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경주선언'을 끝으로 1일 폐막됐다. 천년고도 경주는 세계 속의 도시로 발돋움했고, 전 세계에 대한민국의 저력을 보여준 자리로 남았다. 보호무역주의로 점철된 글로벌 관세 전쟁은 잠시 멈춰섰다. 다만 경주선언에 '다자무역체제 지지', 'WTO' 등이 빠지면서 향후 각국간의 치열한 무역통상 전쟁도 예고됐다.
◇전면전은 피했다…'경주선언'
이번 정상회의는 혼돈의 세계경제 속에서도 무역전쟁의 확전을 막고 새 질서를 모색한 자리였다. 미중 양국이 부산 정상회담에서 관세전쟁을 잠정 봉합하고, 중국은 희토류 수출 통제를 미루며 미국은 대중 관세를 10%포인트 인하했다. 한미 간 무역합의도 극적으로 타결됐다.
이재명 대통령이 1일 경주화백컨벤션센터(HICO)에서 열린 2025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기자회견에서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 연합뉴스 |
◇전면전은 피했다…'경주선언'
이번 정상회의는 혼돈의 세계경제 속에서도 무역전쟁의 확전을 막고 새 질서를 모색한 자리였다. 미중 양국이 부산 정상회담에서 관세전쟁을 잠정 봉합하고, 중국은 희토류 수출 통제를 미루며 미국은 대중 관세를 10%포인트 인하했다. 한미 간 무역합의도 극적으로 타결됐다.
APEC 21개 회원 정상들은 1일 '문화창조산업(Cultural and Creative Industries)' 분야 협력에 뜻을 모은 'APEC 정상 경주선언'을 채택했다. 올해 APEC의 3대 중점 과제인 '연결·혁신·번영'을 기본 틀로 삼아 무역·투자, 디지털·혁신, 포용적 성장 등 핵심 현안을 포괄했다. 또 인공지능(AI) 협력과 인구구조 변화 대응에 대한 회원국들의 공동 인식과 협력 의지를 집약했다. 특히 '문화창조산업'을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신성장동력'으로 인정하고 협력 필요성을 명문화했다. 이는 문화창조산업을 명시한 APEC 첫 정상 문서다.
이와 함께 'APEC AI 이니셔티브'와 'APEC 인구구조 변화 대응 공동 프레임워크'도 채택했다. 'AI 이니셔티브'는 모든 회원국이 AI 전환 과정에 참여하고 그 혜택을 공유하도록 △AI 혁신을 통한 경제성장 촉진 △역량 강화 및 AI 혜택 확산 △AI 인프라 투자 확대 등을 주요 내용으로 담았다. '인구구조 변화 대응 공동 프레임워크'는 저출생·고령화 등 인구구조 변화가 역내 공통 도전과제라는 인식 아래 마련됐다. 문서에는 △회복력 있는 사회시스템 구축 △인적자원 개발 현대화 △기술기반 보건·돌봄 서비스 강화 △모두를 위한 경제역량 제고 △역내 대화·협력 촉진 등 5대 중점 분야별 정책 방향과 협력 방안이 제시됐다.
정부는 이 프레임워크 채택으로 미래세대 고용 및 산업구조 변화에 대응하고, 인구구조 변화를 새로운 성장 기회로 전환하기 위한 협력 기반이 마련됐다고 평가했다. 이를 이어가기 위해 2026년 'APEC 인구정책포럼'을 열어 역내 정책 연계와 협력을 주도할 계획이다.
다만 올해 '경주선언'에는 통상적으로 포함되던 “규범에 기반한 다자무역체제에 대한 지지를 재확인하며, 그 중심에 세계무역기구(WTO)가 있다”는 문구가 빠졌다. 대신 “글로벌 무역체제가 중대한 도전에 직면해 있다”는 완곡한 표현으로 대체됐다. WTO 중심의 다자무역 질서가 흔들리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줬다는 평가가 나온다. '동맹과 경쟁이 교차하는 실리의 시대'라는 뉴노멀이 대두된 것이다
시진핑 주석이 “맛있다” 말한 경주 황남빵을 사려는 대기줄. 연합뉴스 |
◇세계가 매료된 경주
'지붕 없는 박물관'이라 불리는 경주는 천년고도의 유산을 무대로 세계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한복 패션쇼와 첨성대 미디어아트, 대릉원 야간 전시는 전통과 현대를 잇는 감각으로 각국 대표단의 찬사를 받았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이번 행사의 총 경제효과를 7조4000억원으로 추산했다.
K뷰티와 K푸드도 세계인의 시선을 끌었다. 각국 정상의 배우자와 주요 인사는 황룡원의 K뷰티관을 방문해 AI 맞춤 화장품 체험을 즐겼다. 캐롤라인 레빗 미국 백악관 대변인이 경주 황리단길 올리브영에서 구입한 화장품을 SNS에 올리자 'K스킨케어'가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기도 했다. 외국인들은 스마트폰에 캡처해온 제품 사진을 보여주며 “이거 주세요”라고 주문했고, 외국인 매출 비중이 평소의 3배로 늘었다. LG생활건강과 CJ올리브영은 각국 정상과 배우자에게 'K뷰티 선물 세트'를 제공했다. 환유고, 더후 등 명품 브랜드가 국빈 선물로 채택되며 한국 화장품의 위상이 한층 높아졌다.
K푸드의 인기는 행사장 곳곳에서도 이어졌다. 경주 국제미디어센터 앞 K푸드 트럭 존에는 외신 기자와 관계자들이 줄을 이었다. 농심은 매일 300명에게 신라면을, 교촌치킨은 1000인분의 치킨을 제공했다. CJ제일제당은 비비고 떡볶이와 김스낵, 햇반컵반 등 2만 개 제품을 협찬했다. APEC 정상 만찬은 '단감 소스 게살 샐러드' '한우 갈비찜' 등 한식 코스로 꾸려졌고, 건배주는 '호랑이 유자 생막걸리'였다. 캐나다 총리 부인 다이애나 카니 여사는 “요즘 전 세계적으로 K푸드 열풍이 어마어마하다”며 감탄을 전했다.
안영국 기자 an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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