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 창가에 앉은 어린 딸이
내게 기댄 채 잠들었다
저를 모두 올려놓고
돌처럼 고요한 아이
버스는 정체되고
나는 새잎을 올려둔 고목같이
경건해진다
우리가 겹치기까지
멀고 먼 시간을 생각하면
서로의 무게를 지탱하느라
우린 잠깐
이토록 눈부시다
김일영(1970~)
내게 기댄 채 잠들었다
저를 모두 올려놓고
돌처럼 고요한 아이
버스는 정체되고
나는 새잎을 올려둔 고목같이
경건해진다
우리가 겹치기까지
멀고 먼 시간을 생각하면
서로의 무게를 지탱하느라
우린 잠깐
이토록 눈부시다
김일영(1970~)
아이가 시인의 어깨에 기대어 잠들어 있다. “저를 모두 올려놓고” 고요히 잠든 아이의 무게는 한없이 가볍다. 버스가 흔들릴 때마다, 지구가 달그락거리는 것 같다. 버스가 정체될 때마다, 지구가 마른기침을 하는 것 같다. 아이는 “새잎”처럼 가볍고, 시인은 그 “새잎을 올려둔 고목”처럼 경건하다. 아이가 어깨를 기댄 고목에는 어느새 새싹이 터져 나오고, 잎사귀들이 돋아나기 시작한다.
‘서로’는 ‘우리’라는 단어를 품고 있다. ‘서로’는 분리가 아닌 연결과 상호 주고받음을 의미하기도 한다. 한 존재와 한 존재의 관계는 서로의 시간과 공간을 공유한다. 모든 관계의 시작인 ‘우리’는 ‘서로’가 포개지고 겹친 사이, 어깨를 내어주는 사이다.
어쩌다가 시인과 아이는 그 “멀고 먼 시간”을 돌고 돌아 이렇게 겹치게 되었을까. 서로의 무게에 기댄 순간, 둘이면서 하나의 존재로 겹쳐진 순간, 온 세계가 눈부시다.
이설야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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