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6월 12일 싱가포르에서 당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악수하는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 북·미 정상 회동은 무산됐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다시 오겠다”며 대화의 창을 열어놨다. 이재명 대통령도 “페이스메이커”로서 북·미 대화를 돕겠다고 밝혔다. 내년 4월 트럼프 대통령의 중국 방문을 전후로 북·미 대화가 재개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한국을 떠나 미국으로 향하는 전용기 안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회동에 대해 “내가 너무 바빠서 우리가 대화할 기회가 없었다”며 “다시 오겠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지난 1일 경주 국제미디어센터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피스메이커 역할을 잘하도록 하는 게 대한민국의 평화를 확보하는 길”이라며 “페이스메이커 역할을 계속 열심히 하겠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또 “북측이 안심하고 남측을 조금이라도 믿을 수 있게 만들기 위해 선제적 조치”를 하겠다고 밝혔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도 지난 1일 이 대통령과 정상회담에서 “북·미 대화가 제일 중요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고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이 전했다. 중국이 북·미 대화를 방해할 의사가 없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 위원장이 이번 트럼프 대통령의 회동 제안에 응답하지 않은 이유는 개인적 친분에만 기댄 만남은 득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구체적인 논의를 주고받을 수 있는 안은 제시하지 않았다. 두 정상은 2019년 6월 판문점에서 ‘깜짝 회동’을 했지만 성과는 없었다. 당시 김 위원장이 그해 2월 협상 결렬 이후 트럼프 대통령이 새로운 제안을 들고 올 것으로 기대했지만, 빈손으로 그쳐 실망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렇다고 김 위원장이 유리한 고지에 있는 건 아니다. 내년 11월 치러질 미국 중간선거 전까지 대화를 재개하지 못하면 이후 대화의 기회가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통일부 관계자는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패하면, 북한과 대화를 원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동력이 약해진다는 것을 북한도 인식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은 수위를 조절하면서 대응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직접적인 비판은 내놓은 적이 없다. 지난 1일 러시아에 파병한 인민군 제11군단 지휘부를 방문해 군인들을 격려하면서도 미국이나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트럼프 대통령 방한 직전 순항미사일 등 미사일 발사에도 참관하지 않았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석좌교수는 “트럼프 대통령과 훗날 회동을 염두에 두고 행동 수위를 조절한 것”이라고 말했다.
내년 초로 예상되는 북한의 제9차 노동당 대회에서 김 위원장이 노선 변경을 선언한다면, 북·미 정상회담을 위한 움직임이 가시화될 가능성도 있다. 한·미는 대화 여건 조성을 위해 연합연습과 미국 측 전략자산 전개의 연기·조정을 논의할 수 있다. 이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이 내년 4월 중국 방문을 계기로 김 위원장과 회담하는 시나리오도 거론되고 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우선 북한은 내년 초 열릴 노동당 9차 회의에, 미국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종결에 힘쓸 것”이라며 “내년쯤 실무협상이 열리면 양 정상 간 대화를 진척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곽희양 기자 huiya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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