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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값 잡기 전에 실수요자 잡을판”…대단지 아파트 매물 절반 사라졌다

매일경제 임영신 기자(yeungim@mk.co.kr), 한창호 기자(han.changho@mk.co.kr), 박재영 기자(jyp8909@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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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아파트 매물 12% 감소

갭투자 막히며 매물 잠김 현상
거래 한건도 없는 단지도 속출
규제 학습효과에 매수세 여전
집주인은 호가 높이며 버티기
간헐적 고가거래로 집값 들썩
전월세 오르고 월세매물 급증
매물 급속도로 줄어든 상황서
임대의무 풀린 물량도 못나와


서울 송파구 잠실에 한 아파트. 사진과 기사는 관련 없음. [김재훈 기자]

서울 송파구 잠실에 한 아파트. 사진과 기사는 관련 없음. [김재훈 기자]


“갭 투자 매물이 싹 빠지면서 거래가 끊겼습니다.” (서울 마포구 아현동 A공인 대표)

10·15 부동산 대책 영향으로 서울 아파트 매물이 급감하고 있다. 지난달 20일부터 서울 전역이 규제지역과 토지거래허가구역(토허구역)으로 지정되는 사상 초유의 부동산 규제가 시행되면서 전세를 끼고 집을 사는 갭투자에 제동이 걸리고 대출 규제로 갈아타기도 어려워진 집주인들이 매물을 속속 거둬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거래절벽이 심화하고 있지만 주택 수요자들의 매수세와 호가를 올리며 관망세로 돌아선 매도자로 인해 가격은 오르는 모양새다. 지난 3월부터 토허구역으로 묶인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와 용산구처럼 간헐적으로 발생하는 고가 거래가 시장을 왜곡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5일 부동산 빅데이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4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 매물은 6만3157건으로 서울 전역이 토허구역으로 지정되기 직전인 지난달 19일 7만1656건보다 11.9%(8499건) 급감했다. 특히 한강벨트 대표 자치구인 마포·성동·광진구는 같은 기간 매물이 4695건에서 3849건으로 18%(846건) 줄었다.

상대적으로 집값은 낮지만 3중 규제 직격탄을 맞은 노도강(노원·도봉·강북)의 매물은 13.2% (1460건) 감소했다. 반면 10·15 대책 전부터 규제를 받고 있는 강남 3구와 용산구의 아파트 매물은 3.8%(685건) 감소하는 데 그쳤다.

서울 아현동 마포래미안푸르지오 인근. [김호영 기자]

서울 아현동 마포래미안푸르지오 인근. [김호영 기자]


실제 대단지 아파트에서 매물 찾기가 힘들어졌다. 3885가구인 서울 마포구 마포래미안푸르지오는 평상시 매물이 60~70건이었는데 현재 계약 가능한 매물이 37건으로 줄었다. 3000가구가 넘는 노원구 중계그린에도 매물이 26건으로 58.1% 급감했다. 동대문구 래미안크레시티, 서대문구 e편한세상신촌 등 2000가구 안팎의 단지들 역시 매물이 40건 안팎에 불과하다. 중개업소에서 “매물이 귀해졌다”는 말이 나온다.


매물이 잠기면서 거래는 올스톱됐다. 지난달 19일 이후 마포래미안푸르지오는 매매 거래가 한 건도 없었다. 다른 단지들도 비슷한 분위기다. 노원구 중계동 인근 B중개업소는 “매수자와 매도자가 모두 거래를 미루며 눈치만 보고 있다”고 말했다.

거래절벽 속에도 아파트 매매 가격은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매물은 빠지고 있는데 주택 실수요자들 사이에서 문재인 정부 때 각종 규제에도 집값이 올랐다는 학습 효과로 매수세가 살아 있고, 급하지 않는 집주인들이 호가를 높여 매물을 내놨기 때문이다.

서울시 노원구 상계주공 7단지 [김호영 기자]

서울시 노원구 상계주공 7단지 [김호영 기자]


10·15 대책 전 5억원 안팎에서 거래되던 상계주공 9단지 전용 49㎡ 매매가는 최근 5억5000만원까지 올랐다. 강북구 삼성래미안트리베라2차 전용 84㎡도 지난달 15일 올해 들어 최고가인 9억7900만원에 거래됐는데 현재 10억원 매물이 등장했다.


강북구 미아동 C중개업소 중개사는 “서울에 당분간 주택이 부족한 상황을 잘 아는 집주인들은 호가를 높이며 버티기에 들어갔고 ‘어떻게든 빨리 집을 장만해야 한다’는 매수 심리는 여전히 강해서 가격이 쉽게 꺾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10·15 대책이 전월세 시장의 불안을 키우고 매매가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실제 월세화가 빨라지고 있다. 지난 4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 물량은 2만5012건으로 대책 발표 전보다 1.9%(470건) 늘었다. 반면 월세 매물은 같은 기간 1만9801건에서 2만863건으로 5.4%(1062건) 증가했다. 월세 매물 증가율이 전세의 약 3배에 달한다. 갭투자 금지와 실거주 의무 때문에 전세 매물이 줄고 대출 규제가 전세 수요를 월세 시장으로 밀어낸 영향이 크다.


이런 와중에 과거 장기임대사업자로 등록했던 이들 역시 토허구역에 발목이 잡히면서 시장에 매물이 공급되는 것을 되레 막고 있다는 비판도 커진다. 2018년 등록된 8년 장기임대주택의 의무기간이 내년부터 순차적으로 만료되지만, 현 세입자가 거주 중이면 실거주 의무 규제 탓에 매도가 불가능하다.

국토교통부 자료에 따르면 서울에서만 내년 만료되는 등록임대주택은 2만4267가구로, 잠재 공급 물량의 35%에 해당한다. 세금 감면이 끝나 종합부동산세 부담은 커졌지만 집을 팔 수도 없어 ‘강제 장기 보유’ 상태에 놓인 셈이다.

성창엽 대한주택임대인협회장은 “이 물량은 의무가 끝나면 시장에 자연스럽게 나올 수 있는 잠재적 공급이었으나 토허제 실거주 의무 때문에 거래 자체가 막히면서 서울 아파트 시장에 공급 축소를 초래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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