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대통령과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이 3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윤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 사건의 속행 공판에 함께 출석하고 있다.서울중앙지법 제공 |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이 지난해 10월1일 국군의날 행사 이후 열린 술자리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이 한동훈 국민의힘 전 대표 등 정치인을 거론하며 “내 앞에 잡아 오라, 총으로 쏴서라도 죽이겠다”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재판장 지귀연)는 3일 윤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 사건의 속행 공판을 열었다. 곽 전 사령관은 지난달 30일에 이어 이날도 증인으로 출석해 윤 전 대통령이 12·3 불법계엄 선포 전부터 ‘비상대권’ 같은 말을 언급하고, 정치인 등 체포까지 암시했다고 ‘작심 발언’을 이어갔다.
곽 전 사령관은 “지난해 10월 1일 국군의날 행사 이후 저녁 8시쯤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과 함께 대통령 관저에 모여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시국 상황과 관련한 얘기와 함께 ‘비상대권, 특별한 조치’ 같은 말을 들었다”고 증언했다. 이는 특검의 공소사실에도 일부 포함된 내용이다.
지난 기일에 이어 이날도 모습을 드러낸 윤 전 대통령은 어이없다는 듯이 웃거나 혀를 차면서 직접 곽 전 사령관을 신문하고, 당시 저녁 식사 자리가 사전에 예정되지 않은 것이었다고 주장했다. 윤 전 대통령은 “그날은 군인들 생일 아니냐. 저녁에 그냥 넘어가기가 뭐해서 많이 초대를 했는데, 군 수뇌부들이 다시 자대로 복귀해야 한다길래 관저 만찬장이 아닌 주거 공간의 식당에서 모이지 않았느냐”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 8시 넘어서 오셔서 일반적인 식사도 아니고, 바로 안주 놓고 소주와 맥주 폭탄주를 돌리기 시작하지 않았느냐. 내 기억에 굉장히 많은 잔이 돌아간 것 같은데”라며 “며칠 전부터 초대하기로 했으면 미리 정식 셰프를 불러다가 음식을 준비하지 내가 계란말이 만들고, 안주 떨어지면 더 가져오고 그렇게 했겠냐. 그런 상황이 무슨 시국 이야기할 건 아니지 않느냐”고 했다.
이에 곽 전 사령관은 잠시 한숨을 쉬더니 “그렇게까지 말씀하시니 이때까지 얘기 못 한 걸 하겠다”고 운을 뗐다. 곽 전 사령관은 “한동훈 얘기 분명히 하셨고”라며 “지금까지 제가 차마 그 말씀 안 했는데, 한동훈하고 일부 정치인들을 호명하면서 당신 앞에 잡아오라고 했다. 당신이 총으로 쏴서라도 죽이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때까지 검찰에서도 그런 얘기를 한 적이 없다. 한동훈 얘기했다고만 진술했다”며 “윤 전 대통령이 방금 그 얘기를 안 했으면 제가 끝까지 안 했을 텐데, 그 얘기까지 하시니 마저 말씀드리겠다. 그 대화 앞뒤 상황에서 비상대권 얘기를 했다”고 말했다.
이에 윤 전 대통령은 “당시 술자리에선 소맥 폭탄주가 10~20잔 돌아서 만취한 거 아니냐”고 했고, 곽 전 사령관은 “술을 많이 먹은 것은 맞다. 그러나 군인이 통수권자 앞에 있는 게 보통 상황이 아니다. 웬만한 군인들은 아무리 먹어도 그런 상황에서 정신이 멀쩡하다”고 반박했다.
윤 전 대통령은 계엄 이후 곽 전 사령관이 전화를 받고 “끌어내라” 등 지시를 받았다는 시점과 실제 국회에 군이 투입된 시점이 다르다는 주장도 펼쳤다. 윤 전 대통령 측은 비상계엄 선포 이후인 지난해 12월4일 새벽 0시 30분 59초경부터 곽 전 사령관에게 전화했는데, 이상현 전 특전사 1공수여단장이 김형기 1대대장에게 한 통화에서 이미 ‘의원들을 끄집어내라’는 지시가 나왔다고 했다. 윤 전 대통령이 곽 전 사령관에게 지시하고, 이를 곽 전 사령관이 다시 부하들에게 지시하기엔 시간이 안 맞는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곽 전 사령관은 “국회 안에 있는 사람을 내보내라는 최초 과업 지시가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전화를 받기 전 있었고, 이를 이상현 등에게 전달했다. 이에 따라 이상현이 0시 30분 이후 통화에서 제 지시에 따라 임무를 수행한 것”이라며 다만 “윤 전 대통령과 통화한 뒤에야 정확히 ‘문을 부수라’라는 부분이 전달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변호인단은 이날 재판 이후 기자회견을 열고 곽 전 사령관의 진술을 반박했다. 이들은 “곽종근 증인은 계속 ‘끌어내라’ 지시 등이 대통령에게서 나왔다고 하는데, 이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며 한동훈 전 대표 관련 언급에 대해서도 “변호인단 모두 처음 듣는 이야기이고, 윤 전 대통령도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곽 전 사령관 진술은 그간 일관성이 부족하고 발언이 자주 바뀌어 온 점에 비추어 보더라도 해당 내용이 사실인지 매우 의문”이라며 “오늘 법정 증언은 그동안 수사기관 조사나 헌법재판소 탄핵심판에서 나오지 않은 것들인데, 사람의 기억은 시간이 지나면 흐릿해진다. 자연 법칙에도 어긋나는 증언들을 하고 있어서 신빙성이 없다”고 했다.
김정화 기자 cle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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