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황병서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후 최대 외교 무대였던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일정을 마무리했다. 지난달 28일부터 이달 1일까지 이어진 ‘정상외교 슈퍼위크’를 통해 이 대통령은 미국과의 관세협상을 매듭짓고, 중국과의 협력 강화, 일본과의 ‘셔틀 외교’ 이행 확인 등 국익 중심의 실용외교를 본격화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고조되는 미·중 갈등 속에서 열린 다자외교 무대에서 대한민국의 협상력과 외교 조율력을 바탕으로 ‘경주선언’까지 이끌어내는 등 적지 않은 성과를 거뒀다.
美와 관세협상 타결…中과 ‘호혜적 협력’ 공감대
지난달 29일 열린 한미 정상회담은 이 대통령 취임 후 최대 시험대였다. 미국에 대한 3500억 달러 규모의 직접 투자 등을 놓고 한미 간 관세협상이 장기화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자칫 ‘빈손 회담’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왔지만, 양국은 회담 직전 ‘연간 최대 200억 달러 분할 투자’에 극적으로 합의하며 협상 타결에 이르렀다. 한국은 총 3500억 달러 규모 대미 펀드 중 조선업 협력(1500억 달러)을 제외한 에너지·인공지능(AI)·첨단제조 등 분야에서 2000억 달러를 장기적·단계적 투자하기로 합의했다. 이로써 관세 문제 장기화로 인한 불확실성을 해소하고 외환시장 충격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협상이 마무리됐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회담 후 브리핑에서 “연간 200억 달러 한도로 분할 납입하도록 해 외환시장 충격을 줄였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회담 자리에서 ‘핵추진 잠수함 건조’를 공식 의제로 제시하며 승부수를 띄웠다. 방위 산업의 발전이 미군의 부담을 덜어주는 일임을 설득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정상회담 다음 날, 한국이 오래된 디젤 잠수함 대신 핵추진 잠수함을 건조하도록 승인했다고 밝혔다. 그는 “한국이 훨씬 더 기민하고 강력한 잠수함을 보유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美와 관세협상 타결…中과 ‘호혜적 협력’ 공감대
이재명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일 경북 국립경주박물관에서 한중 정상회담에 앞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지난달 29일 열린 한미 정상회담은 이 대통령 취임 후 최대 시험대였다. 미국에 대한 3500억 달러 규모의 직접 투자 등을 놓고 한미 간 관세협상이 장기화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자칫 ‘빈손 회담’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왔지만, 양국은 회담 직전 ‘연간 최대 200억 달러 분할 투자’에 극적으로 합의하며 협상 타결에 이르렀다. 한국은 총 3500억 달러 규모 대미 펀드 중 조선업 협력(1500억 달러)을 제외한 에너지·인공지능(AI)·첨단제조 등 분야에서 2000억 달러를 장기적·단계적 투자하기로 합의했다. 이로써 관세 문제 장기화로 인한 불확실성을 해소하고 외환시장 충격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협상이 마무리됐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회담 후 브리핑에서 “연간 200억 달러 한도로 분할 납입하도록 해 외환시장 충격을 줄였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회담 자리에서 ‘핵추진 잠수함 건조’를 공식 의제로 제시하며 승부수를 띄웠다. 방위 산업의 발전이 미군의 부담을 덜어주는 일임을 설득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정상회담 다음 날, 한국이 오래된 디젤 잠수함 대신 핵추진 잠수함을 건조하도록 승인했다고 밝혔다. 그는 “한국이 훨씬 더 기민하고 강력한 잠수함을 보유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지난달 31일 열린 한일 정상회담에서 이 대통령은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와 ‘셔틀 외교’ 이행을 재확인했다. 신사 참배를 강행하는 등 일본 내 극우 성향으로 불린 다카이치 총리 때문에 한일 관계가 경색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있었다. 이 대통령은 “도쿄가 아닌 지방에서 다시 만나기를 기대한다”며 교류 의지를 밝혔다. 다카이치 총리도 “양국은 전략 환경 속에서 긴밀한 공조가 필요하다. 셔틀 외교를 유지하며 대통령과 긴밀히 소통하겠다”고 화답했다.
미·일과의 회담을 마친 이 대통령 앞에는 중국과의 정상회담이 놓여 있었다. 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핵 추진 잠수함의 필요성을 설명하며 북한과 중국의 잠수함 추적 한계를 언급한 바 있다. 다만 한국과 중국 간 회담에서 양 정상은 호혜적인 방향으로 양국 관계를 발전시키자는 데 뜻을 모았다. 양국은 ‘한중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의 성숙한 발전을 목표로 고위급 전략 소통채널을 가동하기로 했다. 시 주석은 이 대통령에게 중국 방문을 요청하기도 했다.
‘경주선언’ 채택으로 외교 리더십 입증
이재명 대통령이 1일 경주화백컨벤션센터(HICO)에서 열린 2025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각국 정상들과 한복 소재로 만든 목도리를 두르고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앞줄 왼쪽부터)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 하사날 볼키아 브루나이 국왕,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 가브리엘 보리치 칠레 대통령,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이 대통령, 프라보워 수비안토 인도네시아 대통령,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 안와르 이브라힘 말레이시아 총리, 크리스토퍼 럭슨 뉴질랜드 총리,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필리핀 대통령.(뒷줄 왼쪽부터) 존 리 홍콩 행정장관, 존 로쏘 파푸아뉴기니 부총리, 알렉세이 오베르추크 러시아 국제부총리, 로런스 웡 싱가포르 총리, 아누틴 찬위라꾼 태국 총리, 르엉 끄엉 베트남 국가주석,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사진=연합뉴스) |
이 대통령은 이번 APEC 정상회의 의장국으로서 ‘경주선언’을 비롯해 ‘APEC AI 이니셔티브’, ‘APEC 인구구조 변화 대응 공동 프레임워크’ 등 3개 부속문서에서 만장일치 합의를 이끌어냈다. 올해 APEC의 3대 중점과제인 ‘연결·혁신·번영’을 기본 틀로 한 경주선언은 무역·투자, 디지털 혁신, 포용적 성장 등 핵심 현안에 대한 협력 방향을 포괄했다. 특히 이번 선언문은 ‘문화창조산업’을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신성장동력으로 인정하고 협력 필요성을 명문화한 첫 사례로 평가된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의장국인 우리나라는 1년간 14차례 각료급 회의를 주재하고, 정상회의 당일까지 문안 타결을 위한 밤샘 협상을 진행하며 미·중·일·러 등 회원국 간 입장 차이를 중재했다”며 “그 결과 3건의 주요 성과문서 모두 만장일치 합의를 도출했다”고 말했다.
엔비디아로부터 최신 그래픽처리장치(GPU) 26만 개를 확보하고, 아마존웹서비스(AWS) 등 글로벌 기업으로부터 90억 달러(약 13조원) 투자를 유치하는 등 경제 외교 성과도 눈에 띈다. 엔비디아 GPU 확보로 한국의 AI 컴퓨팅 인프라와 기술 경쟁력이 크게 도약할 전망이다.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는 이 대통령과 만나 AI 인프라 구축, 기술 공동 연구, 인재 양성 등 협력 방안도 논의했다. 이 대통령은 “대한민국은 AI 시대를 가장 먼저 열어가는 테스트베드”라며 “이번 투자가 성공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밝혔다.
다만 협상 세부 문구 조율 등 남은 과제도 적지 않다. 관세·안보 협상은 일단락됐지만, MOU와 팩트시트 확정 과정에서 국익이 침해되지 않도록 마지막까지 세밀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또 미국의 보호무역 강화와 미·중 갈등이 다시 격화될 경우, 한국에 대한 ‘선택 압박’이 높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