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보는 세상]
(서울=뉴스1) 김진환 기자 =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30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엔비디아 지포스 게이머 페스티벌에 참석해 인사를 하고 있다. (공동취재) 2025.10.30/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김진환 기자 |
이른바 '깐부회동'이 있던 지난주, 엔비디아 그래픽카드(GPU) '지포스' 한국 출시 25주년 행사에서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꼭 할 거다"라고 한 말이 귀에 꽂혔다.
해당 발언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에 이어 마이크를 쥐고 "제가 생긴 건 들어 보여도 두 분 다 저의 형님"이라며 유쾌한 분위기를 조성한 뒤에 나왔다. 정 회장은 "미래에는 엔비디아 칩이 차와 로보틱스로 들어와서 더 많이 협력할 것 같다"며 "여러분들이 앞으로 차에서 더 많은 게임을 할 수 있게 꼭 할 거다"라고 말했다.
행사에 모인 관객 상당수가 게임을 즐기는 2030이었지만 정 회장이 미래 기술과 거리가 있는 게임을 연관지은 것은 현대차그룹의 실용주의와 맞닿아있다. 정 회장은 지난 8월 미국 자동차전문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성공의 척도는 고객에게 얼마나 가치있는가에 달려있다"며 현대차그룹의 혁신 DNA를 '고객중심'으로 손꼽았다. 달리 얘기하면 주행 중 고사양 게임환경을 조성하는 것에 고객이 다른 사양보다 더 큰 가치를 부여할 수 있다는 의미다. 정 회장은 2020년 회장 취임 후 현대차그룹을 실용주의 노선으로 전환해 글로벌 3위 자동차회사로 성장시켰다.
정 회장의 엔비디아 회동 발언은 '기업인 대표 어록'으로 손꼽히는 고 정주영 명예회장의 "해봤어?"를 떠올리게 한다. 울산 미포에 세계 최대규모의 조선소를 짓겠다고 할 때 정 명예회장은 직원들에게 "이봐, 해봤어?"라고 다그쳤다고 한다. 이런 현대정신은 경부고속도로를 놓고 포니를 만들고 금강산관광을 개발하는 원동력이 됐다. 다수의 학자는 이 말을 '해보지도 않고 포기해선 안된다'는 미래지향적 주문이라고 분석했다. 이런 면에서 "꼭 할 거다"는 정 회장의 말은 창업자의 혁신에 대한 주문에 '포기하지 않겠다'는 자기다짐처럼 들린다.
현대차그룹은 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들어선 후 공포의 레이스를 달렸다. 관세협상의 중심에 자동차 25% 관세 통보를 받으면서 10조원의 영업이익이 사라질 것이란 전망이 나왔고, 지난달 조지아주 소재 전기차 배터리 합작 공장에 미국 이민세관단속국(ICE)이 급습해 현장 노동자가 구금되는 수모를 겪었다.
그러다보니 주가는 별다른 힘을 못썼다. 현대차 주가는 2021년 1월 주당 20만원에 진입한 후 지금까지도 20만원대에 머물고 있다. 6일 종가 기준으로 26만9000원이다. 시가총액은 삼성전자의 10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한다. 기아는 10만원을 넘어 선전하고 있지만 지난해 부진했던 흐름을 만회하는 수준이다. 현대모비스 주주들도 다른 종목을 쥔 투자자에 비해 흥겨운 분위긴 아니다.
하지만 증권가에선 현대차그룹의 저력을 믿는 눈치다. 25% 관세에서도 미국 내 점유율이 크게 떨어지지 않으면서 수익성을 증명했는데 이달부터 15% 관세 효과를 볼 것으로 예상돼서다. 몇몇 증권사는 현대차그룹 일부 종목에 대해 목표주가를 상향했다. 엔비디아 '블랙웰 GPU' 5만개 확보한 정 회장은 자동차 미래를 선점할 수 있을까? 그는 이미 답을 했다.
지영호 기자 tellm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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