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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2000원 하던 커피가 두 배로… 코스피 연동 카페 손님들 “5000원 해도 좋다”

조선비즈 김수아 기자;임희재 기자;이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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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카페에서 사장이 커피를 내리고 있다. /김수아 기자

5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카페에서 사장이 커피를 내리고 있다. /김수아 기자



‘TODAY’s KOSPI(오늘의 코스피) 4219’

지난 4일 서울 여의도공원 내 Y 카페 입구 기둥에 이렇게 쓰인 간판이 걸려 있었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전날 종가보다 0.06% 내린 4219.24로 출발했는데, 이 카페에서 판매하는 ‘오늘의 커피’(드립커피) 한 잔을 4219원에 판매한다는 뜻이다.

Y 카페가 있는 곳은 신한투자증권, 한화투자증권 등의 본사가 있는 증권가 맞은편이다. 인근 증권사에 근무 중인 박모(50)씨는 “코스피지수가 5000까지 오르면 커피 한 잔 가격으로는 비싸겠지만, 그 자체로 의미가 있어 그 돈을 주고 마셔도 괜찮을 것 같다”고 말했다.

4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의 한 카페에 오늘의 코스피 지수가 적혀있다. /임희재 기자

4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의 한 카페에 오늘의 코스피 지수가 적혀있다. /임희재 기자



◇작년 3월 문 열 때는 커피 한 잔 2757원… 최근 4000원 넘어

Y 카페는 작년 3월 29일 문을 열었다. 이때부터 ‘오늘의 커피’를 오전 9시부터 11시까지 그날의 코스피지수 시작가에 맞춰 판매한다. 가격은 매일 달라진다. 첫날 가격은 2757원이었지만, 지난 7일에는 3963원이었다. 1년 7개월 만에 43.7% 비싸졌다. 다만 최근 주식시장에서 외국인 자금이 이탈하면서 4일과 비교하면 9.4% 싸졌다.

이 카페에서 판매하는 아메리카노 커피 1잔 가격은 3500원이다. 오픈 직후 ‘오늘의 커피’는 아메리카노에 비해 약 20% 저렴했지만, 코스피지수가 오르면서 오히려 10% 정도 비싸졌다.

카페를 운영하는 점주 이모(41)씨는 커피 가격을 코스피지수에 연동하는 데 대해 “코스피지수가 떨어지면 싸게 커피를 마실 수 있어서 좋고, 지수가 오르면 기분이 좋아서 사는 손님이 많을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커피를 사지 않더라도 코스피지수를 확인하러 오는 손님도 많다”고 말했다.


4일 오전 10시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에 위치한 Y 카페에서 구입한 '오늘의 커피'의 모습. /임희재 기자

4일 오전 10시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에 위치한 Y 카페에서 구입한 '오늘의 커피'의 모습. /임희재 기자



◇저가 커피도 많아서… 아메리카노 1잔 3500원에 ‘서킷 브레이커’

비슷한 콘셉트의 매장은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 인근에도 있다. W 카페는 2012년 문을 열었다. 당시 코스피지수는 1800에서 2000 사이 ‘박스권’에서 움직였는데, 점주 이용현(59)씨는 아메리카노 커피 가격과 코스피지수가 비슷한 것을 보고 재미 삼아 가격을 연동시켰다.

지난 5일 낮 12시쯤 찾은 W 카페에는 벽면에 ‘4107.50’이라는 숫자가 붙어 있었다. 지난주 금요일(10월 31일) 코스피지수 종가다. 그러나 실제로 4107원을 받지는 않았고, 아메리카노 커피 가격은 3500원이었다.

이용현씨는 “처음에는 ‘3000피(코스피지수 3000)’를 기원하는 마음으로 500원 단위로 가격을 책정했다”고 말했다. 커피 한 잔에 2000원, 2500원을 받았으나, 코스피지수는 올해 5월부터 가파르게 상승하더니 4000선도 돌파했다.


4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의 한 카페의 문 앞에 서킷브레이커 제도를 도입해 커피 가격을 3500원으로 고정했다는 안내문이 붙여져있다. /김수아 기자

4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의 한 카페의 문 앞에 서킷브레이커 제도를 도입해 커피 가격을 3500원으로 고정했다는 안내문이 붙여져있다. /김수아 기자



커피 한 잔에 2000원 이하를 받는 ‘저가 커피’ 매장도 많은데, 언제까지 커피 가격을 올릴 수는 없는 일. 결국 W 카페는 지난달 13일 ‘서킷 브레이커’를 발동했다. 지난달 10일 코스피지수가 3610.60으로 마감하자, ‘더 이상 커피값이 올라서는 장사를 할 수 없다’는 생각에 1잔 가격을 3500원으로 고정시켰다.

서킷 브레이커는 주식시장에서 주가의 급격한 변동을 막기 위해 급등락 시 일정 시간 동안 거래를 전면 중단하는 제도다. 인근 직장인 이모(51)씨는 “적정 커피값은 2000원쯤이라 생각한다”며 “코스피지수가 너무 올라 이제는 비싸서 사 마시기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이용현씨는 “코스피지수가 3500보다 낮아지면 다시 주가와 연동할 것”이라고 했다. ‘코스피지수가 5000을 돌파하면 어떻게 할 거냐’고 묻자 “그러면 4000원 정도에서 서킷 브레이커를 걸겠다”고 말했다.

김수아 기자(pado@chosunbiz.com);임희재 기자(hj0307@chosunbiz.com);이호준 기자(hjoo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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