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해군의 전략핵잠수함 미시간호가 2023년 부산 해군기지에 입항하는 모습. 연합뉴스 |
김종대 | 전 정의당 의원
미국 해군의 수중 전력 건설은 매우 논쟁적이다. 미 의회와 산업계는 일자리와 산업을 유지하기 위해 버지니아급 핵잠수함(블록 4/5)을 추가 구매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펜타곤과 해군은 핵잠수함과 같은 단일 플랫폼은 중단하고, ‘오르카’와 같은 초대형 무인수중체계(XLUUV·Extra large uncrewed undersea vehicle)로 방향을 전환해야 한다고 맞선다. 이는 본질적으로 현재의 일자리가 우선이냐, 중국과 러시아에 대한 미래의 전력 우위가 우선이냐는 논쟁이다.
핵잠수함에 대해 펜타곤과 해군은 승조원 134명이 탑승해야 하고, 대당 건조 비용이 40억~45억달러(6조원 안팎), 연간 유지 비용이 6천만~1억달러(800억~1500억원)에 이르는 고비용을 감당하기 어렵다며 난색을 표명하고 있다. 반면 대형 수중 드론인 오르카는 한 척당 5500만달러(800억원) 수준으로 추정되며 로스앤젤레스에서 서울까지 거리인 6천해리를 항해하고, 확장성이 뛰어나 다양한 임무를 수행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핵잠수함 한 척보다 30~40대의 수중 드론이 더 낫다는 이야기다. 미 해군은 ‘분산 해상 작전’(DMO)과 ‘프로젝트 33’과 같은 핵심 전략 문서를 통해 핵잠수함과 같은 유인 플랫폼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무인 시스템을 대거 도입하는 비전을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다. 이 전략의 비전은 간단하다. “더 많은 플랫폼에, 더 많은 탄약을 실어 더 넓게 뿌려서 상대의 관측·표적화·타격 체계를 과부하시키라.” 대양 해군의 장엄한 실루엣보다는 센서와 슈터가 촘촘히 얽힌 ‘보이지 않는 그물’이 제해권의 실체라는 이야기다.
하지만 미 의회는 오르카 프로그램의 개발 지연과 막대한 예산 소요에 대해 극도로 비판적이다. 미 의회 산하 회계감사원(GAO)은 수중 드론에 대해 “프로그램으로 성숙할지 불확실하다”고 지적한다. 의회는 무인 시스템의 ‘가능성’에 투자하기보다, 검증된 ‘현재’의 전력에 예산을 집중하려 한다. 지난 7월 하원 군사위원회는 2026 회계연도 국방수권법(NDAA)에서 버지니아급 핵잠수함 조달 예산을 10억달러(1조4500억원) 증액했다. 그 배후에 조선산업과 일자리에 극도로 민감한 군산복합체가 있음을 짐작하기란 어렵지 않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둘 중 어느 편도 들지 않고 어정쩡하게 이들을 봉합한다.
그런데 돌연 한국이 미국에서 논란거리인 핵추진 잠수함을 자체 건조하겠다고 나섰다. 한국 핵추진 잠수함에는 핵무기가 없다. 핵 억지력 없이 북한과 주변국의 잠수함을 더 신속하게 추적·감시하는 일만 하는 이상한 무기체계다. 한반도·서해·동중국해의 열악한 환경에서 초고가의 거대한 잠수함은 적의 감시·타격망에 ‘과도한 가치 집중’ 위험을 노출할 뿐이라는 미 해군의 진단에 딱 들어맞는 사례다. 물론 미국의 군산복합체는 이런 한국의 계획을 거부할 이유가 없다. 핵연료 공급을 미끼로 한국 잠수함의 일부라도 미국 조선소에서 만들도록 할 수 있다면 의회가 무리하게 국방 예산을 증액시키지 않아도 된다. 미국이 문재인 정부 땐 핵추진 잠수함 건조에 난색을 표명하다가 호의적으로 돌아선 배경이다. 한국 안보에 현명한 정책이 될 것인지 신중하게 따져볼 필요가 있다.
이미 중국은 ‘투명한 바다’를 외치며 러시아와 함께 주변 바다에서 5중 감시망을 구축하고 있다. 위성, 항공 감시, 수상 글라이더, 수중 드론, 해상 레이더로 중첩된 중국의 전략은 뛰어난 제조업 능력과 조선 생태계를 기반으로 거침없이 도약하고 있다. 우리도 장차 인공지능과 제조업을 기반으로 한국형 해양 전략을 고민해야 하는데, 10조원 이상이 들 거대한 핵추진 잠수함 사업에, 그것도 미국에 대한 기술 종속을 감수하면서까지 목을 매는 게 과연 옳은 일일까. 불필요한 정치적 비용은 또 어떠한가. 한반도 주변 해역은 수심이 낮고 해안이 복잡하여 거대한 플랫폼보다는 분산형 센서와 네트워크가 요구되는 환경이다. 이는 분명 한국의 기술과 제조업 생태계가 실력을 발휘할 영역이고, 또한 그 잠재력이 매우 큰 기회의 공간이다. 미래 안보와 기술의 발전 추세를 종합적으로 고려한 뒤 추진해도 늦지 않을 일이다. 핵추진 잠수함을 2030년대 중반에 진수한다고? 뭐가 그리 급해서 미 군산복합체의 뒤를 쫓으려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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