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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은 '가진 자' 아닌 '필요한 자'의 것이다[최종수의 기후이야기]

이데일리 최종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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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별 쪼개진 관리 시스템, 허가 중심의 물 사용권 문제
기후에너지환경부 출범으로 개선 기대
실시간 사용량 등 공유 통해 필요한 곳부터 물 공급해야
[최종수 환경칼럼니스트] 지난달 환경부가 에너지 정책 기능을 흡수해 기후에너지환경부(기후부)로 확대·개편했다. 기후 위기 대응과 에너지 전환을 한 틀에서 다루려는 행정적 기반이 마련된 것이다. 이번 개편에서 주목되는 변화는 발전용 댐을 운영해온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이 기후부 산하로 들어온 점이다. 그동안 한수원 댐은 수력발전에 한정됐지만 앞으로는 생활·산업용수 등 다양한 수요에 활용할 수 있는 제도적 여지가 생겼다. 발전용 댐이 단순한 발전시설을 넘어 사회 전체가 공유하는 ‘물 그릇’으로 거듭날 가능성이 열린 셈이다.

팔당댐 전경(사진=한국수력원자력)

팔당댐 전경(사진=한국수력원자력)


우리나라의 물 관리는 여전히 부처와 기관별로 쪼개져 있다. 소양강댐·충주댐 같은 다목적댐은 한국수자원공사가, 팔당댐·청평댐 등의 발전용댐은 한수원이, 아산호·삽교호 등의 농업용 저수지는 농어촌공사가 각각 맡고 있다. 다목적댐은 홍수 조절과 용수 공급 등 다양한 역할을 수행하지만 발전용댐과 농업용 저수지는 처음 설계된 목적에만 묶여있다. 즉 발전용 댐은 발전에만, 농업용 저수지는 농업에만 쓰이는 구조다. 이런 ‘칸막이식 관리’로는 급변하는 기후 위기에 대응하기 어렵다. 가뭄이 심해 생활용수가 부족해도 발전용 댐의 물을 돌려 쓰기란 쉽지 않다. 법과 제도의 칸막이가 물길을 막고 있기 때문이다.

기후부 출범으로 발전용 댐이 환경과 에너지 정책의 틀 안으로 들어오면서 물을 더 유연하게 배분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 하지만 제도의 문이 열렸다고 해서 물길이 곧바로 바뀌는 것은 아니다. 물을 효율적으로 나누려면 ‘물이 어디에 얼마나 있고 어디에 얼마나 필요한지’를 정확하게 알아야 한다. 문제는 이를 위한 데이터가 여전히 부족하다는 점이다.

한강 유역 팔당댐의 경우 각 기관이 허가받은 취수량은 이미 기준 갈수량을 넘어섰다. 당연히 취수할 수 있는 물이 부족해야 하지만 실제 물은 부족하지 않다. 실제 사용량이 허가량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장부상으로는 창고가 비었는데 실제 창고에는 재고가 남아 있는 셈이다. 허가량과 사용량에 대한 데이터 관리 부실이 가져온 결과다.

이처럼 허가량과 실제 사용량의 괴리는 물이 있어도 필요한 곳에 쓰지 못하는 모순을 낳는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처럼 물 수요가 큰 신규 산업단지가 들어서려 해도 장부상 허가량이 이미 한계에 부딪혀 새로운 배분이 어려운 실정이다. 이제 ‘누구의 물이냐’는 소유 중심의 사고에서 벗어나 ‘어디에, 어떻게 효율적으로 나눠 줄 것인가’를 고민하는 배분 중심의 물 관리로 전환해야 한다. 이러한 전환은 실제 사용량을 기준으로 남는 물을 필요한 곳에 돌려쓰게 하는 출발점이 될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바꿔야 할까. 먼저 물 관련 정보를 한곳에 모으는 일이 시급하다. 지금은 부처와 기관마다 데이터가 달라 어디에 물이 남고 부족한지 한눈에 파악하기 어렵다. 창고마다 관리 부서가 달라 전체 재고를 알 수 없는 상황과 같다. 부처별 데이터를 통합하고 실제 사용량을 실시간 공유하는 체계가 갖춰져야 남는 물을 필요한 곳으로 돌릴 수 있다. 또한 물의 사용권을 허가량 중심에서 사용량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 허가만 받아놓고 쓰지 않는 ‘잠자는 물’이 많다. 일정 기간 사용하지 않은 물은 회수해 재배분하는 제도가 필요하다. 물을 나누는 기준도 새롭게 세워야 한다. 농업용수, 공업용수, 발전용수로 구분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하나의 테이블에서 조정하는 ‘통합 물관리’ 체제로 가야 한다. 물은 단순한 자원을 넘어 국가 경쟁력과 기후 적응력을 좌우하는 기반이다.

기후부 출범과 함께 발전용 댐이 환경 정책의 틀 안으로 들어온 것은 단순한 조직 개편 이상의 의미가 있다. 이는 물 관리의 패러다임이 바뀌는 신호이자 발전용 댐을 사회 전체의 자원으로 재정의할 수 있는 기회다. 기후에너지환경부라는 이름처럼 이제는 기후·에너지·환경을 함께 보는 통합적 시각이 절실하다. 낡은 제도의 벽을 허물고 물이 더 공평하고 합리적으로 흐를 수 있는 길을 열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머지않아 우리는 물 부족보다 더 큰 사회적 갈등에 직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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