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철 씨티그룹 글로벌마켓증권 한국지점 리서치센터장. 씨티그룹 제공 |
올해 상반기 메모리 반도체 시장을 바라보는 시각은 지금과는 딴판이었다. 에스케이(SK)하이닉스가 독점한 인공지능(AI)용 고대역폭메모리(HBM) 사업에 삼성전자, 미국 마이크론 등이 가세하며 공급 과잉 우려가 컸던 탓이다.
이세철 씨티그룹 글로벌마켓증권 한국지점 리서치센터장(전무)은 지난 9월 초 업계 최초로 시장 예상을 뒤집는 보고서를 펴냈다. 메모리 ‘공급 과잉’이 아니라 ‘공급 부족’ 시대가 올 거라는 게 이 보고서의 뼈대였다. 삼성전자 반도체 기술자 출신인 이 전무를 지난달 20일 서울 사무실에서 만났다.
“인공지능 기술의 중심이 학습(Training)에서 추론(Inference)으로 넘어가며 고대역폭메모리뿐 아니라, 일반 디램(DDR5)과 기업용 플래시 메모리(eSSD) 등으로 메모리 수요가 확대되고 있습니다. 기업과 일반인들의 인공지능 활용이 늘며 메모리 수요 증가 속도도 급속히 빨라지고 있어요.”
인공지능 모델은 통상 학습 단계에서 방대한 데이터를 쉴 새 없이 연산하며 실력을 쌓는다. 이후엔 학습한 지식을 토대로 문제를 처리하는 추론 단계로 넘어간다. 사람으로 따지면 학교를 졸업한 뒤 실전에 뛰어드는 셈이다. 학습 단계에선 대규모 데이터가 한번에 이동할 수 있는 넓은 도로(대역폭)를 가진 고대역폭메모리와 그래픽처리장치(GPU) 등이 필요하다. 그러나 추론 단계에선 그동안 공부한 데이터를 영구 저장하고 빠르게 불러올 수 있는 고성능·고효율 범용 메모리의 쓰임이 확대된다.
이 전무는 범용 메모리의 공급 쇼크(충격) 현상이 최소 내년까지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삼성전자와 하이닉스의 신규 반도체 공장이 2027년 완공되는 까닭에 내년에도 생산량 확대가 제한적”이라며 “범용 메모리 공급 부족과 시장의 사재기 현상이 계속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고대역폭메모리와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분야에서 고전했던 삼성전자로서는 반전의 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고 봤다. 이 전무는 “한때 메모리 1등이었던 삼성전자가 이를 갈며 최신 공법들을 적극 투입한 만큼 내년엔 6세대 제품(HBM4) 시장 진입이 가능할 것”이라며 “파운드리 역시 테슬라 칩 수주로 경험을 쌓으며 좋은 평판(레퍼런스)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 전무는 지금의 인공지능 투자 열풍을 1900년대 전후의 미국 ‘철도 건설 붐’에 비유하며 대규모 인프라 투자 등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 전역을 거미줄처럼 잇는 철도망처럼, 인공지능 기술 발전을 이끄는 투자 수요가 중장기적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얘기다. 이 전무는 “태어날 때부터 인공지능을 사용하는 ‘인공지능 네이티브’(AI native) 세대들이 등장하며 인공지능 발달과 칩 수요 확대도 더 가속화할 것”이라고 했다.
권효중 기자 harry@hani.co.kr, 박종오 기자 pjo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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