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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의 이례적인 ‘대장동 항소 포기’···누구의 결정인가, 이 대통령 재판 영향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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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우 서울중앙지검장이 지난 7월4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첫 출근을 하며 취재진들 질문에 답하고 있다. 성동훈 기자

정진우 서울중앙지검장이 지난 7월4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첫 출근을 하며 취재진들 질문에 답하고 있다. 성동훈 기자


검찰이 지난 7일 대장동 개발 비리 사건의 항소 포기를 결정하면서 후폭풍이 이어지고 있다. 정진우 서울중앙지검장이 다음날인 지난 8일 전격적으로 사의를 표명했고, 일선 검사들의 반발도 거세다.

검찰은 대장동 개발 비리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은 민간업자 김만배씨 등 피고인 5명에 대한 항소를 기한인 지난 7일까지 하지 않았다. 이 사건을 수사한 서울중앙지검은 항소를 제기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지만 대검찰청이 ‘항소 금지’ 결정을 내렸다. 이 과정에서 법무부 장관과 차관의 입김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나온다.

피고인들이 모두 항소한 상태에서 검찰이 항소를 포기하면서 형사소송법상 불이익변경금지 원칙에 따라 항소심 재판부는 1심보다 무거운 형을 선고할 수 없게 됐다. 1심 재판부가 무죄로 판결한 부분도 더 다툴 수 없다.

정 지검장은 9일 언론에 입장을 내고 “대검찰청의 지시를 수용하지만, 중앙지검의 의견이 다르다는 점을 명확히 하고 이번 상황에 책임을 지기 위해 사의를 표명했다”고 밝혔다. 상부의 지시는 어쩔 수 없이 따르겠지만 동의할 수는 없다는 의미다. 노만석 검찰총장 권한대행은 같은 날 “저의 책임하에 서울중앙지검장과 협의를 거쳐 숙고끝에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서울중앙지검은 ‘항소 제기’ 판단, 어디서 틀어졌나?


앞서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재판장 조형우)는 지난달 31일 업무상 배임 등 혐의로 기소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에게 징역 8년과 벌금 4억원·추징금 8억100만원, 화전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씨에게 징역 8년에 추징금 428억165만원, 남욱 변호사에게 징역 4년, 정영학 회계사에게 징역 5년, 정민용 변호사에게 징역 6년과 벌금 38억원·추징금 37억2200만원을 선고했다. 아울러 재판부는 “4년간 재판이 이뤄지고 충분히 공방이 이뤄진 상태에서 중형이 선고된 상황이기 때문에 피고인들에 대해 도망의 염려가 인정된다”면서 이들을 모두 법정구속했다.

9일 경향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중앙지검은 항소 제기와 관련해 대검과 지난 5일부터 협의를 진행했다. 대검은 서울중앙지검에 검찰의 별건수사, 전면적인 배임 공소사실 변경에 대한 법원의 지적 등과 관련해 사실관계 확인 및 적법성 검토 등을 요청했다. 이후 대검은 지난 7일 서울중앙지검에 대장동 사건 항소 제기를 불허했다. 대검은 ‘일부 피고인에게 검찰 구형보다 높은 중형이 선고돼 항소 실익이 없다’는 등의 이유를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원칙적으로 항소제기 여부의 최종 결정권은 해당 지검의 검사장에게 있다. 다만 주요 사건에 대해서는 검사장이 단독으로 결정하지는 않는다. 지검이 대검과 협의하고 위법한 지시가 아니라면 대검의 최종 결과에 따르는 게 관례다. 이번 대장동 항소 포기 결정도 이 절차를 거쳤다. 정 지검장은 상부의 지시를 따르는 대신 “책임을 지겠다”며 직을 내려놨다.

일각에서는 관련 내용을 보고받은 법무부 지휘부가 반대 의견을 내 항소 포기에 영향을 줬다는 의혹도 나왔다. 이와 관련해 법무부 고위 관계자는 “대장동 항소 관련 내용 등은 보고 받았으나, 법무부 차원의 지휘권을 행사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사건 처리 방향과 결정에 영향력을 행사하진 않았다는 것이다. 다만 노 권한대행은 9일 입장문에서 항소 포기를 결정하는 과정에 “법무부 의견도 참고했다”고 밝혔다.

대장동 수사·공판팀은 지난 8일 입장문을 내고 “모든 내부 결재 절차가 마무리된 이후인 지난 7일 오후 무렵 갑자기 대검과 중앙지검 지휘부에서 알 수 없는 이유로 수사·공판팀(검사)에 항소장 제출을 보류하도록 지시했다”며 “급기야 항소장 제출시한이 임박하도록 그 어떠한 설명이나 서면 등을 통한 공식 지시없이 그저 기다려보라고만 하다가 자정이 임박한 시점에 ‘항소 금지’라는 부당하고, 전례없는 지시를 함으로써 항소장 제출이 물리적으로 불가능하게 했다”고 밝혔다.


검찰 ‘항소 포기’···이재명 재판 영향 어떻게?


대장동 개발 비리 사건은 이와 별도로 진행되고 있는 이재명 대통령의 대장동 개발 관련 사건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이 때문에 검찰의 항소 포기는 정치적으로도 큰 논란이 될 수 밖에 없다.

대장동 개발 비리 사건 1심에서 민간업자들은 회사의 재산을 빼돌린 혐의(업무상 배임죄)로 유죄가 인정됐다. 그러나 이 대통령 등과 함께 성남도시개발공사에 손해를 끼친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상 배임죄)는 구체적인 손해액이 입증되지 않아 무죄가 선고됐다. 이 대통령은 대장동 사건에서 이해충돌방지법 위반과 특경법상 배임 혐의로 기소돼 별도로 재판을 받고 있다. 특경범상 배임죄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한 1심의 결정이 항소심에서도 유지되면 이 대통령에게도 무죄가 선고될 가능성이 커진다.

검찰은 그간 ‘기계적 항소’라는 비판을 받으면서도 항소를 제기하는데 거침이 없었다. 검찰 구형보다 선고가 높아도 항소를 제기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기소된 정진석 전 대통령실 비서실장 사건에서 1심 재판부는 검찰이 구형한 벌금 500만원보다 높은 징역 6개월의 실형을 선고했는데 검찰은 항소를 제기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 9월30일 국무회의에서 “검사들이 되지도 않는 걸 기소해서 무죄가 나오면 면책하려고 항소와 상고를 해 국민에게 고통을 준다”며 기계적 상소 관행을 바꾸라고 지시했다.


대장동 개발 비리 사건의 일부 피고인들이 수사 검사들의 압박 및 회유 문제를 주장한 것이 이번 항소 포기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나온다. 그러나 이런 주장이 검찰의 항소 포기를 정당화할 사유는 되지 않는다는 지적도 많다. 형사 재판을 전문으로 하는 A변호사는 “수사 검사들의 문제는 그 자체로 지적해야 하는 것으로 항소 포기와는 별개의 문제”라며 “비슷한 다른 사건에서 검찰이 같은 판단을 내릴지 의문이 제기되기에 검찰은 이번 항소 포기로 정치적 부담만 지게 됐다”고 말했다.

유선희 기자 y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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