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철 수소연료전지 동파 핵심 원인 규명…간단한 열처리 공정으로 해결

전극 나노구조 열적 재구성 결과와 전극 내 수분 흡수 영역 감소에 따른 동파 완화 메커니즘에 대한 모식도(표재범 교수)

국내 연구진이 겨울철 수소연료전지 성능과 내구성을 떨어뜨리는 '전극 동파(凍破)' 문제 핵심 원인을 규명하고, 간단한 열처리 공정만으로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원천 기술을 확보했다.

한국연구재단은 표재범 국립공주대 교수, 김택수 한국과학기술원(KAIST) 교수, 김지훈 국방과학연구소(ADD) 박사 공동 연구팀이 전극 동파 원인이 나노 기공이 아닌 이오노머 결합체 내부 결빙임을 규명했다고 5일 밝혔다. 연구팀은 또 190℃에서 10분간 열처리 공정을 통해 이를 해결했다.

수소연료전지와 물을 전기로 분해하는 수전해 장치는 미래 청정에너지 기술 핵심으로 꼽힌다. 그러나 혹한기에는 전극 내부에 남아 있는 물이 얼어붙어 균열이 생기고, 이로 인해 장치 성능과 수명이 떨어진다. 이런 파손 현상 원인으로는 전극 속 미세한 기공에 갇힌 물이 얼면서 생기는 압력 때문으로 연구됨에 따라 지금까지는 히터나 외부 보조장치로 온도를 높이는 방식에 의존해 왔다.

연구팀은 이오노머 함량이 높은 전극이 나노 기공이 더 적고 초기 기계적 성능이 우수하지만, 오히려 동파에 더 취약하다는 점을 발견했다. 이는 동파 주범이 나노 기공이 아닌 스펀지처럼 물을 빨아들이는 이오노머(물을 흡수해 수소이온 같은 전하를 전달하고, 동시에 입자를 접착·지지하는 역할을 하는 고분자) 결합체임을 규명한 것이다.

연구팀은 문제 해결을 위해 190℃에서 10분간 열처리 공정을 적용했다. 이 과정에서 이오노머 나노구조가 조밀하게 변형돼 물이 머무를 공간 자체를 조절했다.

그 결과 영하 20℃ 혹한에서도 초기 기계적 성능 90% 이상을 유지하는 획기적인 내구성을 확보했다.

연구팀은 향후 대규모 시스템에 적용 가능한 기술로 발전시켜, 극한 환경에서도 안정적으로 작동하는 차세대 수소에너지 시스템 개발에 기여할 계획이다.

표재범 교수는 “이번 성과는 전극의 동파 원인에 대한 기존 통념을 뒤집으며, 동파의 근본적인 원인을 찾아 새로운 해결책을 제시한 것”이라며 “겨울철 수소차의 안정적 시동, 혹한 지역 수전해 플랜트의 신뢰성을 높이는 것은 물론, 이오노머를 사용하는 차세대 배터리, 슈퍼커패시터 등 미래 에너지 저장장치 저온 안정성 개선에 폭넓게 적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성과는 에너지 및 재료과학분야 국제 학술지 '카본에너지(Carbon Energy)'에 지난달 31일 게재됐다.

이인희 기자 leeih@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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