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이즈 루 옥스퍼드 이코노믹스 이코노미스트 |
표면 아래의 사정은 훨씬 복잡하다. 중국 수출은 쇠퇴가 아닌 변신 중이며, 아시아 공급망은 중국의 산업 야심을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 이 전환이 지속 가능한지, 역내 국가들이 얼마나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김지윤 기자 |
현재 두 가지 구조적 전환이 동시에 진행 중이다. 첫째는 저부가가치 노동집약형 생산의 역외 이전이다. 베트남에서 인도네시아까지, 중국 기업들은 기초 가공과 조립 공정을 이전하며 역내 연계를 깊게 하고 있다. 아세안 경제권은 점차 중국이 설계하고 자금을 대며 부품을 공급하는 제품을 조립하는 생산기지로 자리 잡고 있다. 이러한 재편이 수혜국의 기술 이전과 산업 고도화를 가속화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고용 창출 효과는 여전히 제한적이다.
둘째는 중국의 고부가가치 산업 진출이다. 전기차·배터리에서 반도체, 친환경 설비에 이르기까지, 오랫동안 일본·한국·대만이 주도해온 영역에서 중국은 빠르게 입지를 확대하고 있다. 디플레이션 비용 구조, 산업 집적의 이점, 저평가된 위안화가 중국의 경쟁력을 날카롭게 벼리고 있으며, 선진국과 중국의 기술 격차는 빠르게 좁혀지고 있다.
중국의 도전이 신흥 아시아 국가들에는 새로운 기회로 작용하지만, 역설적으로 이는 중국의 중심성을 더욱 강화한다. 아시아 대부분의 생산 체인은 여전히 중국산 기계와 중간재에 의존하고 있다. 중국의 수출 품목 구성이 한국·일본과 점점 닮아가면서 경쟁은 격화되고 있다.
각국 정부의 대응은 제각각이다. 태국과 말레이시아는 중국 투자를 유치하고, 인도는 제조업 인센티브를 강화하며, 한국과 일본은 혁신과 서방과의 동맹 강화에 집중한다. 정책은 혼란스러울 정도로 분주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하다. 아시아의 재편은 순수한 비용 경제학보다는 지정학과 산업 전략에 의해 주도되고 있다.
장기적으로 중국의 부상은 아시아를 어떻게 변화시킬 것인가. 베이징은 이 지역을 기술 자립과 역내 통합이라는 두 목표를 중심으로 재편하려 한다. 그러나 이 과정은 순탄치 않을 것이다. 선진국의 기술 동맹 강화, 신흥국의 자체 산업 역량 구축, 그리고 글로벌 공급망 다변화 압력은 중국의 구상에 제약으로 작용할 수 있다. 주변국들은 딜레마에 빠졌다. 중국 공급망에서 벗어나기 어렵지만, 그 안에 안주하기에는 리스크가 크다. 결국 아시아의 미래는 베이징의 야심과 역내 국가들의 대응 사이 어디쯤에서 결정될 것이다.
루이즈 루 옥스퍼드 이코노믹스 이코노미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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