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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 눈 멀게 만든 아비, 독한 원작 그대로 살렸다

중앙일보 하남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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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극 ‘서편제: 디 오리지널’에서 ‘아비’는 딸의 눈에 염산을 부어 시력을 잃게 했다. [연합뉴스]

소리극 ‘서편제: 디 오리지널’에서 ‘아비’는 딸의 눈에 염산을 부어 시력을 잃게 했다. [연합뉴스]


“아부지, 돌으셨소? 지금이 소리할 때요? 지 딸 눈깔이 멀었는디.”

울부짖는 딸에게 아비는 “나도 니도 소리꾼이여. 그럼 소리로 다 허는 거여. 기쁘나 슬프나 원통허나 애통허나 그걸로 풀고 사는 거여”라고 말한다. 임권택 감독의 영화 ‘서편제’(1993)로 익히 알려진 장면임에도 객석에선 탄식이 흐른다.

이달 9일까지 서울 국립정동국장에서 만나는 소리극 ‘서편제: 디 오리지널’은 이청준의 동명 소설(1976)이 원작이다. 영화와 달리 소리꾼들을 다시 ‘아비’, ‘소녀’로만 칭하고, 뮤지컬 버전에서 추가된 설정(딸의 동생 동호가 현대음악을 함)도 없앴다. “이름도 없이 떠돌았던 수많은 소리꾼의 삶을 전하고자 했다”는 게 제작진의 의도다. 연출자 고선웅은 “원작 텍스트를 충실하게 표현해 이청준 선생님이 보시고 행복해하실 작품을 만드는 게 목표였다”고 말했다. 청강수(염산)를 뿌려 제 눈을 멀게 한 아비의 행위를 딸이 결국 수긍하게 된다는 설정이 시대와 맞지 않는다는 지적에도 “모질고 비정하고 폭력적인 아버지조차 하나의 캐릭터이며, 문학은 문학으로 충분히 허용돼야 한다”라고 했다.

소리꾼과 소리북만으로 춘향가·심청가 등 판소리 다섯 바탕의 핵심 대목 등 총 22곡을 들려준다. 한승석 음악감독이 새로 만든 ‘아매도 사랑이야’가 엔딩을 수놓는다. 아비 역은 남원시립국악단 악장 임현빈과 국악밴드 ‘이날치’ 멤버 안이호가, 소녀 역은 국립창극단 단원 김우정과 서울대 국악과에 재학 중인 박지현이 맡았다. 오는 15~16일 대구문화예술회관, 21~22일 춘천문화예술회관.

하남현 기자 ha.nam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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