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주 APEC ◆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외교적으로 가장 중요한 이벤트가 막을 내렸다. 지난 1일 종료된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는 새 정부의 양자·다자외교 역량을 확인하는 계기였을 뿐 아니라 미·중 정상회담까지 성사되면서 세계의 이목을 끌었다.
이재명 대통령은 APEC 정상회의 계기로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 임기 초반 가장 큰 장애물이었던 한미 관세협상을 전격 타결했다.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외교적으로 가장 중요한 이벤트가 막을 내렸다. 지난 1일 종료된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는 새 정부의 양자·다자외교 역량을 확인하는 계기였을 뿐 아니라 미·중 정상회담까지 성사되면서 세계의 이목을 끌었다.
이재명 대통령은 APEC 정상회의 계기로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 임기 초반 가장 큰 장애물이었던 한미 관세협상을 전격 타결했다.
2일 전직 외교안보·통상 고위당국자들은 경주 APEC 정상외교 결과에 대해 총론적으로는 긍정적 평가를 내렸다. 그러면서도 한미 관세협상, 핵추진 잠수함 건조 문제 등과 관련한 '디테일'은 후속 경과를 더 지켜봐야 한다는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윤병세 전 외교부 장관은 이번 경주 APEC에 대해 "일석다조의 성과를 냈다"고 호평했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서 핵잠 건조 동의를 얻어내는 동시에 중국과 새로운 공존 방안을 모색하기로 뜻을 모은 점 등을 높게 평가했다. 윤 전 장관은 "이재명 정부가 APEC 정상회의를 통해 한국의 외교적 존재감을 다시 부각했고 타국 정상들과 신뢰 관계도 재건했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가 (APEC에서) 미·중 정상회담을 성사시켜 1년간 '휴전'을 간접적으로 이끌어냈다"면서 "미국과 중국 영향을 많이 받는 한국에도 일정 기간 운신의 폭을 넓힐 기회로 작용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윤 전 장관은 이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에게서 핵잠 건조에 대한 동의를 받아낸 것을 '인상 깊은 순간'으로 꼽았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은 톱다운 스타일로 결론을 내는 인물"이라며 "이 대통령이 공개 회의에서 이를 요구한 건 허를 찌르는 전략이었다"고 했다. 다만 윤 전 장관은 "한국은 핵잠용 연료 공급을 요청했는데 미국은 자국에서 핵잠 건조를 꺼냈다"며 "한국의 핵잠 보유라는 큰 방향에는 공감했지만, 실질적인 결과물에 대해선 서로 생각이 다르다는 의미"라고 진단했다.
전직 통상정책 수장들은 한미 관세협상 결과에 대해 '전반적으로 잘 버텨냈지만 협상의 구체성이 아쉽다'는 의견이었다.
김종훈 전 통상교섭본부장은 중국으로의 반도체 수출을 위한 안전장치를 마련하지 못했다는 점을 지적했다. 김 전 본부장은 "미국으로의 반도체 수출은 당연한 것이고, 한국의 주요 수출국인 중국에 대한 한미 상호 간 양해가 없었던 점이 아쉽다"고 말했다.
미국은 현재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반도체가 중국으로 수출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김 전 본부장은 "삼성의 초격차 기술이 담긴 반도체가 그대로 중국에 넘어가는 것까지는 미국이 허용할 수 없겠지만, 레거시(구형 범용) 반도체는 어느 정도까지 수출할지 결정하는 협의기구를 두거나 가드레일(경제적·기술적 보호 장치)을 설정한다든지 하는 논의가 있었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그는 50%의 품목관세가 적용되고 있는 철강에 대해 어떤 조치도 취하지 못한 점에도 유감을 나타냈다. 또한 대미투자펀드 수익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조선업 협력과 관련해 미국의 부족한 인력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지 논의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박태호 전 통상교섭본부장은 "연간 투자 상한을 200억달러로 막은 것을 제외하고는 지난 7월 협상안과 비교해 개선된 부분이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미국과 투자 프로젝트를 선정하는 '협의위원회' 역할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그는 "희토류 등 핵심광물 수급 협력을 위해 협의위원회를 활용할 수도 있다"며 "일본은 이미 (미국과) 핵심광물 및 희토류 협정문을 만들었다"고 덧붙였다.
이재명 정부가 이번 APEC 정상외교를 통해 '최악의 국면'은 피했지만, 상황이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신중론도 제기됐다.
천영우 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은 200억달러로 결정된 연간 대미투자액 상한선이 한국 경제에 매우 부담스러운 수준이라는 논리를 폈다.
천 전 수석은 중국이 한중 정상회담 이후 '비핵화'를 뚜렷하게 언급하지 않은 점에 대해서도 엄중한 인식을 드러냈다. 천 전 수석은 "중국이 이번에 (앞선 회담에서) 해오던 수준의 언급도 하지 않고 북한 편을 드는 노선으로 변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의 핵잠 건조 동의 역시 자국의 경제적 이익을 우선한 정치적 수사에 가깝다는 취지로 해석했다. 천 전 수석은 "미국은 자국군이 필요한 핵잠 수요마저 맞추지 못할 정도라서 (기존에 약속했던) 호주에도 핵잠을 제공할 여력이 없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설비와 인력이 부족한 미국에서 핵잠을 건조하라는 트럼프 대통령 발언은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꼬집었다.
[경주 김상준 기자 / 김성훈 기자 / 서울 강인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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