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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할 오늘] 독일 통일의 서막을 연 '장벽 딱따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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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0 마우에르슈페히테(Mauer-spechte)

1989년 11월 베를린 장벽을 부수는 '장벽 딱따구리'들. creativecommons.org

1989년 11월 베를린 장벽을 부수는 '장벽 딱따구리'들. creativecommons.org


딱따구리가 건물 외벽에 구멍을 뚫는 이유는 다양하다. 소리로 짝을 찾기 위해, 자기 영역임을 알리기 위해, 외벽 속 단열재나 빈 공간에 서식하는 벌레 유충 등 먹이를 찾기 위해, 둥지나 은신처를 마련하기 위해. 비목조 건물 외장재 중에는 나무보다 쪼기 쉬운 게 많고, 단열재 덕에 보온 효과도 좋아 둥지를 트는 예가 그리 드물지 않다고 한다.

1989년 11월 9일 밤과 10일 새벽 사이 베를린 장벽에 몰려와 망치와 정, 도끼 등으로 장벽을 부수기 시작한 동서독 시민들을 ‘마우에르슈페히테(Mauer-spechte)’ 즉 ‘장벽 딱따구리’라 부른다. 누가 언제 그 별명을 붙였는지는 불분명하다. 그날의 사건 자체가 우연과 갈망이 겹쳐 돌발적으로 일어났기 때문이다. 어쨌건 그 별명은 냉전 종식의 상징적 단어로 전 세계에 알려졌다.

동독 시민의 서독 여행을 ‘즉시 자유화’한다고, 실수로 발표함으로써 저 사태의 촉매 역할을 했던 당시 동독 정치국 대변인 귄터 샤보브스키는 저 발표 직후 집권 동독사회주의통일당(SED)에서 제명됐다. 그는 통일 전 탈출을 시도하는 시민들에게 발포하도록 지시한 당시 지도부 일원으로서 통일 직후 기소돼 97년 징역 3년 형을 선고받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통일 전 자신의 삶에 대해 공개적으로 사죄한, 동독 지도부 인사로선 드문 인물이었다.

베를린 장벽 공식 철거는 1990년 6월 13일 시작됐다. 동독 국경수비대는 동베를린 구간인 베르나우어 남쪽 거리에서 철거작업을 시작, 22일 대표적인 검문소였던 ‘체크포인트 찰리’를 철거했다. 약 두 달 뒤 국경수비대가 독일연방군에 흡수되면서 철거작업은 연방군에 인계됐고, 독일은 장벽이 세워진 지 꼭 30년 만인 1990년 10월 3일 통일됐다.

딱따구리로선 서운한 일이겠지만, 독일은 독수리를 비공식 국조로 삼아 여러 국장에 사용하고 있다. 독수리는 로마-신성로마제국 시대서부터 이어져 온 상징적 문양으로, 나치 제3제국의 ‘연방 독수리(Bundesadler)’도 있었지만 말이다.

최윤필 기자 proos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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