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모델링된 빈집 |
[※ 편집자 주 = 저출산에 따른 인구 감소와 인구이동으로 전국에 빈집이 늘고 있습니다. 해마다 생겨나는 빈집은 미관을 해치고 안전을 위협할 뿐 아니라 우범 지대로 전락하기도 합니다. 농어촌 지역은 빈집 문제가 심각합니다. 재활용되지 못하는 빈집은 철거될 운명을 맞게 되지만, 일부에서는 도시와 마을 재생 차원에서 활용하는 사례도 늘고 있습니다. 연합뉴스는 매주 한 차례 빈집을 주민 소득원이나 마을 사랑방, 문화 공간 등으로 탈바꿈시킨 사례를 조명하고 빈집 해결을 위한 방안을 모색합니다.]
(인천=연합뉴스) 최은지 기자 = 깨진 창문, 칠이 벗겨진 외벽, 허름한 지붕.
골목 곳곳에 방치된 빈집은 도시의 생명력을 사그라들게 한다.
인천 남동구도 만수동이나 남촌도림동 등 원도심에 점차 늘어나는 빈집 탓에 골치를 앓았다.
올해 기준 남동구의 빈집은 252채로 80% 이상은 다세대주택의 반지하나 빌라다. 거리 곳곳에 주인 없는 빈집이 생기면서 안전사고는 물론이고 범죄 사각지대 우려도 생겨났다.
남동구는 일부 빈집을 리모델링해 노인 쉼터나 공동 육아방으로 활용하기도 했지만, 한계가 뚜렷했다.
방치된 빈집 특성상 소유주에게 리모델링 동의를 얻기가 쉽지 않았고 협소한 집들을 공용 공간으로 쓰기에도 비좁았다.
남동구는 늘어만 가는 빈집의 쓰임새를 고민한 끝에 주거 취약계층을 정책 대상으로 삼았다.
어려운 경제 사정으로 안전한 환경에 살지 못하는 이들을 위해 빈집을 재활용하면 어떨까. 새로운 해법의 시작이었다.
구는 2023년 2월 이 사업을 처음 시작하기로 하고 빈집 소유주들과 협의에 나섰다.
헌 집을 새집처럼 고쳐주는 대신 최대 3년까지 무상으로 집을 빌려 주거 취약계층의 보금자리로 삼기로 했다.
한 채당 최대 3천만원을 들여 낡고 때 낀 집에 도배와 장판을 새로 하고 주방과 화장실도 말끔하게 고쳤다.
리모델링된 빈집 내부 모습 |
원하는 주민은 누구나 빈집에 살 수 있도록 입주자 선정 절차는 간략하게 만들었다.
소득 기준을 포함한 자격 조건만 맞으면 누구나 행정복지센터에 신청해 공과금 보증보험(50만원)만 가입한 뒤 빈집에 거주할 수 있게 했다.
남동구는 먼저 국토교통부의 주거 취약계층 주거 지원 업무 처리 지침에 근거해 빈집에 입주할 주민을 추렸다.
이 중에는 무주택자, 출산 예정 미혼모, 가정폭력 피해자 등 다양한 주거 취약계층이 포함됐다.
쪽방, 고시원, 여인숙, 비닐하우스 등에 3개월 이상 거주하거나 열악한 주거 환경에서 만 18세 미만 자녀와 함께 사는 주민도 빈집에 살 수 있도록 했다.
이 정책 덕에 급하게 집에서 나와야 했던 한 가정폭력 피해자는 빈집에서 1년 동안 살며 삶을 재정비할 수 있었다.
집이 경매로 처분되면서 한순간에 쫓겨난 세입자도 빈집에서 8개월 동안 살다가 새 보금자리를 구해 떠났다.
현재 주거 취약계층을 위해 구가 리모델링한 빈집은 구월동·남촌도림동·만수동의 5곳이다. 이곳에 머물렀거나 살고 있는 주민은 모두 12명이다.
이 정책 덕에 빈집으로 골머리를 썩이던 자치구, 빈집 소유주, 주거 취약계층 모두 '윈윈' 하는 효과를 봤다.
빈집 주변에 방치되던 생활 쓰레기와 그로 인한 악취 문제가 해결됐고 당장 집이 없는 주민들은 안전한 생활 공간을 찾았다.
인천 남동구청 |
남동구는 올해 빈집 소유주와 주거 취약계층의 만족도를 조사해 제도 개선점을 찾고 더 나은 주거 환경을 제공할 계획이다.
또 철거를 비롯한 정비 명령에 따르지 않을 경우 부과하는 이행강제금을 빈집 정비 사업 재원으로 활용하는 방안도 구상하고 있다.
손현덕 남동구 건축안전센터팀장은 "갑작스러운 화재로 집을 잃은 분들이나 가정 폭력 피해자들이 임대주택을 많이 문의한다"며 "가능하면 무상임대인 빈집에 입주할 수 있게 안내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내년에도 리모델링을 통한 빈집 활용 정책을 계속 추진할 예정"이라며 "주거 취약계층에 실질적인 혜택이 돌아가도록 정책 홍보를 강화하겠다"고 덧붙였다.
chams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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