 줄어든다"고 토로했다.
유통업계의 치열한 경쟁 속에 등장한 새벽배송은 이제 일상에서 빼놓을 수 없는 필수 서비스로 자리 잡았다. 서비스가 빠른 속도로 성장하면 그동안 보이지 않던 문제들이 드러나기 마련이다. 택배기사의 건강권도 그중 하나다. 다만 그 해법이 서비스 자체를 '전면 중단'하는 방식이라면 이는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격'이다.
먼저 새벽배송을 중단하면 종사자들은 일자리를 잃을 수밖에 없다. 고용 안정과 상생을 강조해온 민주노총이 일자리가 사라지는 문제를 대책 없이 밀어붙이는 점은 이해하기 어렵다. 현장 기사들은 각자의 필요에 따라 근무 시간대를 선택하고 그 안에서 삶의 균형을 맞춘다. 이 자율성을 무시한 일방적 조치는 오히려 불균형을 초래할 수 있다.
이에 더해 논의의 장인 '택배 사회적대화기구'에 비노조 택배기사와 소비자, 소상공인 등 이해당사자 상당수가 배제됐다는 점도 납득되지 않는다. 밀실 논의의 결과가 드러날수록 새벽배송 금지에 반대한다는 여론은 더 높아지고 있다. 민주노총은 논의를 시작하기 전 이해관계자에게 최소한의 입장이라도 들으려 했는지 대답해야 한다.
근로자의 건강권은 반드시 보호돼야 할 중요한 가치다. 하지만 그 접근 방식이 일자리를 줄이거나 노동자의 선택권을 박탈하는 방향이어선 안 된다. 현장 목소리가 반영된 실질적인 처우 개선이 이뤄질 때에야 비로소 의미가 있다.
[이수민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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