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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무로에서] 정권마다 제도 고쳐도 되풀이되는 입시 지옥

매일경제 유주연 기자(avril419@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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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주연 사회부 차장

유주연 사회부 차장

이틀 뒤면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치러진다. 올해도 수능 당일인 13일엔 출근이 한 시간 늦춰지고, 영어 듣기평가 시간 25분간 항공기 이착륙이 전면 중단된다. 한 국가의 시계가 수험생 일정에 맞춰 멈추는 일은 흔치 않다. 한국 사회에서 입시가 차지하는 무게를 보여주는 장면이다.

수능은 주입식·암기식 교육에서 사고력 평가로 전환한다는 취지로 1993년 도입됐다. 올해로 수능이 33년째 치러지지만 대한민국에서 교육은 여전히 가장 큰 난제로 남아 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부는 교육 개혁을 부르짖으며 다양한 정책을 쏟아냈다.

굵직한 입시 제도 개편은 4년에 한 번꼴, 미세 조정은 거의 매년 시행됐다. 그러나 잦은 입시 개편은 오히려 사교육을 증폭시키는 악순환으로 이어졌다. 공교육을 강화하고 사교육 병폐를 없앤다는 취지였지만 결과는 참담하다. 공교육 신뢰는 무너졌고, 사교육비는 역대급으로 치솟았다. 지난해 사교육비는 29조원을 넘어 2007년 관련 통계가 작성된 이래 최고치를 경신했다. 매년 사교육에 쓰는 돈은 급증하는데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 학업 흥미도는 최하위권이다.

'선의'로 손댄 입시 제도 개편이 아이러니하게 정반대의 결과를 불러온 것이다. 오랜 기간 교육계에 몸담아온 한 입시 전문가는 "입시 제도가 단순하고 일관성을 유지해야 쉽게 내용을 파악하고 장기적으로 전략을 세울 수 있는데 정책이 자주 바뀌니 사교육이 그 틈을 파고든다"며 "불안한 학부모들이 입시 변화를 해석해주고 맞춤형 전략을 제시하는 사교육에 의존하는 구조가 된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수능 응시자 중 졸업생, 이른바 N수생은 18만명대다. 22년 만에 가장 많다. N수생이 늘어나는 배경도 곱씹어봐야 한다. 학교생활기록부를 중심으로 한 수시는 처음 길을 놓치면 되돌리기 어렵다. 소위 '패자부활전'이 불가능한 전형인 셈이다. 그러다보니 고등학교 입학 후 내신이 불리하다고 판단한 학생들의 자퇴 행렬이 이어지고, 수능으로 정시에 도전하는 N수생도 급증하고 있다.

새 정부가 들어서고 '서울대 10개 만들기' 등 입시 경쟁 해소를 위한 다양한 구상이 추진되고 있다. 교육과 입시는 사회 구조를 따로 떼어 놓고 해법이 나올 수 없다. '의대 열풍'과 '대학 서열화' 문제에는 대학 입시가 생애소득과 안정성까지 좌우하는 현재 우리 사회 노동시장 구조가 반영돼 있다. 상위 대학, 특정 학과가 좋은 일자리에 대한 사실상 유일한 통로로 작동하는 한, 아무리 입시 제도를 손봐도 '입시 지옥'은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

[유주연 사회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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