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로 건너뛰기
뉴스
서울
맑음 / -3.9 °
경향신문 언론사 이미지

울산화력 붕괴사고 사상자 9명 중 정규직은 1명뿐···공공기관조차 ‘위험의 외주화’ 반복

경향신문
원문보기
노동계, 최저가입찰제·하도급 시스템 지적
한전 산하 5개 화력발전소, 비슷한 산재 반복
“정부, 업종 내 위험성 평가 공유 지원해야”
울산화력발전소 보일러 타워 붕괴 사고 이틀째인 7일 울산시 남구 용잠동 한국동서발전 울산발전본부 울산화력발전소 사고 현장에 보일러 타워가 무너져 있다. 2025.11.07 권도현 기자

울산화력발전소 보일러 타워 붕괴 사고 이틀째인 7일 울산시 남구 용잠동 한국동서발전 울산발전본부 울산화력발전소 사고 현장에 보일러 타워가 무너져 있다. 2025.11.07 권도현 기자


노동자 7명이 매몰돼 지금까지 3명의 시신이 수습된 울산화력발전소 보일러 타워 5호기 붕괴 사고에서도 위험한 작업을 하청업체에 떠넘기는 ‘위험의 외주화’가 드러났다. 공공기관조차 위험을 하청, 재하청 업체에 넘기면서 산재 사망 사건이 계속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노동계는 비용 절감에만 초점을 맞춘 하도급 체계 개선이 시급하다고 주장한다.

9일 울산화력 보일러 타워 5호기 공사의 발주 구조를 보면 공기업 한국전력의 자회사 한국동서발전이 해체 공사를 발주하고 HJ중공업이 코리아카코에 하도급을 준 ‘재하청’ 구조로 확인됐다. 사고 당시 작업에 투입된 9명은 모두 발파전문업체 코리아카코 소속이다. 정규직은 1명이고 나머지는 모두 계약직이다. 첫 사망자인 40대 전모씨는 일용직 노동자로 출근 4일 만에 변을 당했다.

해체 작업 경험이 적은 미숙련 노동자가 투입됐을 수 있다는 추측이 나온다. 이진형 한국노총 전국건설노동조합 수석부위원장은 “플랜트 노동자 중 해체 작업 전문가나 중장비 자격자가 있는데 그들을 배제하고 일용직을 고용한 건 인건비를 절감하려 한 것 아니겠냐”고 말했다.

울산화력발전소 보일러 타워 붕괴 사고 이틀째인 지난 7일 울산 남구 용잠동 한국동서발전 울산발전본부 울산화력발전소 사고 현장에 보일러 타워가 무너져 있다. 권도현 기자

울산화력발전소 보일러 타워 붕괴 사고 이틀째인 지난 7일 울산 남구 용잠동 한국동서발전 울산발전본부 울산화력발전소 사고 현장에 보일러 타워가 무너져 있다. 권도현 기자


2018년 12월 태안화력발전소에서 김용균씨가 숨진 뒤 정부는 산업안전보건법을 전면개정하는 등 여러 차례 대책을 내놨지만, 비슷한 사고는 반복되고 있다. 지난 6월 한국서부발전 태안화력발전소에서 하청노동자가 사망했고, 7월에는 한국동서발전 동해화력발전소에서 30대 하청노동자가 추락해 숨졌다. 허종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최근 5년간(2021~2025년7월) 한국수력원자력·동서발전 등 발전공기업 6곳에서 발생한 산업재해는 총 517건으로, 사상자는 523명이 나왔다. 하청업체 소속이 443명으로 85%에 달했다.

노동계는 고질적 최저가 입찰제와 비용 절감식 하도급 시스템을 손보지 않으면 발전 공기업에서 하청 노동자의 사고가 반복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광일 한국노총 산업안전보건본부장은 “이 구조에서는 더 위험하고, 더 노동 부하가 심한 작업일수록 외주화된다”고 말했다. 원청업체 입장에선 위험하고 수익성 낮은 작업을 하청업체에 맡기면 인건비와 안전 관리 비용을 줄이고, 사고에 대한 책임은 덜 수 있다.

실제로 산재 사건 재판에서 원청업체는 대부분 “발주만 했을 뿐 지휘는 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김용균씨 사건과 관련해 원·하청업체와 임직원 14명이 재판에 넘겨졌으나, 대법원 판결까지 포함해 실형을 받은 책임자는 한 명도 없었다. 1·2심 재판부는 “원청이 하청에 인력을 요청하거나 근무자들의 근무시간 등 인력 운용에 관여한 사실은 인정되지만, 하청업체 체계와 업무 특성 등을 고려하면 실질적 고용관계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한전 산하 발전소들이 자회사 형태로 독립하면서 위험 관련 정보 공유가 단절된 것이 사고 원인이 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전 산하 5개 자회사인 남동발전·동서발전·남부발전·서부발전·중부발전은 원래 한전과 같은 기관이었지만, 1999년 공공부문 효율화 목적으로 분리됐다.

강태선 서울사이버대 안전관리학과 교수는 “비슷한 유형의 산재가 반복되는데도 막지 못하는 건 산재 위험 요소에 대한 정보가 공유되지 않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이어 “업종 내의 모든 위험 요소를 평가하고 감소 대책을 마련하는 업종별 위험성 평가 가이드라인을 만들도록 정부가 독려하고, 업계에서도 재난방지대책을 같이 모색하는 협의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재명 정부는 2040년까지 모든 석탄화력발전소 폐쇄를 추진하면서 석탄발전 공기업 통폐합을 검토 중이다. 강 교수는 “5개 발전사가 동일한 위험요소들을 갖고 있다. 노후화된 보일러타워 철거는 그 중 하나”라며 “사양산업일수록 안전 투자가 줄어들어 더 위험하기 때문에, 정부가 경영평가로 경쟁을 유도하기보다 서로 협력하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남희 기자 nami@kyunghyang.com

▶ 매일 라이브 경향티비, 재밌고 효과빠른 시사 소화제!
▶ 더보기|이 뉴스, 여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 점선면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info icon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AI 이슈 트렌드

실시간
  1. 1여인형 이진우 파면
    여인형 이진우 파면
  2. 2안보현 스프링피버
    안보현 스프링피버
  3. 3뉴진스 연탄 봉사
    뉴진스 연탄 봉사
  4. 4두산 카메론 영입
    두산 카메론 영입
  5. 5김건희 면죄부 검찰 반성
    김건희 면죄부 검찰 반성

경향신문 하이라이트

파워링크

광고
링크등록

당신만의 뉴스 Pick

쇼핑 핫아이템

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