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AI 서밋] 소버린 AI,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남도영 기자]

31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SK AI 서밋 2025'에서 패널들이 소버린 AI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사진=윤상호 기자

정부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사업에 참여한 국가대표 AI(K-AI) 참여사들이 '소버린(주권) AI' 역량 강화를 위해 국가적인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는 조언을 내놨다.

소버린 AI의 명과 암,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윤성로 서울대학교 공과대학 교수는 31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SK AI 서밋 2025'에서 "소버린 AI는 우리나라가 자유도를 높일 수 있고 우리만의 작전을 펼 수 있는 장점이 있다"며 "(예를 들어) 최근에 우리나라가 잘하고 있는 국방 산업에서 하드웨어만 팔 것이 아니라 소프트웨어를 탑재하고 데이터를 취득해서 잘 분석한다면 팔란티어 못지 않은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기회를 잡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반면 조심해야 되는 것들도 많이 있다"며 "기업 입장에서 효율성 측면으로 보면 이미 잘 갖춰진 글로벌 기업의 서비스와 제품을 두고 우리가 처음부터 다시 개발해야 되는 가라는 질문을 충분히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윤 교수는 "마이크로소프트 윈도나 맥OS 같은 미국의 운영체제(OS)를 대체하기 위한 많은 시도가 있었으나 크게 성공적이지 못했던 사례가 있다"며 "반면 AI의 경우 지금 막 피어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우리가 주도권을 잡으면 충분한 기회를 잡을 수도 있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고 말했다.

이어 "결국은 선택과 집중을 통해 우리의 경쟁을 유지하고 새로운 시장을 창출할지가 숙제"라며 "그런 측면에서 국가적으로 많은 노력을 하고 있는 분야가 피지컬 AI로, 이미 정부가 사활을 걸겠다는 발표가 있었고 큰 규모의 국가 사업도 곧 발표가 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또 "지속가능한 AI 생태계를 만들기 위한 전략과 비전이 있어야 한다"며 "기업, 정부, 연구기관, 학계의 다면적인 협업과 거버넌스 체계 구축, 인재 육성이 과제"라고 말했다.

독자 AI 모델, 어디에 집중할 것인가

이날 국가대표 AI 기업 관계자들은 '선택과 집중'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김유철 LG AI연구원 전략부문장은 "이제 가장 중요한 것은 이제 AI 산업 생태계를 확보하는 것"이라며 "최근 에이전트 AI가 중요해지면서 산업 현장의 실제 일을 어떻게 진행하는지 워크플로우 데이터들이 많이 중요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성낙호 네이버클라우드 하이퍼스케일AI 기술총괄은 "우리 독자 모델들을 기반으로 각 산업에 적용을 하고, 그 데이터가 다시 우리 산업 모델을 더 향상시키는 선순환 구조로 만드는 생태계가 가장 중요하다"며 "제한된 리소스를 전략적으로 어디에 집중할지 좀 더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국가대표 AI 모델이 실효성을 가지려면 오픈소스에 대한 전략도 고민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내놨다. 독자 모델의 장점과 오픈소스의 효율성을 균형감있게 가져가야 한다는 조언이다.

31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SK AI 서밋 2025'에서 성낙호 네이버클라우드 하이퍼스케일AI 기술총괄(가운데)이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윤상호 기자

김태윤 SK텔레콤 파운데이션모델 담당은 "최근 조사에 따르면 상용으로 쓸 수 있는 오픈소스의 양은 최근 점점 줄어들고 있다고 한다"며 "모델을 만드는데 투자가 많이 되고 산업화가 진행 되면서 오픈소스를 마음껏 쓸 수 있는 기간이 지속되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는 것들을 좀 염두에 둘 필요는 있다"고 말했다.

김민재 NC AI 최고기술책임자(CTO)는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프로젝트라는 과제를 통해 자체 모델을 학습킨 R&D 경험은 한 기업이 가지는 역량이라기보다는 국가 전체의 AI 경쟁력"이라며 "현재 중국과 미국 모델밖에 선택지가 없는 상황에 독자 모델이 확산되고 실제 활용되기까지 이어지려면 꼭 오픈소스화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AI 역량 확보를 위해 인재 확보가 우선되어야 한다는 점도 공감대를 만들었다. 김유철 부문장은 "인재 확보와 관련해 계속 강조해왔던 것은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다는 것"이라며 "실제 산업현장에 있는 좋은 문제와 데이터, 일을 해결하기 위한 인프라, 우수한 동료들을 모아서 이런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는데 집중을 해왔다"고 말했다.

이활석 업스테이지 최고기술책임자(CTO)는 "생태계 전반이 커지는게 글로벌 AI 인재를 모으기 한 아주 중요한 요소"라며 "글로벌 수준의 어떤 본인이 기여할 수 있는 바가 가시적으로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소버린 AI, 믿을 수 있는가

마지막으로 소버린 AI가 신뢰성과 보안성을 확보하기 위한 방안이 논의됐다. 성낙호 총괄은 "AI가 점점 생각이 깊어질수록 배우긴 했은데 스스로 생각해 보니까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할 수 있는 상태가 되는 걸 목도하고 있다"며 "한국 안에서도 역사에 어떤 게 포함돼야 되는가에 대해서 충분히 설득할 수 없으면 다른 나라 사람을 만났을 때 할 말이 없는 것처럼, AI에게 깊은 토론 과정을 통해 이런 걸 전수할 수 있어야만 통제 가능하고 우리를 대변하는 AI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민재 CTO는 "AI는 사실 편향을 갖고 있지는 않고 데이터를 학습했을 뿐"이라며 "결국은 사람이 AI에 어떤 데이터를 주느냐가 가장 중요한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정부 주도로 보편 타당하게 지켜야 될 최소한의 가이드라인이나 데이터를 만들어줘야 할 것"이라며 "편향 없이 정확히 중립을 지켜서 발언한 글이나 영상들을 찾는 것은 사실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에 어떤 데이터로 학습해야 할 지 합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태윤 담당은 "모델이 얼마나 안전한지에 대해 투명하게 서로 공감대를 이룰 수 있는 기술과 명세를 공유할 필요가 있다"며 "모델을 만드는 과정 자체가 굉장히 투명해져야 될 필요가 있고 이를 어떻게 공유할 것이냐 하는 부분에 대해 유용한 기술을 개발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활석 CTO는 "정부가 'LLM 레디(Ready)'를 넘어 '에이전트 레디' 상태가 되어야 한다"며 "정부 기관별, 기업별로 에이전트 기술로 풀고 싶은 부분에 대한 유스케이스를 발굴하고 정량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수요를 충족해야 빠르고 의미있게 도입될 것"이라고 말했다.

남도영 기자 hyun@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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