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오락실]
<8> 넷플릭스 '하우스 오브 다이너마이트'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 태평양을 건너 미국을 향해 돌진한다. 발사 위치는 ‘불명’. 북한의 도발일까 러시아나 중국의 공격일까. 남은 시간은 20분 미만. 백악관과 펜타곤은 비상사태에 돌입한다. 요격이 실패로 돌아가는 사이, 미사일과 시카고 간의 거리는 점점 줄어든다. 보복할 대상을 특정해 핵 미사일 발사 버튼을 누를 것인지 말 것인지 결정해야 하는 긴박한 상황. 대통령은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지난달 말 공개된 넷플릭스 영화 ‘하우스 오브 다이너마이트’는 정체불명의 미사일이 미국을 향해 날아오는 사이 미국 수뇌부가 겪는 절체절명의 위기 상황을 그린다. 영화는 알래스카의 미사일 방어 대대와 워싱턴의 백악관 상황실, 펜타곤을 오가며 여러 위치에서 대응 방안을 찾아 고민하는 인물들을 묘사한다.
다큐멘터리처럼 사실적인 연출로 공포감을 안긴 이 작품은 단박에 넷플릭스 영화 부문 글로벌 시청 순위 1위에 올랐다. 미국 현지에선 국방부가 이례적으로 “우리의 요격 시스템은 100% 정확하다”는 논평을 내며 논란과 논쟁이 확산하고 있다. 제목만큼이나 뜨거운 영화 ‘하우스 오브 다이너마이트’에 대해 본보 문화부 기자들이 이야기를 나눴다.
<8> 넷플릭스 '하우스 오브 다이너마이트'
편집자주
주말에 즐겨볼 만한(樂)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신작에 대한 기자들의 방담.넷플릭스 영화 '하우스 오브 다이너마이트'에서 백악관 상황실의 올리비아 워커(레베카 페거슨) 대위는 대륙간탄도미사일이 미국을 향해 날아오고 있다는 보고를 받는다. 넷플릭스 제공 |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 태평양을 건너 미국을 향해 돌진한다. 발사 위치는 ‘불명’. 북한의 도발일까 러시아나 중국의 공격일까. 남은 시간은 20분 미만. 백악관과 펜타곤은 비상사태에 돌입한다. 요격이 실패로 돌아가는 사이, 미사일과 시카고 간의 거리는 점점 줄어든다. 보복할 대상을 특정해 핵 미사일 발사 버튼을 누를 것인지 말 것인지 결정해야 하는 긴박한 상황. 대통령은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지난달 말 공개된 넷플릭스 영화 ‘하우스 오브 다이너마이트’는 정체불명의 미사일이 미국을 향해 날아오는 사이 미국 수뇌부가 겪는 절체절명의 위기 상황을 그린다. 영화는 알래스카의 미사일 방어 대대와 워싱턴의 백악관 상황실, 펜타곤을 오가며 여러 위치에서 대응 방안을 찾아 고민하는 인물들을 묘사한다.
다큐멘터리처럼 사실적인 연출로 공포감을 안긴 이 작품은 단박에 넷플릭스 영화 부문 글로벌 시청 순위 1위에 올랐다. 미국 현지에선 국방부가 이례적으로 “우리의 요격 시스템은 100% 정확하다”는 논평을 내며 논란과 논쟁이 확산하고 있다. 제목만큼이나 뜨거운 영화 ‘하우스 오브 다이너마이트’에 대해 본보 문화부 기자들이 이야기를 나눴다.
넷플릭스 영화 '하우스 오브 다이너마이트'에서 미국 대통령(이드리스 알바)은 정체불명의 미사일이 미국으로 다가올수록 깊은 고민에 빠진다. 넷플릭스 제공 |
강유빈 기자(강): 핵 위협이 현실화했을 때의 미국 내 프로토콜을 다큐멘터리인가 싶을 정도로 사실적으로 묘사했다. 진짜 같아서 공포스러웠고, 숨죽이며 봤다. 익숙하다 못해 잠시 잊고 살았던 한반도 핵 위협과 우리가 얼마나 깨지기 쉬운 평화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지 새삼 실감했다.
고경석 기자(고): 기승전결의 ‘승’과 ‘전’ 부분만을 세 차례 반복하는 대담한 시도가 인상적이었다. 극장용 영화라면 시도하기 어려웠을 텐데 넷플릭스 같은 OTT용 영화여서 가능했을 것이다. 결말을 보여주지 않는 스토리텔링 방식에 불만을 표하는 시청자도 많더라.
인현우 기자(인): 핵 전쟁의 위협이 실제로 임박했을 때 우리가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것을 무섭게 보여주는 영화다. 열린 결말이라고는 하나, 어떤 결과가 나오든 끔찍한 희생은 불가피하게 될 거라는 암시를 강하게 전한다.
강: 초기 대응 상황이 낙관적이지 않아 현실적으로 느껴졌고 그 과정에서 시스템의 한계나 불완전성을 곱씹어보게 한다는 점이 좋았다. 미사일 발사 인지 후 모든 인물들이 정해진 매뉴얼에 맞춰 움직이지만 훈련과 실제 상황은 전혀 달랐다. 요격 시스템은 '동전 던지기' '총알로 총알 맞히기' 수준에 불과했고 재앙을 막는 데 끝내 실패하지 않나. 열린 결말은 감독의 의도가 질문을 던지는 것까지였다면 괜찮은 마무리였다고 본다.
넷플릭스 영화 '하우스 오브 다이너마이트'의 한 장면. 미국 국방부 수뇌부는 정체불명의 미사일이 20분 이내에 미국 시카고를 폭파시킬 것이라는 보고를 받는다. 넷플릭스 제공 |
고: 대통령이 “폭탄 만들고 계획 세우고 벽은 언제고 터질 기세인데 그 안에 계속 살고 있다”며 영화의 주제를 전하는데 그 옆에서 32세의 젊은 군인이 가슴에 성호를 그은 뒤 식당 메뉴를 설명하듯 “반격할 거라면 MAO7이나 MAO9가 있다”고 권하는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강: 영화 속 베이커 국방장관의 마지막 선택이 기억에 남았다. 시카고에 사는 딸과 간신히 연락이 닿지만 딸이 몇 분 후 죽을 수 있다는 이야기는 하지 않고 짧게 일상적인 대화를 한다. 그 몇 분 동안 복잡하고 절망적인 아버지의 심경을 잘 표현했다.
인: 어디선가 발사된 미사일의 출처를 모른다는 설정에 대해 현실에선 거의 불가능할 거라고 보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다만 특정한 적을 암시하기보다 핵 경쟁 체제 자체가 내포한 일촉즉발의 위험성을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이해된다.
넷플릭스 영화 '하우스 오브 다이너마이트'의 한 장면. 미국 알래스카의 미사일 방어 대대 소속의 한 군인이 절망스러운 표정으로 허공을 응시하는 모습. 넷플릭스 제공 |
고: 미사일을 확인한 순간부터 파국 직전까지 18분 정도의 시간을 세 차례에 걸쳐 반복해 보여주는 3막 구조에 호불호가 갈린다. 1막은 미사일 발사를 확인하고 보고하며 이에 대한 대응을 실행하는 이들의 이야기고, 2막에선 적국에 반격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군부와 외교로 해결하려는 행정부 사이의 갈등이 나오며, 3막에선 최종 결정을 해야 하는 대통령의 고뇌가 그려진다. 구로사와 아키라의 영화 ‘라쇼몽’처럼 한 사건을 완전히 다른 시각으로 보여주는 건 아니어서 반복될수록 긴장감이 떨어졌다. 무력감의 심화라는 측면에선 효과적이었지만.
인: 비글로 감독 특유의 군상극을 더 세밀하게 풀어내기 위해서였다고 본다. 각자가 프로페셔널하게 일하지만 극한 상황에서는 결국 가족의 안위를 걱정하고 자기 자신을 돌아보며 고민해야 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1막에서 2막, 3막으로 넘어가면서 새롭게 풀리는 정보도 있다.
강: 하나의 위기 상황에서 백악관 상황실, 전략사령부, 대통령이 내려야 하는 결정과 딜레마를 각각 깊게 들여다볼 수 있어 좋았다. 대통령 시점의 후반부는 그의 한마디에 핵전쟁이 촉발될 수 있는 만큼 한층 엄중한 분위기여서 확실히 앞선 파트와 차별화됐다.
지난 9월 열린 미국 뉴욕영화제에 참석한 캐스린 비글로 감독. AP 연합뉴스 |
인: '힘을 통한 평화'와 억지력을 강조하는 것은 서로를 향해 치명적 무기를 겨누고 있는 상황에서 '상호확증파괴'를 피하기 위해 대화를 선택하고 합리적으로 행동한다고 가정되기 때문이다. 이 영화에선 비합리적 결정이나 몇 가지 실수에 의해서도 참혹한 결말이 발생할 수 있다고 암시한다. 어느 순간 그 위기에 대한 감각이 점점 사라져가는 것 같다. 모두가 끔찍한 전쟁이 임박하기 전에 이를 예방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 이 영화가 담은 주장이다. 더불어 냉전체제와 미국 일극 체제가 끝나고 도래한 현재 세계 질서에 대해 미국이 느끼는 불안감도 보여주고 있다고 본다.
강: 우리는 일상적으로 '북한, 동해상에 탄도미사일 발사'라는 속보를 마주하지 않나. 이 과정에서 사소한 실수가 더해지면 우리나라에도 비슷한 위기가 언제든 현실화할 수 있는 것 아닌가 싶다. 그럴 때 우리 정부와 군은 어떤 대응을 할 수 있을까. 우리에겐 무섭고 암울한 생각거리를 남기는 영화다.
고: ‘상호확증파괴’에 대한 우려로 전쟁 억지력이 생긴다는 논리를 비판하는 영화다. 실제로 전 세계 핵무기 수도 증가 추세다. 74세인 비글로 감독은 어릴 때 원자폭탄의 공포를 들으며 자랐다고 한다. 일등국가라는 자리를 놓치지 않기 위해 계속 적을 만들며 집 안을 폭탄으로 채운 미국의 자충수를 비판하는 영화로 읽혔다.
고경석 기자 kave@hankookilbo.com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강유빈 기자 yubin@hankookilbo.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