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3인방. 왼쪽부터, 김만배 , 유동규, 남욱. /뉴시스 ·뉴스1. |
서울중앙지법 형사22부(재판장 조형우)는 지난달 31일 ‘대장동 비리’ 사건 1심 선고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최측근인 정진상씨를 김만배 등 민간 업자들에게 금품을 받고 특혜를 준 당사자이자, 사실상 김씨 등의 공범으로 판단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씨는 이 대통령이 성남시장을 할 때 정책실장을,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할 때는 당대표실 정무조정실장을 지냈다.
2일 본지가 확보한 719쪽 분량의 1심 판결문에는 대장동 개발 사업의 진행 경과와 물밑에서 벌어진 성남시 수뇌부와 민간 업자 간 공모 관계 등이 상세하게 담겼다. 재판부는 민감한 판단에는 각주를 달아 판단 근거가 되는 증언·증거를 덧붙였다. 법조계에서는 “1심 판결문은 마치 대장동 개발 비리 사건의 백서(白書)처럼 쓰였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 사건을 맡은 형사22부는 2021년 검찰 기소 후 세 차례 재판부가 교체됐다. 그때마다 증거를 다시 확인하는 갱신 절차를 거치며 재판이 지연돼 비판도 받았다. 재판부는 지난 6월 30일 결심 공판을 한 뒤 넉 달 가까이 새로운 사건을 배당받지 않고 합의와 판결문 작성에 몰두했다고 한다.
◇“정진상, 금품 받고 편의 봐줘”
재판부는 판결문 서두에서 “이재명·정진상의 배임 사건 재판은 별도로 진행 중이므로 이들이 배임 범행에 공모·가담했는지 여부는 설시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하지만 판결문에는 민간 업자들이 2013~2014년 이 대통령의 개발 공약을 위한 성남도개공 설립, 성남시장 재선에 도움을 준 것이 특혜의 발단이 됐다는 판단이 담겼다. 재판부는 “이재명, 정진상 등은 민간 업자들이 시장 재선을 도와준 사례 등을 모두 보고받아 알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이재명 재선 기여 등으로 말미암아 사실상 사업 시행자로 내정되는 특혜를 받게 된 것으로 판단된다”고 했다.
재판부는 사건 당시 성남시 정책실장이었던 정씨가 민간 업자들에게 금품·접대를 받고 그 대가로 각종 편의를 봐줬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남욱이 유동규에게 준 뇌물 3억원 중 일부는 정진상과 김용(당시 성남시의원)에게 전달된 것으로 보인다”고 했고, “김만배를 대표로 하는 민간 업자들을 선정해 주겠다는 정진상 등 성남시 수뇌부의 결정이 김만배의 사업 주도권에 영향을 미쳤다”고도 했다.
재판부는 정씨에 대해 “이재명 최측근으로 성남시 직원들은 이재명에게 보고하는 모든 문건에 대해 사전에 정진상의 결재를 받아야 했고, 성남시 공무원들은 정진상의 말을 곧 이재명의 말이라고 여길 정도로 둘 사이가 매우 친한 관계”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김만배·유동규 428억원 약정”
재판부는 김만배씨가 유동규씨 측에 대장동 사업 배당 이익 중 428억원을 주기로 한 ‘이익 분배 약정’ 의혹을 사실로 인정했다. 유씨는 이 돈의 사용처에 대해 “이재명 대통령 만들기를 위한 작업이었다”고 했었다.
판결문에는 두 사람이 유씨 측 몫으로 약 700억원을 논의하다가 2021년 초 세금과 로비 비용 등을 제외해 최종 428억원으로 정리된 과정이 담겼다. 재판부는 유씨가 법정에서 “김씨가 ‘내가 잘 가지고 있다가 줄게’라고 하자 나는 ‘이재명 거니까 떼어먹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한 진술도 인용했다.
재판부는 정진상씨도 이 약정에 관여했다고 봤다. 유씨가 “김씨가 정씨와 통화하며 ‘너희 것 내가 잘 보관하고 있을게’라고 하자 정씨가 ‘저수지에 보관해 둔 거죠’라고 답했다”고 한 증언이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李 재판 중단돼 피해 회복 늦어져"
재판부는 428억원 추징을 명령하면서, 이 대통령의 관련 재판이 중지돼 범죄 수익 환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성남도시개발공사는 작년 10월 이 대통령과 정씨 등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으나, 1년 넘게 첫 변론 기일이 잡히지 않고 있다.
재판부는 “이재명과 정진상에 대한 형사재판은 계속 진행 중이고, 그마저도 이재명에 대한 재판은 진행이 중단된 상태”라며 “도시개발공사가 대장동 관련 형사소송 결과가 모두 나온 뒤에 민사소송을 통해 피해를 회복하는 것은 심히 곤란하게 됐다”고 했다. 이 대통령 재판이 중지돼 성남도개공 측의 피해 회복이 늦어지고 있다는 취지다. 한 법조인은 “피해 회복 지연 문제는 정부·여당이 추진하고 있는 ‘배임죄 폐지’ 논의에 큰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라고 했다.
[김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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