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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있는 월요일] 말이 없는 절

매일경제 김유태 기자(ink@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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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어를 두드리다

졸음에 겨워

고오운 상좌 아이도

잠이 들었다.

부처님은 말이 없이

웃으시는데


서역 만 리 길

눈부신 노을 아래

모란이 진다.


- 조지훈 '고사(古寺) 1'

한 해가 저물어감을 살갗으로 느낄 때 이 시를 기억해보자. 모란은 피는 순간 이미 질 준비를 마친 꽃이라 한다. 꽃잎이 천천히 시들다 소멸하지 않고 무거운 꽃송이가 한 번에 훅 하고 떨어지기 때문이다. 목어를 두드리며 들리던 둔탁한 소리도, 그 소리에 아랑곳 않는 어린 동자승도 모두 고요함에 이르는 요즘 같은 계절, 절대자는 고요히 말없이 웃는다. 모란 같은 세상을 살아가다 모두가 자기만의 피로 안으로 잠들어간다. 남겨진 침묵이 우리를 살며시 미소 짓게 한다.

[김유태 문화스포츠부 기자(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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