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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집밥이 세계서 두번째 비싸다고? [매경데스크]

매일경제 전지현 기자(code@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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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로 치솟는 외식물가
저속노화 식단 열풍에
집밥으로 회귀하지만

우리나라 식료품 물가 지수
OECD 평균보다 47% 높아
스위스 다음으로 가장 비싸


영화 ‘리틀 포레스트’

영화 ‘리틀 포레스트’


오랜만에 냉장고를 정리했다.

큰 김치통에 2년된 묵은지 달랑 1포기 남아있어 비우기로 결심했다. 쉬어터진 김치의 숙명은 역시 찌개. 통조림참치를 넣고 푹 끓였다. 그리고 실로 오랜만에 햅쌀로 밥을 지었다. 남편은 “간만에 제대로 된 밥을 먹었다”고 감탄했다.

지극히 소박한 밥상이지만, 김치에 배어든 장모의 정성이 가져다준 정서적 포만감이다. 김장김치에는 노모의 오랜 노고가 배여있다. 싱싱한 멸치를 사서 2년간 삭힌 액젓, 직접 볶아낸 천일염, 5년전 담근 매실액, 갈아넣은 생새우, 엄선한 배추와 고춧가루 등 재료 어느 하나 허투루 준비한게 없다. 몇해전 수술한 허리와 어깨 통증도 외면하고 매년 고된 김장을 해서 택배로 보낸다.

식당에서 파는 중국산 김치찌개는 배를 채워도 영혼의 허기까지 충족시키지 못한다. 수지타산을 맞추기 위한 식재료 선택과 노동과도 같은 조리 과정에 애정을 담기 힘들다. 좋은 식재료를 골라 열과 성을 다하는 식당은 너무 비싸다. 평범한 직장인이 그 문턱을 자주 넘을 수 없는게 현실이다.

문제는 음식이 곧 건강과 직결된다는 점이다. 먹거리가 내 몸의 피와 살을 만든다는 사실을 오랫동안 망각해왔다. 비타민과 영양제는 때려 먹었지만 제철음식을 챙기지 못했다. 원인모를 염증이 엄습하면서 집밥을 해보기로 결심했다. 영화 ‘리틀 포레스트’에서 서울살이에 지친 주인공이 고향 시골집으로 내려가 직접 키운 농작물로 생기를 되찾는 장면이 떠올랐다. 봄에는 나물 파스타와 아카시아꽃 튀김을, 여름엔 오이 콩국수, 가을엔 밤조림, 겨울엔 배추된장국 ···. 사계절 햇빛과 흙이 선물한 음식에 소소한 행복을 느낀다.

대학시절 상경해 객지생활을 해서 공감이 가는 영화였다. 기숙사와 학교 식당 밥을 아무리 먹어도 집밥에 대한 그리움에 허기가 졌다. 방학 때 고향집에 내려가 엄마가 끓인 된장찌개만 먹어도 충만했다.


그 맛을 재현하고 건강을 위해 집밥을 해보기로 했다. 평일 퇴근후엔 엄두를 못내지만, 주말이라도 제철 식재료를 사서 국과 반찬을 만들기 시작했다.

요즘 젊은 세대들도 저속노화를 위해 집에서 요리를 한다. 세포 노화를 늦추고, 대사 기능을 건강하게 유지하는 식단이다. 항산화 식품 베리류와 토마토, 브로콜리, 콩과 생선, 달걀 등 단백질 위주 식단으로 흰쌀과 밀가루 등 정제탄수화물을 제한한다.

치솟는 외식 물가에 집밥을 해먹는 사람도 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8월 외식 물가 상승률은 3.1%로, 전체 물가 상승률 1.7%의 약 두 배에 달했다.


유튜브에 각종 레시피 영상이 가득해 요리에 대한 두려움을 없앴다. 한식과 양식, 중식, 일식 뿐 아니라 두유와 그릭요거트 등 각종 웰빙 식품도 뚝딱 만들 수 있다. 어떤 식재료라도 온라인으로 주문하면 며칠내 배달되기에 장보기의 수고로움도 던다.

집밥 회귀로 유통가 식품판매도 늘었다고 한다. 가격비교 사이트 다나와에 따르면 8월 쌀과 계란류의 온라인 거래액이 전년 동월 대비 각각 29.7%, 26.4% 증가했다.

국내선 최근에야 집밥 열풍이 불고 있지만, 미국과 영국, 독일 등 유럽은 이미 오래전부터 가정식 의존도가 높았다. 인건비 상승으로 인한 외식물가 급등을 우리보다 먼저 경험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여느 나라보다 한국에서 더 비싼 집밥을 먹고 있다. 8월 우리나라의 실질 구매력 기준 식료품 물가 지수는 OECD 평균(100)보다 47% 높아 스위스 다음으로 가장 비싸다. 그리고 올해 배추, 무, 양배추, 삼겹살 등 주요 식품 가격이 전년 대비 10~50% 이상 오르며 밥상 물가 부담이 커졌다. 외식도 집밥도 참 어려운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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