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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제품은 중국 가격 못 이겨요”…필승법 따로 있다는 일본 컨설턴트

매일경제 한지연 기자(han.jiyeon@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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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키나다 시게루 커니 아태 대표


세키나다 시케루 커니 아시아태평양 총괄대표. [김호영 기자]

세키나다 시케루 커니 아시아태평양 총괄대표. [김호영 기자]


“제품 생산 공정을 완벽히 다듬는 프로세스는 전통적 제조업의 일하는 방식이다. 인공지능(AI) 시대 한국 기업은 완벽주의에서 벗어나 실패를 전제로 한 실험적 접근에 나서야 한다.”

국가 간 기술 격차는 사라지고 경쟁은 더욱 치열해진다. 제품 가격을 낮추는 생존 경쟁의 한계에서 벗어나 본질적 차별화를 고민해야 할 시기. 글로벌 경영 전략 컨설팅 기업 커니의 세키나다 시게루 아시아태평양 총괄 대표는 기업들이 단순한 제조에서 벗어나 제품과 서비스 경험을 결합한 ‘새로운 경험 가치’를 제공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전통적 제조 강국으로 하드웨어에 강점을 가진 한국과 아시아 기업들에 지금의 AI 열풍이 기회이자 도전인 이유다.

세키나다 대표는 2003년 커니 일본법인에서 인턴으로 일을 시작해 2020년 일본 법인 대표 자리에 올랐고, 입사한 지 21년 만인 지난해 5월 아시아태평양 총괄 대표로 임명됐다. 보통 근속연수가 5년 정도에 불과한 컨설팅 업계에서 평생 한 회사를 다니며 인턴에서 대표까지 오른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자동차와 금융, 부동산, 소비재 등 다양한 산업 부문 기업들을 대상으로 최고경영자(CEO)를 비롯한 C레벨 경영진에게 경영 전략과 마케팅, 디지털 전환과 인재 육성 등 조직 혁신 등을 자문한다.

한국 기업 컨설팅을 위해 서울을 찾은 세키나다 대표를 지난달 강남구 커니 코리아 본사에서 만났다.

―최근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지역 기업 환경을 어떻게 진단하나.

▷전 세계적인 경영 화두는 두 가지로 미·중 관계를 비롯한 국가 간 긴장, AI 기술의 급격한 확산이다. 이는 전 세계 경영 환경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어느 때보다 커졌다는 의미다. 그 과정에서 중국의 산업 발전은 굉장히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는 점을 주목할 만하다. 과거 제조업을 이끌었던 한국과 일본이 이제는 가격 경쟁력, 비용 구조 측면 등 중국 기업들과의 코스트 경쟁을 점점 더 치열하게 벌이게 됐다.


―그럼 한국 기업들은 어떻게 세계 속에서 경쟁해야 하나.

▷이제는 단순한 제조 경쟁이 아니라 하드웨어 제품에 AI와 서비스, 즉 소프트웨어를 결합한 ‘체험의 가치’에 승부를 걸어야 한다. 제품이 주는 사용 경험과 디자인, 창의적 가치를 새로운 발상으로 제공해야만 앞으로의 기업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왜 중요한가.

▷한 기업이 제품 차별화에 성공하면 경쟁사는 이를 모방하고 결국 동질화가 일어난다. 제조업을 예로 들면 예전엔 미국이 강했고 그다음은 일본, 그다음은 한국 기업들이 급성장했다. 최근엔 중국 기업들이 강세를 보이고 있고 앞으로는 인도가 그럴 것이다. 품질 격차가 좁혀지면 결국 가격 경쟁으로 치닫게 된다. 더 이상 제조 품질만으로 경쟁할 수 없는 시대다. 지금은 AI라는 도구로 예전엔 상상할 수 없던 새로운 사용자 경험을 만들 수 있다.

―관련해 한국 기업들의 장점을 진단한다면.

▷한국뿐 아니라 일본, 중국이 공통적 특징을 갖는데 동아시아는 업무에 임하는 자세에서 특유의 성실함이 있다. 더 좋은 것을 만들겠다는 개선 의지와 향상심이 강하다. 또 비교적 단일 문화권을 공유해 동료들이 자국어로 깊은 맥락을 이해하며 세밀히 의견을 조율하는 것도 큰 장점이다. 반도체와 전자제품 같은 고도의 제조업이 지금처럼 강해진 것도 이 덕분이라고 본다.


―반대로 개선해야 할 점은 무엇인가.

▷제조업이 강한 조직은 대개 연구개발(R&D) 부문이 큰 영향력을 가지면서 완성도를 쌓아가며 단계적으로 일을 진행하는 방식이 중요하다. 반면 AI나 정보기술(IT), 서비스 분야는 일단 만들어서 써보고 고치는 방식, 즉 프로토타입을 내고 피드백을 받아 빠르게 개선하는 고속의 PDCA(계획-실행-평가-개선) 사이클이 필요하다. 이처럼 일의 방식이 근본적으로 달라서 전통적 제조 강국 기업들이 소프트웨어와 서비스 조직 역량을 키우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그러나 이제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결합한 새 비즈니스를 만들어야 할 시대다.

―산업적 경쟁력 외에 한국 CEO들이 기업을 운영할 때 가져야 할 경영 철학에 대해 조언한다면.

▷경제적 성공뿐 아니라 사회적 가치 창출에 이바지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서울 중심의 경제·문화 집중 현상, 낮은 출생률 등 여러 사회적 과제에 관심을 가지고 한국 사회 전체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고민해야 한다. 직원들에게도 일의 의미와 삶의 보람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일터를 제공해야 한다. 이미 충분히 경제가 성장해 풍요로워진 사회에서 단순한 급여만을 위해 일하는 사람은 없다. AI 기술이 발전하며 결국 인간은 단순 작업이 아니라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창의적인 일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자신이 진심으로 좋아하고 그래서 몰입하고 그 과정에서 남에게도 도움을 주며 사회로부터 가치와 보상을 인정받을 수 있는 일이 필요하다. 이 네 가지가 겹치는 지점을 찾는 사람이 AI 시대에서도 여전히 가치를 만들어 낼 수 있다.

세키나다 시게루 대표

△1981년 일본 효고현 고베 △고베대 경영학부 △인시아드 MAP(경영자 양성) 과정 이수 △2003년 커니 재팬 입사 △2020년 커니 재팬 대표 △2024년 커니 아시아태평양 총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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