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로 건너뛰기
뉴스
서울
맑음 / -3.9 °
경향신문 언론사 이미지

상처가 모여 만든 가을, 멀리서 아름다운 [정동길 옆 사진관]

경향신문
원문보기
4일 서울 남산의 단풍. 2025.11.4 이준헌 기자

4일 서울 남산의 단풍. 2025.11.4 이준헌 기자


아무래도 올해 단풍은 조금 멀리서 봐야겠습니다. 여름이 10월까지 이어지며 나뭇잎들은 제때 옷을 갈아입지 못했습니다. 강한 햇살은 잎의 끝을 태웠고, 그늘에서는 색이 돌지 않았습니다. 가까이서 보면 상처가 먼저 보입니다. 구멍 난 잎맥, 부서진 가장자리, 여름과 겨울이 뒤섞인 어색한 흔적들. 하지만 멀리서, 아주 멀리서 바라보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한 장 한 장은 불완전해도, 모이면 여전히 계절의 무늬를 그립니다. 상한 잎도 서로 기대어 붉음과 노랑의 군집을 이룹니다. 단풍의 아름다움은 어쩌면 이 ‘멀리서 본 전체’에 있는지도 모릅니다.

4일 서울 남산의 단풍. 2025.11.4 이준헌 기자

4일 서울 남산의 단풍. 2025.11.4 이준헌 기자






단풍이 물들려면 추위와 시간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올해는 그 시간이 늦었습니다. 9월이 여름으로 바뀌며, 설악의 붉음도 두 주쯤 미뤄졌습니다. 잎은 광합성을 멈춰야 색을 얻는데, 햇살이 너무 길었습니다. 그 햇살이 나뭇잎 속의 질서를 흐트러뜨렸습니다.

4일 서울 중구 정동길의 단풍. 2025.11.4 이준헌 기자

4일 서울 중구 정동길의 단풍. 2025.11.4 이준헌 기자




그럼에도 나뭇잎은 계절의 일을 멈추지 않았습니다. 많은 잎이 익기도 전에 떨어졌지만, 남은 잎들은 끝까지 버텼습니다. 조금 덜 붉고, 조금 덜 선명하지만, 여전히 가을이라 부를 수 있는 빛을 냅니다. 그 불완전함이 올해의 정직한 색 같습니다.

조금 멀리서, 조금 천천히 보면 아름다움이 보입니다. 상처가 모여 만든 전체의 색이.

4일 서울 중구 정동길의 단풍. 2025.11.4 이준헌 기자

4일 서울 중구 정동길의 단풍. 2025.11.4 이준헌 기자


이준헌 기자 heon@kyunghyang.com

▶ 매일 라이브 경향티비, 재밌고 효과빠른 시사 소화제!
▶ 더보기|이 뉴스, 여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 점선면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info icon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AI 이슈 트렌드

실시간
  1. 1합숙맞선 상간녀 의혹
    합숙맞선 상간녀 의혹
  2. 2호남 서해안 대설
    호남 서해안 대설
  3. 3어린이집 통학버스 안전
    어린이집 통학버스 안전
  4. 4구혜선 카이스트 졸업
    구혜선 카이스트 졸업
  5. 5무인기 침투 압수수색
    무인기 침투 압수수색

경향신문 하이라이트

파워링크

광고
링크등록

당신만의 뉴스 Pick

쇼핑 핫아이템

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