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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기 ‘필향만리’] 惡利口之覆邦家者(오리구지복방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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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기 서예가·전북대 명예교수

김병기 서예가·전북대 명예교수

‘사나울 악’이라고 훈독하는 ‘惡’은 ‘미워하다’라는 뜻으로 쓰일 때는 ‘오’로 읽는다. 공자는 “혼합색인 자주색이 원색(정색·正色)인 붉은 색의 자리를 빼앗고, 음란한 음악이 청아한 음악을 어지럽히며, 말 잘하는 입이 나라를 뒤엎는 것을 미워한다”고 했다. 본말이 전도된 공자님 당시의 시대상을 비판한 말이다. 색의 가치가 뒤바뀌고 음악이 어지러워지는 것은 정치하는 사람들이 그럴듯한 거짓말로 근본과 진실을 호도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현상들이다. 결국 나라가 뒤엎어지는 지경에 이르는 혼란의 단초는 ‘말 잘하는 입’에 있는 것이다.

惡:미워할 오, 利:잘할 리, 覆:뒤엎을 복, 邦:나라 방. 말 잘하는 입이 나라를 뒤엎는 것을 미워하노라. 28x74㎝.

惡:미워할 오, 利:잘할 리, 覆:뒤엎을 복, 邦:나라 방. 말 잘하는 입이 나라를 뒤엎는 것을 미워하노라. 28x74㎝.


‘이로울 이(利)’자를 쓰는 ‘이구(利口)’는 남을 속여서 제게 이로울 말만 하는 그 ‘말만 잘하는 입’을 이르는 말이다. 이구의 말장난이 횡행하면 정의가 묻히고 포폄(褒貶) 즉 ‘기려 상을 주는 일과 깎아내려 벌을 주는 일’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정의가 묻히고 포폄이 제대로 안 되는 나라가 곧 뒤집힌 나라이다. 얼마 전 우리도 그렇게 뒤집혔다가 이제 그런 상황을 극복해 나가는 중이다. 그런데, 아직도 국민들이 다 알고 있는 진실을 이구로 덮으려는 사람들이 여전히 말만 참 잘하고 있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이구~. 이들을 미워해야 한다.

김병기 서예가·전북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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