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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민주적 파시즘’의 평범성 [세계의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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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13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한덕수 전 국무총리의 내란 우두머리 방조 혐의 등 2차 공판에서 12·3 비상계엄 당일 대통령실 폐회로텔레비전(CCTV) 영상 일부가 공개되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제공

지난 10월13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한덕수 전 국무총리의 내란 우두머리 방조 혐의 등 2차 공판에서 12·3 비상계엄 당일 대통령실 폐회로텔레비전(CCTV) 영상 일부가 공개되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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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네스 모슬러(강미노) | 독일 뒤스부르크-에센대 정치학과 교수



지난해 12월3일 선포된 불법 계엄령은 윤석열 정부가 자유민주주의를 공동화하며 쌓아온 권위주의적 통치의 정점이자 예고된 귀결이었다. 음모론적 선동이 실제 폭력적 실행 계획으로 구체화하면서, 정권에 불편한 모든 세력을 제거하려는 야심이 드러났다. 최악의 사태는 피했으나, 군 장갑차의 국회 진입, 군 헬기의 상공 엄호, 무장 병력의 국회의사당 내부 진입 등 그날 밤 벌어진 일들은 한국의 자유민주주의가 질식사하는 듯한 공포 그 자체였다.



최근 공개된 쿠데타 당일 밤 국무위원들이 모인 대통령실 회의실 폐회로텔레비전(CCTV) 영상은 그 공포를 되살렸다. 무엇보다 충격적인 것은, 12·3 밤과 이후 거리를 메웠던 시민들의 분노와 결의, 계엄령 해제를 위한 국회의 혼란과 극명하게 대비되는 고요한 분위기이다. 카메라에는 국무위원들이 하나씩 회의실로 들어오는 모습이 잡혔는데, 그들의 얼굴에는 긴장이나 두려움의 기색이 전혀 없다. 한 사람은 의자 등받이에 팔을 걸고 여유롭게 서 있고, 또 다른 사람은 바지 주머니에 손을 넣은 채 느긋하게 걸어 들어온다. 이들은 천천히 자리를 잡으며 담소를 나누고, 누군가는 웃음을 보이기도 한다. 20명 넘게 앉을 수 있는 긴 테이블의 머리 부분 몇 자리만 채워진 채 한참 동안 이어지는 이 한가한 풍경은, 마치 추석 연휴를 앞둔 마지막 형식적 회의처럼 보일 정도였다.



그러나 바로 그 평온한 장면이, 그들이 태연하게 대역죄를 저지르던 순간이었다는 사실이 소름 끼친다. 이들의 동기는 과도한 충성심이나 출세욕이었을 것이다. 즉, 자신의 행동과 명령의 도덕적 책임을 인식할 독립적 사고 능력이나 의지가 부재했다는 뜻이다. 해나 아렌트가 분개했던 아돌프 아이히만의 ‘사유 능력 상실’과 다를 바 없다. 그러나 이 ‘악의 평범성’은 개인의 도덕 마비에만 머물지 않는다. 그것은 이미 사회 전반에 스며든 극우적 정서와 결합해 있었다.



부패한 보수 엘리트만으로 한국 사회의 극우화를 설명할 수 없다. 줄지 않는 여성 살해(페미사이드), 중국인과 무슬림을 겨냥한 인종차별 시위, 서울서부지법 폭동 등 일련의 사건들은, 극우 성향이 짙은 사회 일부의 폭력성이 점점 더 고조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윤석열 정권과의 단절을 여전히 주저하는 국민의힘에 대한 지지율이 하락세임에도 25% 안팎을 유지하는 현실은 그 뿌리의 깊이를 말해준다.



독일 사회학자 카롤린 암링거와 올리버 나흐트바이는 이와 같은 현상들을 ‘파괴열망’으로 설명한다. 즉, 후기 근대 사회에서 원자화된 개인들이 국내외적 복합위기와 개인의 경제적·사회적 박탈감으로 인해 자유주의가 약속한 상승과 풍요를 누리지 못하면서 자유주의에 배신감을 느끼고 행복한 인생을 가로막는 불공정한 공격으로 인식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들은 갈수록 개천 용이 줄어드는 사회를 제로섬 게임처럼 생각하고 타인의 작은 이익마저 자신의 손실로 느낀다. 그 분노와 모멸은 타자에 대한 파괴를 통해 자신의 해방과 응징을 상상하게 만든다. 자유민주주의의 수호자를 자처하는 극우 세력들은 대중의 이런 심리를 파고들어, 손쉬운 공격 대상을 설정하고 파괴적인 어젠다를 제시해 선동한다. 전통적인 파시즘이 대놓고 제도를 무너뜨리려 했던 것과 달리, 이는 선거나 의회 같은 정상적인 민주주의 절차를 이용하여 자유민주주의를 침식하는 전략으로, ‘민주적 파시즘’이라 불린다.



해법은 이 위협만큼이나 도전적이며 근본적이어야 한다. 시민들의 우려를 공적 숙의로 모으고, 제도적 형식과 자유주의적 내용을 재결합하며, 박탈감의 토양을 줄이는 실질적 정책과 민주시민 의식의 강화가 필요하다. 정치적 양극화와 불평등을 완화하는 개혁 없이는, 자유민주주의의 형식조차 오래 버티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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