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5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가 어느 쪽에서도 환영받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2035년까지 줄여야 하는 온실가스 배출량의 하한선을 2018년 배출량의 50% 또는 53%, 상한선을 60%로 설정하면서 ‘50%대’ 감축 목표 수준을 내놨다. ‘50~60%’ 또는 ‘53~60%’의 범위로 제시됐지만 하한선이 목표 달성의 기준이 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산업계와 시민사회는 모두 반발하고 있다. 산업계는 당초 48%를 주장했다. 정부안을 달성하려면 막대한 비용이 들어 산업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입장이다. 반면 65%를 주장했던 시민사회는 이번 목표치가 기후위기 대응을 하지 않겠다는 뜻이나 다름없다고 본다. “최악과 차악의 선택지만 남겼다”고 비판했다. 산업계는 온실가스 감축을 비용으로 인식하고, 시민사회는 적극적인 기후대응 없이는 미래가 없을 것이라고 맞선다.
도무지 접점을 찾을 수 없어 보이는 대립된 입장 사이에서 기후대응이라는 과제와 경제 성장을 모두 신경써야 하는 정부의 고민도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도 “상반된 의견 속에 균형점을 찾고자 노력했다”고 말했다. 정부는 ‘균형’이라고 했지만 ‘어정쩡한 중간’을 택하면서 결과적으로 산업계의 불만을 잠재우지도 못하고, 기후대응에 책임을 다했다는 평가도 받지 못하게 됐다.
산업계와 시민사회는 모두 반발하고 있다. 산업계는 당초 48%를 주장했다. 정부안을 달성하려면 막대한 비용이 들어 산업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입장이다. 반면 65%를 주장했던 시민사회는 이번 목표치가 기후위기 대응을 하지 않겠다는 뜻이나 다름없다고 본다. “최악과 차악의 선택지만 남겼다”고 비판했다. 산업계는 온실가스 감축을 비용으로 인식하고, 시민사회는 적극적인 기후대응 없이는 미래가 없을 것이라고 맞선다.
도무지 접점을 찾을 수 없어 보이는 대립된 입장 사이에서 기후대응이라는 과제와 경제 성장을 모두 신경써야 하는 정부의 고민도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도 “상반된 의견 속에 균형점을 찾고자 노력했다”고 말했다. 정부는 ‘균형’이라고 했지만 ‘어정쩡한 중간’을 택하면서 결과적으로 산업계의 불만을 잠재우지도 못하고, 기후대응에 책임을 다했다는 평가도 받지 못하게 됐다.
정부가 설정한 목표치는 그 자체로 의미가 크다. NDC는 한국이 국제 사회에 제출하는 공식적인 약속일 뿐만 아니라 정부의 기후대응 의지를 보여주는 가장 상징적인 지표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헌법재판소는 탄소중립기본법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면서 온실가스 감축 목표가 ‘전 지구적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에 기여하고 미래세대에 과중한 부담을 이전하지 말아야 하며 과학·국제 기준에 부합해야 한다’고 기준도 제시했다.
2050년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해 매년 같은 비율로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여 나가더라도 2035년 감축률이 53%는 되어야 하고, 지구온도 상승폭을 산업화 이전 대비 1.5도 이내로 제한하자는 파리협정 목표 달성 확률을 50% 이상으로 높이기 위해서는 61%가량 줄여야 한다.
그런 면에서 정부 목표는 기후대응에 적극적인 의지를 가졌다고 볼 수 없다. 사실 더 걱정스러운 것은 그조차도 달성이 난망해 보이는 한국의 온실가스 감축 속도다. 지금 성적이 만년 하위권인데 다음번엔 100점 맞겠다고 목표를 세우는 것이 무슨 현실성이 있겠나 싶은 공허함 같은 것 말이다.
한국은 2030 NDC를 40%로 정했었다. 2018년 7억2760만t이었던 온실가스 총배출량을 2030년 4억3660만t까지 40% 줄이기로 했다. 그러나 지난해 총배출량은 6억3900만t으로 6년간 8860만t(12%) 줄이는 데 그쳤다. 앞선 6년간 줄인 양의 2.3배를 남은 6년간 더 줄여야 목표 달성이 가능한 수준이다.
계획표에 비해 실천이 턱없이 부족했다는 뜻인 동시에 미래 세대에 전가되는 책임이 그만큼 더해졌다는 의미가 된다. 그동안 재생에너지 전환은 ‘가격 인상으로 이어진다’ ‘안정적 공급이 어렵다’ ‘산업 경쟁력을 떨어뜨린다’는 등의 논리에 매번 힘을 쓰지 못했다. 10년 전 도입된 배출권 거래제는 가격이 낮은 데다, 그나마 무상할당 비중이 너무 높아 기업들의 감축 유인으로 작용하지 못했다.
이번 2035 NDC 발표에 산업계가 “재생에너지 등 관련 인프라가 잘 구축되지 않은 상황이라 달성이 어렵다”고 하는 것도, 지금까지 정부의 재생에너지 확대나 기업들의 온실가스 감축 노력이 제자리걸음 수준에 그쳤다는 점을 고백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이재명 정부는 출범 당시부터 기후 대응의 중요성을 여러 차례 강조해왔다. 지난달 출범한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온실가스 감축, 재생에너지 확대, 기후재난 대응을 유기적으로 연계해 탈탄소 녹색문명 전환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지금 하지 않으면 앞으로도 할 수 없다. 언제까지 핑계를 대며 미룰 수도 없는 노릇이다. 최악의 산불, 극한 폭우, 기록적 폭염, 극심한 가뭄은 이제 일상이 됐다. 기후대응이 ‘어렵고, 비싸고, 안 될 것 같다’는 인식을 바꿀 계기가 필요하다. 이렇게 하면 된다는 효능감, 이 방향이 맞다는 확신, 앞으로 속도를 붙일 수 있겠다는 성공의 경험을 만들 수 있도록 정부가 구체적 대책을 만들고 드라이브를 걸어야 가능하다. 이 실천에 기후부의 명운을 걸어야 한다.
이윤주 정책사회부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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